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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지난해 11월 태어난 출생아 수가 역대 월별 최저치를 찍은 가운데 연간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2%(3400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기존 최저 수치는 2016년 12월 2만7400명으로 11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 경신된 셈이다.
 
1~11월 출생아 수도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1월 누적 출생아 수는 33만3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1%(4만5900명)가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증감률은 2012년(+2.8%), 2013년(-9.9%), 2014년(-0.2%), 2015년(0.7%), 2016년(-7.3%)으로 이와 비교하면 지난해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볼 수 있다.
 
최근 저출산 속도는 정부 예상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하면서 2017년 연간 출생아가 41만3000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 추세면 35~36만 명 선에 그칠 것이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의 늪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7년 12월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의 세계 각국 합계출산율 자료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6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19위라고 밝혔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싱가포르(0.83명), 마카오(0.95명), 대만(1.13명), 홍콩(1.10명), 푸에르토리코(1.22명)뿐이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선 35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관되지 못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126조558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 반등을 끌어내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6년 저출산 예산 21조여 원의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30%(6조5290억 원)가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곳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고령화 예산 3분의 1은 기초연금, 3분의 1은 보육 지원에 들어가고 나머지 3분의 1만 실질적인 저출산 정책 과제에 투입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은 최근 10년간 보육 인프라 투자에만 집중됐고 육아 당사자와 전문가가 중요하게 여기는 성 평등, 일·생활 균형 관련 정책 투자는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정책적 수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선택과 집중, 분리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출산 대책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뒤섞여 혼란스럽고 부처의 실행 과제들을 망라해놓은 식”이라며 “다양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부처별 끼워넣기식 대책으로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어렵고 쓸데없이 예산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정부 정책뿐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전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 개선 등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도입, 아동수당 도입 등 구체적·실질적인 정책을 설계하고 부처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새 정부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며 “출산율과 출생아 수 자체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정책이 아닌 출산 및 결혼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립보육시설 이용률 40%까지 확대,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 대상 최장 24개월 임금 삭감 없는 유연근무제 도입, 5세 이하 아동수당 지급,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공약한 바 있어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에 대해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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