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성전자 투자약속 13년 불이행에 대책 없는 시 행정
대구은행에 밀려난 경쟁업체 '벙어리 냉가슴' 앓는 내막 

[일요서울 ㅣ이범희/오두환 기자] 대구시(시장 권영진)가 잇따라 불거진 특혜 논란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대구시가 분양했던 일부 부지와 관련해 특정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역 시민단체인 대구경실련은 대구시가 2004년 분양 한 희성전자 공장 부지에 대해 현재까지도 반환 요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의심했고, 이시아폴리스 주변 상인들은 2016년 대구시가 DGB대구은행에 분양한 땅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구시를 둘러싼 불편한 특혜 논란에 대해 추적해봤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희성전자는 대구시민 세금이 투입 된 성서 3차 산업단지 내 유휴부지를 반환하라'고 했다. 관련 자료 일부를 공개한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사 희성전자 부지에 대한 이야기다.
희성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구본능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다.

희성전자는 2004년 10월 대구 달서구 호산동 옛 삼성상용차 부지에 입주하면서 대구시로부터 산업단지 조성비용인 1㎡당 45만 원보다 절반이상 싼값인 22만 원에 10만㎡를 분양받았다. 분양조건은 3년 내 공장건립, 7년 이내 매각·임대 금지, 환매권 설정 등기 등이다.

하지만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희성전자는 이 부지의 30%만 공장을 건립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처음 약속과 다른 부지 이용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을 위해 시민의 세금까지 투입해 기업에게 지원한 부지가 자칫 ‘땅장사’용으로 악용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땅장사 의혹이 제기되자 대구시는 2011년 3월 유휴부지 반환 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희성전자는 또 다시 ‘3년 이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3만5000㎡ 부지에 공장이 아닌 야구장을 조성했고 현재 이 땅에 대한 2017년 공시지가는 1㎡당 80만6000원으로 올랐다. 분양가의 3.64배에 이를 정도로 땅값이 치솟은 셈이다.

 유휴부지 반환 요청에도 ‘묵묵부답’

아울러 산업용지 공급 등에 관한 법규에 따르면 7년 동안 매매와 임대 등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지만 이 기한이 지나면 처분이 가능한데 조성원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특혜 분양받은 희성전자는 2012년부터 이 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갖게 됐다.

실제 희성전자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동안 재산권을 확보한 7만여㎡의 땅을 처분할 경우 생기는 이익금을 계산해 보면 평당 조성가와 분양가의 차익만 고려해도 약 146억 원에 달하고 현 시세를 적용할 경우 600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구시는 부지 특별 분양 이후 희성전자에 공장 건립, 부지 반환 등 분양 조건 이행을 여러 차례 독촉했지만 실행된 것이 없다. 본지가 대구경실련 홈페이지를 통해 얻은 대구시가 희성전자에 보낸 마지막 문서 ‘산업용지 유휴부지 반환 검토 협조요청’을 보면 공장설립이 불가능할 경우 ‘유휴 부지를 반납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을 뿐 이를 실행하는 조치는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희성전자가 대구시에 제출한 ‘신사업 투자계획 및 활용방안의 건’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시는 부지 반납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2011년 이후 희성전자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희성전자 임원 원스톱기업지원과장 등의 간담회’ ‘대구시장·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간담회(2015년)’ ‘희성전자 대표·경제기획관 등의 간담회(2015년 9월)’등 3차례의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현재까지도 공장 건립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권한과 시기를 놓쳐버린 대구시는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만 자초한 꼴이 됐다.

또 특혜 시비…무슨 일

대구경실련 측은 성명을 통해 “조성원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특혜 분양받은 희성전자는 2012년부터 이 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자칫 잘못되면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을 위해 시민의 세금까지 투입해 기업에 지원한 부지가 ‘땅장사’용으로 악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장 건립을 조건으로 부지를 조성 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특혜 분양받고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를 하지 않고 부지를 대구시에 반납하지 않는 희성전자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몰염치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대구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동산 특혜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본지는 앞서도 희성전자 특혜 분양과 유사한 내용의 제보를 받은 바 있다. 제보는 대구시가 대구은행에 특혜를 주기 위해 무리한 상업용지 용도변경을 추진, 손해를 자처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전해 줄 또 다른 투자자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대구은행을 위해 해당 투자 제안을 묵과했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2015년 대구시는 이시아폴리스 부지 일부를 상업용지에서 산업용지로 용도 변경 했다. 이후 이 부지에는 DGB혁신센터(대구은행 IT센터)공사가 한창이며 주변 상인들로부터 특혜 논란에 빠졌다.


