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 與野 선거구도 살펴보니

박경국 전 행안부 1차관(맨 왼쪽),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6·13 지방선거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가운데 충청북도(이하 충북)지역에서는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등 본격적인 선거 채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북지사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이 지사는 공식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 출전이 유력한 상황. 따라서 이 지사를 꺾을 대항마가 누구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충북지사 선거판이 점차 달궈지는 모양새다.

충북, 역대 3선 도지사 없어···민주당 내 잡음 주목
민주당, 이시종vs오제세···한국당, 신용한vs박경국


163만 충북도민의 미래가치 창출, 행복지수 제고, 지역 발전 도모,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누가 충북지사의 적임자일까.

현재 충북지사 출마 후보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시종 현 지사와 오제세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낸 신용한 전 위원장과 박경국 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1차관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시종 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충북에서는 민선 1~6기를 거치면서 3선 도지사를 배출한 적이 없다. 그나마 제30대·31대 이원종 전 지사와 제33대·34대 이시종 현 지사가 재선으로 3선 고지에 근접한 인물들이다.

3선 도전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이 전 지사는 지난 2006년 1월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해 스스로 고지 직전에서 물러났다.

이 현 지사는 공식적인 도전 의사를 피력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 출전이 유력하다.

이에 맞서 여권 내 오제세 의원이 대항마로 거론됐던 가운데 오 의원은 지난 9일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오 의원은 이미 경선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조직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1당 사수 딜레마
 
그러나 당내 잡음이 변수로 떠오른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 1당 사수 고민에 빠진 것.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으로 2당인 한국당 118석과 불과 3석 차이다. 지방선거에서 현역의원 다수가 출마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제1당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출마를 막기 위한 노력이 감지되고 있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출마해버리면 원내 상황이 위태로워진다”면서 “누가 나가도 당선되는 곳은 현역의원들이 자제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현재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험지가 아닌 곳을 노리는 의원들의 출마 포기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현역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불이익을 줄 전망이다. 현행 당규에 임기의 4분의 3이상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공직자는 공천심사 결과의 10%를 감점하게 돼 있는데, 해당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것.

따라서 민주당 내 ‘기호 1번 사수’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상승세를 탄 오 의원의 입지가 위축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국당, 여권 꺾을 카드는?
 
야권에서는 ‘현역 프리미엄’ 넘어설 만한 인물 카드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시종 현 지사와 오제세 의원에 못 미치는 약세로 분류되는 모양새다.

우선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장관급)이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선 상황. 신 전 위원장은 이시종 현 지사, 오제세 의원이 각각 70세와 68세라는 점을 공략해 49세 젊은 지도자를 자처하며 세대교체 프레임을 앞세우고 있다.

신 전 위원장은 청주 출신으로 앞서 제20대 총선과 지난해 5월 조기 대선 당시 당내 공천권에 뛰어들었으나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또 박경국 전 행안부 1차관이 지난 22일 충북지사 출마를 결심했다. 박 전 차관은 충북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1차관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당내에서는 신 전 위원장과 공천 경쟁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런 구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 박 전 차관을 청주 청원 선거구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따라서 박 전 차관이 충북지사가 아닌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도 부상하고 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거주하면서도 청주 흥덕이 아닌 청주 청원 조직위원장에 응모해 기존 청원 지역 일부 당원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청주 청원 선거구의 ‘박힌 돌’인 황영호 청주시의회 의장은 지난 22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혀 반발을 잠식시켰다.

황 의장은 청주 청원 당권을 기반으로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지만 이번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강력한 청주시장 후보군임은 변함이 없다.

신 전 위원장은 청주 흥덕·청원 조직위원장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충북지사를 하겠다는 정치 신인이 며칠이나 할지 모르는 징검다리를 찾아 보험 들 듯 (당협위원장을) 하는 것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 일각에서는 신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이 한국당의 필승 카드로 볼 수 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7전7승의 ‘선거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이 지사 등 여권의 후보군이 만만치 않아 신진인사보다는 현역의원 등판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의 출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자당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상황에 섣불리 국회의원직을 버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

이에 일각에서는 현역의원·거물급 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이 아니라면 경선 퍼포먼스로 기존 후보군의 인지도 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또 다른 예상 후보군으로는 한국당의 이종배‧경대수 의원 등 도내 현역 의원과 충북 제천 출신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내홍‧통합 사태로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군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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