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 권리 보다 산업계 의견이 더 중요?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실측·통계 자료들 미온적 태도 논란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뿌연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정부기관들의 미온적 태도가 논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발(發) 미세먼지와 국내 제철소와 석탄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연기 등이 미세먼지 발생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를 관리하는 정부기관의 실측·통계 자료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며, 자료들 대부분이 물질별 배출량 세분화가 되지 않고 있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늘고 작은 먼지들을 ‘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관을 통해 폐 속으로 침투해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 당 173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으며 ‘매우 나쁨’ 단계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중국서 우리나라로 바람 길이 열리면서 고농도 오염물질이 추가로 넘어와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고 건강에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가 다량 유입돼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이런 가운데 곳곳에서는 대책 마련과 다양한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 발(發) 미세먼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발생 미세먼지도 일정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목되고 있지만 특히 제철소, 석탄발전소 등 제조사들의 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 감축 30%를 목표로 발전·산업·수송 부문 등 주요 대책을 발표했다. 또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도권에 응급조치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388개 공사장 운영을 단축 조정했다.
 
취지와는 상이
 
문제는 이런 대책 마련과 원인 발표에도 미온적인 정부기관들의 모습이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제조업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발생량 등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의 실측·통계 자료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경영실이 관리 및 발표하는 ‘환경정보공개시스템’을 검색해보면 이 같은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2018년 새해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자료만 존재했다. ‘환경정보공개시스템’ 제도 목적은 환경경영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추진 의지를 제고하고 국민과의 환경소통을 활성화해 사회 전반의 환경경영 기반 조성 및 자율적 환경관리체계 구축, 금융기관에 검증된 환경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친환경기업에 대한 녹색여신 및 녹색투자 활동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취지와는 달랐다.

또 구체적인 물질별 배출량이 아닌 총합으로 기재돼 있어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이뿐만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하는 국가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조회와 ▲물질별 ▲부문별 ▲시도별 ▲배출량 통계 ▲배출량 통합검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조회년도는 2014년에 머물러 있어 최근 3년간의 통계는 볼 수 없었다.

‘다양한 배출량 통계와 배출량에 적용된 세부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부, 각 지자체, 학계 연구자, 대국민 등 통계이용자의 만족도 제고와 정보공유를 통한 고품질의 배출량 생산에 기여’라는 국가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서비스 소개 글과는 상이했다.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한 빠른 정보공개와 이를 기반으로 한 미세먼지 대책마련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대목이다.
 
억울한 정부기관
 
일요서울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이런 문제의 발생 원인에 대해 문의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늑장 공개가 아닌 절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에 따르면 2016년도 정보는 기업에서 2017년 6월까지 입력을 하도록 돼 있다. 이후 자료를 받아 검증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보통 2018년도 1~3월에 공개된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년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당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너무 늦지 않냐는 질의에 “이런 시기를 당기려는 것은 환경부와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사업장 기준으로 9000여 개가 된다. 9000여 개가 되는 곳을 검증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9000개 사업장의 미세먼지만 보는 게 아니라 항목이 최대 21개가 있다. 그 항목을 일일이 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 등 다른 목적이 있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다 보니 1년 여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특히 배출량 세분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 때 대기오염 배출량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하는 것은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걸로 산업계와 협의됐다. 당분간은 총량으로 공개하고 물질별로 공개하는 것은 협의해야 한다. 아직은 협의를 하지 않았고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얘기를 하기로 약속돼 있다”고 전했다.
 
국민들의 알 권리가 주 취지인데 산업계 의견만 수립하는 이유에 대해 “보통 제도를 도입을 할 때는 정부에서 주체적으로 하는 게 아닌 산업계 의견을 수립 한다. 기업들이 물질별로 한다는 게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총량으로서 공개를 하고 단계적으로 공개를 했으면 좋겠다는 산업계 의견이 있었다. 이는 정부와 산업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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