실제 대구시는 2016년 3월 말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내 마지막 남은 대규모 상업용지를 산업용지로의 용도변경을 추진하면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당초 이 부지는 이시아폴리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8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 문제와 인근 주민 민원 등으로 사업이 중단 돼 상업용지로 일반에 분양키로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장기간 방치된 미분양 용지 3만9000㎡(1만2000평)가운데 일부 매각된 9900㎡(3000평)을 제외한 2만9752㎡(9000평)을 산업용지로 변경하는 기구단위 변경고시를 냈다.

이후 대구시는 2015년 12월 이 부지를 대구은행 전산센터 건립을 위해 분양키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총 970억 원을 들여 올해 4월부터 오는 2019년 1월까지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2개동 DGB금융그룹 IT센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IT센터에는 500여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구시가 감정가격인 3.3㎡(1평) 기준 480만 원인 상업용지를 235만 원의 산업용지로 변환해 대구은행에 분양하면서 이사아폴리스는 122억 원이 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주주사들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일부 주민들은 “부지를 기존 가격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은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구시가 용도변경으로 인근 상업용지 부동산 가격 하락은 물론 주거 여건까지 악화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같은 기간 지역의 한 투자자가 해당 부지에 투자 의향을 제안했지만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 키웠다.

이 투자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해당 부지) 투자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 대구시가 차일피일 미루며 거래를 (하려)하지 않았다”며 “어느 날 대구은행IT센터 건립 유치 사실을 듣고 황당했다”고 했다. 이어 “대구시의 최종 답변은 산업용지 특성 상 매매단지는 들어갈 수 없어 허가할 수 없다는 형식적인 답변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대구 현장을 찾은 일요서울은 이 투자자의 측근 중 한 명인 C씨를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2016년 6월 지역 내 복수의 매체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상세히 전한 뒤 이 업체 철수와 관련해 믿기 어려운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특혜 시비는 물론 향후 검찰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투자자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C씨는 본지에 “(대구시가) 수성구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주겠다고 회유해 물러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투자자는 이 발언과 관련해 본지의 전화인터뷰에서는 부인했다.

투자자로부터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확인 취재는 어려웠지만 C씨와의 대화에서 이런 사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이 업체가 이시아폴리스에 입주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부대비용으로 쓴 돈이 1억 원이 훌쩍 넘는데 한 푼의 보상도 받지 않고 떠났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의혹은 충분하다는 것이 C씨의 주장이다.

C씨는 재차 진행된 전화인터뷰에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한 푼도 못 건지고 떠났다면 나 같으면 대성통곡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냥 조용히 물러난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분명 보이지 않는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고 확신했다.

대구시청으로 향한 비난의 화살

한편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대구시청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변인실을 통해 담당부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시아폴리스 투자자 회유 논란과 관련해 담당부서 관계자는 “저희와는 전혀 상관없고 모르는 이야기다”며 “(그 투자자를 위해) 별도의 대체부지를 주겠다는 것은 우리 부서는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의 경우 알파시티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이곳은 대구경북청이 주관하는 것이지 대구시와는 무관함을 재차 강조했다.

희성전자 부지 반환을 담당하는 부서 담당자는 “2011년을 끝으로 특약이 만료된 상태라 현재로서는 희성전자에 독촉을 할 명분이 없는 상태다”며 “여전히 희성전자에 공장 건립을 이야기하지만 (시도) 가운데서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시인했다.
권 시장의 공약 때문에 대기업 유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시의 무능 지적에 대해서는 “(권) 시장과 희성전자 관계자가 몇 차례 만남을 통해 지속적인 조율은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희성전자의 공장설립 약속만을 믿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결국 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대구시로 쏠린다. 권 시장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대기업이 대구에 둥지를 틀면 용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인건비도 지원하겠다’, ‘(대기업이) 대구에 와서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으면 보전해 주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 무상 제공, 보조금 지급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은 권 시장의 대기업 유치 공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권 시장이 말한 ‘손해보전’이 법령이 정한 보조금 외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심각한 문제다. 

<공동취재=이범희·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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