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비단’, 예기지 못한 이슈들에서 문제가 터진 형국
- 지지율 이동 쉽지 않은 이슈 발굴하고 성과 내야 할 형국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 국정 목표는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다. 집권 1년 차에 ‘나라다운 나라’ 문제를 대략 정리하고, 2년 차부터는 국민 개개인의 복리후생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삶의 문제에서 악재가 거듭 터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50%대 지지율이 나왔고 이번 주 갤럽조사 결과도 64%로 취임 후 최저 지지율이었다. 언론 보도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서 불만으로 나온 이슈들을 모아서 ‘최강비’라는 유행어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강남 집값·비트코인의 준말이다. 이번 여성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논란까지 합치면 ‘최강비단’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강비단’, 다른 사정이 있는 문제지만...
 
최저임금 문제는 보수 언론과 재계에서 작정하고 달려드는 문제이고, 보통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러나 보수 언론이 이 문제에서 각을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지는 않을 거라는 시선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에서 먼저 해 본 일이다.
 
그것과 한국 사회 특성을 종합해 보면 대략의 그림이 그려진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서만 실질적 급료 인상이 이루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반면 업체의 편법 대응 때문에 노동조건이 더 나빠지거나 일자리를 잃는 이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례는 최저임금 상승 자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드라마틱하지는 않을 거라고 시사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가 홍보하는 대로 ‘소득주도 성장’이 이루어지는 효과도 미미할 수 있지만, 보수 언론과 재계의 주장처럼 무슨 재앙이 벌어지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문제 보도 등을 보며 주류 보수 언론의 아젠다 세팅 능력의 상실을 보는 이들도 많다. 더 이상 그들이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기에 정부 비판의 논점을 ‘막 집어 던지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게 지금 정국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임기 내내 작년과 같은 급격한 비율로 인상을 시행하여 대선 공약처럼 ‘1만 원’을 달성하게 된다면 계속 논란거리가 되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정말로 그 길을 갈지도 의문이다.
 
강남 집값의 경우 정부 지지율을 흔들 만한 문제가 되는지가 다소 의문이긴 하다. 서울지역 아파트만 해도 해당하는 사람들은 일부가 될 텐데, 강남 집값 정도가 되면 사실상 너무 협소한 문제다. 그런데 그 협소한 문제에 정부와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너무 많은 것을 거는 듯한 인상이다.
 
아마도 그들은 ‘참여정부의 전례’를 떠올릴 것이다. 참여정부 역시 서울지역 아파트 시세, 특히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집어보자면 참여정부 역시 ‘사실상 아주 소수 인원에 해당하는 문제였던 강남집값을 잡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시장은 반대로 반응해서 신망을 잃은’ 상황에 해당했다.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의 상당 부분을 투기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부 부동산전문가들은 실수요의 문제라 본다.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만약 정말로 강남 집값을 잡고 싶다면 강남의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재건축하거나 서울의 다른 지역 몇 군데를 강남에 준하는 상징가치를 지닐 수 있는 지역으로 조성하는 것이 더 정석적인 방법이다.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었다가 최근 이탈의 흐름이 일부 감지되고 있는 2030세대를 위해서는 1인가구, 2인가구를 위한 7평짜리 원룸, 12평짜리 투룸 같은 것들이 임대주택으로 더 많이 공급되는 것이 좋은 일일 것이다. 어찌보면 큰 일이 아닐 수 있는 문제를 정부가 너무 교조적이고 경직된 대응으로 신망을 잃는 문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비트코인과 단일팀 문제는 함의가 다르다. 가상화폐 문제는 향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이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혼선을 줬다는 것은 실수이긴 하나,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정부 탓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인들이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전해 간 상황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투기 열풍에 편승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제어한 측면이 있다.
 
새시대 인정하고, 성과 위해 노력 할 때
 
반면 단일팀 문제는 정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발이기에 아쉽다. 정부는 남북 단일팀이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부에겐 여전히 그렇겠지만, 대다수에겐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메달권 아니다’ 운운한 이낙연 총리의 큰 실수가 여론을 현저하게 악화시켰다.
 
향후엔 스포츠 영역이 정치 이벤트에 희생되기를 원하지 않고,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이 선수 개개인에게 희생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자유주의자들의 탄생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감수성과 권리의식을 대변하는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을 점유하고 있는 50대와 40대들이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였던 70대들만을 ‘구악’으로 보지 말고 자신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야 하는 기성세대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처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예상치 못한 지지율 하락에 다소 허둥대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2년 차 국정 목표에 대해 다소 조바심을 느끼는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지면에서 여러 번 현 정부가 결국 경제적 문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의회 구조상 그게 쉽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 정부도 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기에 아직까지 여느 정부의 평균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에 민감한 것일 터이다.

지금까지는 야권이 지리멸렬했고, 현재 불거진 이슈들의 특성상 야당으로의 지지율 이전이 쉽지는 않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핵심적인 추진 과제들을 추려서 그것들만이라도 의회의 적극적 협조를 구하는 식의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폐청산만으로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상당수 중도파 생활인들은 어느 순간부터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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