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30대들이 확실히 변했다. 
 
  이른바 ‘7080 세대(1970~80년대 젊은 층)’는 대의와 명분을 중시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자신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명분 있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면 정말 온 몸을 던졌다. 지금도 대의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 정도는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민주화 운동이 좋은 예다. 1980년대 20대와 30대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죽음까지 각오하며 군사 독재정권에 항거했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민주화'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 있었던 남북정상 회담 역시 실리보다는 ‘평화’라는 대의가 더 엄중하다고 여겼기에 지지했다. 우리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대결보다는 평화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식들 공부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죽자 살자 고생해도 좋았다. 나보다는 자식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대의라고 생각해서다. 

  그 땐 정말 그랬다. 지금 50대와 60대가 된 지금도 그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20대, 30대가 된 그들의 아들딸들은 완전 딴판이다. ‘명분이 밥 먹여 주냐’는 식이다. 실리와 공정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로 확 변했다.   

  가상화폐 논란 건만 봐도 그렇다. 10% 가까운 실업률에 허덕이던 청년들이 그나마 위안을 삼아보겠다고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그래서 분노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터졌다.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만들겠다고 하자 이들은 이를 자신들의 처지에 빗대며 거세게 반발했다. 단일팀을 구성하게 되면 우리나라선수가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편인 줄 알았던 이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이자 청와대가 화들짝 놀랐다.  

  무슨 말이겠는가. 공정하지 않은 룰로 더 이상 손해를 보면서까지 대의명분 따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시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예전에는 ‘흙수저’라도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었다. 하여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나왔다. 정말 그랬다. 수많은 ’개천의 용‘들이 산업화를 일궈냈다. 노력만 하면 누구라도, 심지어 초등학교 학력을 갖고 있어도 대기업 총수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꿈을 누구나 꿀 수 있었다. 하면 된다는 믿음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통계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계층 이동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간 기업보다 공공기관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매년 넘쳐난다. 공무원이 많은 나라치고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생산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들 모두가 공무원이 된다고 상상해보라. 발전이 있을 리 없다. 

  우리 2030 세대들이 지금 이렇게 됐다. 보수니 진보니 우파니 좌파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진영 간 이념 따위는 내팽개친 지 오래 된 것 같다. 그 보다는 공정하게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기주의 개념과는 다르다.    

  이들은 그래서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기에, 너무나도 쉽게 또는 불합리하게 잘 되는 모습들을 혐오한다. 뭐 좀 해보려고 하는데 태클을 걸며 방해하는 그 어떤 세력도 미워한다.

  아직도 명분을 중시하는 우리 기성세대는 그동안 이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지내왔다. 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자랐다. 이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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