[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청와대 참모들의 사퇴가 임박했다. 참모진 중 15명 내외가 출마를 결심했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 중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참모진은 3명이다.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이미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대변인과 문대림 사회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과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이 그 주인공이다. 문 비서관은 제주지사에, 오 행정관은 경북지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자 정치권은 청와대를 떠나는 참모들 후임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미 박 대변인 후임에 진성준 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 15명 내외 출마 채비… 박수현 후임에 진성준·권혁기·고민정·김의겸·오태규 ‘물망’
- 靑의 목표는 여당 승리 아닌 親文 승리… ‘조기 레임덕’ 방지 사활
 

청와대의 지방자치단체 선거 출마자들이 광역단체장의 경우 1월 말, 기초단체장은 2월 중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예비후보 등록일이 각각 2월 13일, 3월 2일에 시작되는 데 따른 것이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해야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이 일정에 맞춰서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충남-박수현·제주-문대림
경북-오중기, 나소열은 총선

 
이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위한 첫 번째 사의 표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1일 “박 대변인이 지방선거 출마 등을 위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후임자 인선 등을 위해 최소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는 대변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이어 문대림 사회혁신수석실 제도개선비서관이 제주지사, 오중기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경북지사 출마를 위해 다음 달 초까지 순차 사퇴할 것으로 지난 17일 알려졌다. 여기에 기초단체장 출마 의사가 있는 인사들을 합하면 10명 안팎이 청와대를 나올 전망이다. 공석인 정무비서관까지 포함하면 비서관 인사만 3명이 교체된다.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참모진들은 백두현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고성군수)·박영순 사회혁신수석실 내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대전 대덕구청장)·강성권 정무수석실 행정관(부산 사상구청장)·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행정관(춘천시장) 김병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광주 남구청장)·김기홍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인천 남동구청장)이 대표적이다. 유행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청주시장)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청와대 인사 추가 차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집권 2년 차의 최대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상황에 따라 수석급 인사들의 차출설이 현실화할 경우 인사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난 8개월간 청와대를 운영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직제 개편이 뒤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자 정치권의 시선은 또다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쏠린다. 김 장관 본인이 거듭 불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서다. 자유한국당에선 텃밭인 TK(대구·경북) 사수를 위해 후보 등록 시일 막판까지 김 장관의 행보를 확인한 뒤, 최종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 외에도 당분간 1기 내각 중심으로 추가 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상화폐 및 남북단일팀 논란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청와대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선에 출마하지 않은 인사 중 다수는 차기 총선을 목표로 뛸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지선 이후에는 다른 자리로 가서 준비를 한 뒤, 2019년 말에는 본격적으로 출마를 위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지사 도전 가능성이 점쳐졌던 나소열 정무수석실 자치분권비서관은 이번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고 공직에 좀 더 있다가 2020년 총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 출범 8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2기 참모진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박 대변인의 후임에는 내부 참모 중에선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고민정 부대변인 등이 후임 물망에 오르고 있고, 언론인 출신으로는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와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대선 때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쌓은 진성준 비서관은 지난해 5월 대선 직후에도 대변인 하마평에 오른 바 있고, 권혁기 관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국내언론비서실 행정관, 민주당 전략기획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여당에서 오랜 당직 생활로 정무 감각을 갖췄고 언론대응에도 최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김의겸 전 기자는 지난 2016년 9월 K스포츠재단 배후에 ‘비선 실세’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일련의 보도로 이름을 알렸다. 김 전 기자 역시 문 대통령 취임 초 초대 청와대 대변인에 거론됐었다. 아나운서 출신의 고 부대변인은 청와대 공식 SNS에서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의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치는 것보다도 청와대가 지방선거에 공을 들이는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선거를 이긴다 해도, 비문(非文·비문재인 계) 인사들이 줄지어 당선된다면 승리하고도 조기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선에 성공,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3선 고지에 오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추미애 대표 등 비문계 세력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친문계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인사다. 이와 관련 여당의 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현재 정치 지형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물”이라며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권에 한 발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후보군 역시 정치권에서는 비문계 인사인 이재명 성남 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내려줄 공천 리스트를 집권 여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부산, 충청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문(親文·친 문재인계) 인사들의 선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청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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