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비상, 정면대응 시사…산업 시장 충격 속 타격 최소화 고심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공식 발동했다. 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와 세이프가드 조치로 통상 압박을 본격화 한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보호 무역 기조가 확인된 이상 정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수출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우리 기업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 “WTO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 과도한 조치”
中 “휘두를 몽둥이 많다”…미국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관세폭탄을 물리는 미국 통상법 201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그러면서 “(세이프가드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삼성과 LG를 직접 거명하며 “이것이 LG와 삼성이 미국내에 대규모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지킬 강한 유인책(incentive)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공정한 무역의 원칙을 지키고 미국과 미국 기업들이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할 수 있는 무역 장벽 가운데 한 가지다.

세이프가드 발동 후폭풍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관련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대미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번 조치로 향후 매출 상승 기조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이프 가드 발동에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LG전자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LG전자가 세탁기 가격 인상 방침을 미국 내 소매점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LG 측은 “(현재까지) 인상안이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양자협의를 요청하고, 세이프가드 영향권인 산업계와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미국 행정부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및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부과 결정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양자 협의를 개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양자 협의 요청은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에게 충분한 사전 협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 세이프가드 협정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관련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 과도한 조치라는 점을 지적, 완화 및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 세이프가드 협정 8-1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의 제공도 요청하고, 미국 정부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세이프가드 협정 8-2조에 따른 양허 정지도 적극 추진하는 등 WTO 협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미국 안팎으로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휘두를 몽둥이’가 많다고 강조하면서 보복 수단으로 미국산 자동차, 육류 등 판매 규제는 물론 미국 국채 매각까지 거론한다.

특히 미국 안에서도 칭찬보단 비판적 시각이 많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4일 ‘트럼프의 새 관세가 미국을 해칠 것’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 기업 보호를 위해 1974년 법안을 소환해 새 관세를 발표했는데 이는 큰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에 한국 기업은 위기 상황에 몰려있고, 정부에는 책임론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있을 양자협의 결과와 중국 등 관련국들의 대응에 따라 형세가 급변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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