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개혁신당을 추진 중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안 대표와 ‘보수의 심장’인 TK 맹주를 꿈꾸는 유 대표의 정치실험은 험로가 예상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라는 가치 중심적 정당으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승리도 요원하다. 신당의 출현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 희비를 교차하게 만들고 있다. 3당 체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여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할 공산이 높은 반면 한국당은 텃밭 수성도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안철수 정치 실험’이 보수대안 정당으로 서기도 전 전통 보수 세력을 궤멸시킬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 보수의 심장 TK ‘경쟁력 있는 후보 영입’ 여당 ‘반색’
- 민주당 출신 安 보다 한국당 출신 劉의 영남 보수층 ‘잠식 효과’↑

 
안철수-유승민 양 대표의 정치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든 안 대표와 한국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유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2월 초까지 통합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을 공식선언한 후 두 대표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와 진보 진영의 본산인 광주를 번갈아 방문해 통합신당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지방선거를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데다 집권 여당의 강세 속에 선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민주당을, 유 대표는 한국당을 견제해 제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강조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단 호남에서 안 대표보다 TK에서 유 대표의 호소 전략이 통하는 분위기다.
 
‘반사이익’에 ‘어부지리’로
한국당 고사 위기

 
2월24일 국회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장에서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대구시장 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를 내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유 대표가 화답한 셈이다.
 
이어 유 대표는 “영남 보수가 한국당이 과연 자기들을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대표하는 정치세력이냐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음 총선에서 그분들한테 과연 누가 보수를 대표할 수 있느냐, 누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 호소하면 바뀔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2월25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정당 지지도’조사도 한몫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TK에서의 통합신당 지지율은 19.8%, 통합 이전 지지율 대비 9.2%P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당의 TK 지지율이 25.5%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지지율은 23.3%로 뒤를 이었다. 단순 정당 지지율이지만 오는 지방선거에서 ‘해볼 만하다’는 긍정적 사인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가 “TK에서 한국당, 민주당, 통합신당 3파전으로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통합신당 후보가 대구에 출연할 경우 결국 ‘어부지리’로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오히려 통합신당에서 한국당 소속 단체장 지역에 후보를 내준다면 특히 대구같은 경우 김부겸 장관이 아니더라도 여당 후보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통합신당 후보 출현이 민주당 지지표보다 한국당을 지지했지만 ‘마음 둘 데 없는 보수표’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당 소속 단체장 지역인 경기도 남경필 지사, 인천 유정복 시장, 부산 서병수 시장, 홍준표 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경남지사까지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영남 전통 보수층을 중심으로 유승민-안철수의 통합신당이 보수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기 전 보수의 궤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출하는 이유다.
 
‘한국당을 문 닫게 하겠다’고 밝힌 유 대표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대표도 1월23일 광주를 방문해 통합신당관련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적폐 세력과 손을 잡는다’, ‘대선을 위해 호남을 버리는 것 아니냐’고 통합반대파에서 주장하는데 악의적인 왜곡이다”며 “우리의 목표는 자유한국당을 압도하고 누르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잘 드러난다. 당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은 26.7%를 얻어 민주당을 앞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지역에선 28석 의석 중 23석을 얻었고, 정당투표에선 46.1%를 획득해 민주당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그런데 국민의당 선전에 유탄을 맞은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승부처인 수도권을 보면 서울(49석)에서 정당투표 득표율은 새누리 30.8%, 국민 28.8%, 민주 25.9%다. 그런데 의석은 새누리 12석, 민주 35석, 국민 2석이다. 경기도(60석)도 다르지 않다. 정당투표 득표율은 새누리 32.3%, 국민 26.9%, 민주 26.8% 순이다. 그런데 의석은 새누리 19석, 민주 40석, 국민 0석이다. 국민의당이 지역적으론 호남을 기반으로, 이념적으론 중도를 장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1당이 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 대표의 호남에서 ‘여당 견제론’은 한 풀 꺾이고 오히려 유 대표의 영남에서 ‘한국당 견제론’이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는 총선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 조기 대선을 치루면서 이뤄졌다. 호남 민심이 확 바뀐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전국적으로 41.1%, 안철수 후보는 21.4%를 득표했다. 하지만 호남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61.7%를 기록한 반면, 안철수 후보는 27.9%를 얻는 데 그쳤다. 최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각각 67%와 59.8%로 하락했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강고하다. 갤럽 90%, 리얼미터 70% 수준을 유지했다.
 
통합신당 출현 3당 체제,
與 ‘꿩 먹고 알 먹고’

 
결국 안철수-유승민 정치실험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보다 한국당 후보에게 위협적일 공산이 높다.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통합이 결국 보수표 잠식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호남 등 진보 진영은 이미 안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고 안 대표 역시 호남에 대한 미련을 접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여권보다는 야권 분열로 인식되면서 지방선거에서 반사이익은 여당이 가져갈 공산이 농후한 상황이다. 특히 여당은 통합신당 출현으로 장밋빛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원내 1당 사수’도 가능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121석, 한국당 118석으로 3석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여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출마로 거론되는 인원만 17명에 이른다.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는 데다 하반기 국회의장도 야당으로 넘겨줄 수 있다. 지방선거가 양강 구도로 흐를 경우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들의 차출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구 김부겸, 부산 김영춘 차출론이다. 하지만 통합신당이 한국당 단체장 지역에 후보를 낼 경우 ‘현역 차출론’ 요구는 수그러들 수 있어 여당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신당 출현으로 선거 승리와 원내1당 사수까지 1석2조 효과를 노려볼 만한 터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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