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명백한 재난상황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찬반 의견 팽팽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한 반응은 긍정과 부정 평가가 팽팽하다. ‘잘한 정책’이라는 칭찬이 있는 반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많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17일, 18일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했다. 일주일 새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사용된 세금만도 15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서울시의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논란을 들여다 봤다. 

서울시, 세 차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세금 150억 사용
정치권 등 대중교통 무료 정책 실효성·포퓰리즘 지적도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은 당일(0~16시) 미세먼지 평균농도 50㎍/㎥ 초과와 익일 예보 나쁨(50㎍/㎥ 초과)이 동시에 충족될 때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시민참여형 차량 2부제, 출퇴근 시간(첫차~오전 9시, 오후 6~9시) 대중교통 무료 운행, 시·자치구·산하기관 등 공공기관 주차장 전면폐쇄와 출입차량 2부제, 공공기관 운영 사업장과 발주 공사장 가동률 하향조정 또는 조업단축, 비산먼지 발생공정 중지 등이 시행된다.

‘잘한 정책’ 49.3%
‘예산 낭비’ 43.5%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평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자율 차량 2부제와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운영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 보면 ‘효과가 설사 작더라도 대책을 강구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므로 잘한 정책으로 보인다’는 응답이 49.3%였다. 반면 ‘효과가 작고 예산 낭비를 초래했으므로 잘못한 정책으로 보인다’는 43.5%였다. ‘잘 모름’은 7.2%였다.

서울 응답자에서는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48.9%, '잘못한 정책'이 47.5%로 긍·부정 평가가 거의 비슷했다. 경기·인천 응답자에서는 ‘잘한 정책'이 48.9%로, ‘잘못한 정책(40.1%)'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우세했다.

서울과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응답자 전체로 보면 ‘잘한 정책'이 48.9%로, ‘잘못한 정책(43.1%)'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대구·경북이 지방 중 유일하게 ‘잘못한 정책’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74.5%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 이하와 60대 이상이 뚜렷한 인식차를 보였다. 40대(잘한 정책 63.9% vs 잘못한 정책 31.3%)와 30대(58.4% vs 32.2%), 20대(55.3% vs 39.1%)에서는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다수거나 절반을 넘은 반면 60대 이상(29.9% vs 60.7%)에서는 '잘못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50대(잘한 정책 45.1% vs 잘못한 정책 48.3%)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팽팽한 가운데 부정평가가 다소 우세한 양상이었다.

직업별로는 사무직(잘한 정책 57.7% vs 잘못한 정책 36.2%)과 노동직(62.1% vs 34.5%) 등 직장인은 대부분이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한 반면 가정주부(35.6% vs 54.0%)와 학생(36.5% vs 56.9%)에서는 ‘잘못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자영업(잘한 정책 48.2% vs 잘못한 정책 50.3%)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팽팽했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잘한 정책 72.9% vs 잘못한 정책 22.5%)에서 70% 이상이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고 정의당 지지층(52.4% vs 45.9%)에서도 ‘잘한 정책'이란 긍정평가가 절반을 넘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잘한 정책 13.6% vs 잘못한 정책 75.4%)과 바른정당(20.2% vs 73.3%) 지지층에서는 70% 이상이 ‘잘못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지지층(34.2% vs 59.3%)과 무당층(35.1% vs 55.2%)에서도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잘한 정책 62.9% vs 잘못한 정책 29.0%)과 중도층(52.2% vs 42.7%)에서는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이거나 우세한 반면 보수층(27.7% vs 68.8%)에서는 ‘잘못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1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808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8087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6.2%였다. 무선(10%) 전화면접과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지난해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박 시장 “늑장대응 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그 중에서도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운영 정책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비상저감조치를 세 번 발령해 하루 50억 원씩 약 150여억 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 비용을 재난안전기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는 재난안전기금으로 2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월 중에만 벌써 기금의 절반 이상을 사용한 만큼 부족할 경우 서울시는 이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문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의 실효성이다. 지난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서울시내 지점별 출근길 도로교통량은 13만1040대로 지난 4일 13만4210대에서 3170대(2.36%) 줄었다. 시는 전주 목요일인 첫 번째 비상저감조치 발령인은 11일은 한파로 인한 교통량 감소로 비교가 곤란해 2주 전 목요일인 4일과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근길 도로교통량 감소율 2.36%는 2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7일 출퇴근길 합산 도로교통량 감소율 1.73%에 비해 상승한 수치다.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운행으로 대중교통 이용객도 점차 늘고 있다. 시는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자율 2부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퇴근길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하고 있다.

이날 출근길 첫차부터 오전 9시까지 시내버스 승객은 96만2889명으로 지난주 목요일인 11일 당시 90만9650명에 비해 5만3239명(5.9%) 증가했다. 승객 증가율 5.9%는 1차인 15일 0.05%와 2차인 17일 3.2%에 비해 높아진 수치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승객도 108만5677명으로 11일 103만6048명에 비해 4만9629명(4.8%) 늘었다. 이는 15일 2.1%, 17일 4.4%에 비해 상승한 수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미하나마 도로교통량이 감소하면서 대중교통 이용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기도, 인천 등의 지자체 동참 없이는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문제는 관련 지자체장들과 정치권에서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운행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되자 박원순 시장은 지난 2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2010년에만 1만7000명이었다. OECD는 2060년에 5만2000명까지 늘어난다고 경고한다”며 “미세먼지로부터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금은 명백한 재난 상황이다. 공중에 떠다니는 침묵의 살인자, 일급 발암물질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자율 차량2부제를 독려하는 차원의 대책인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1일 50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에 정치인들이 반발하자 박 시장이 직접 공식석상에 나서 반박을 내놓은 것이다.    

박 시장은 또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며 “논쟁보다 행동이 필요하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항변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서울시가 취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발 미세먼지가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의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날씨 등의 영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미세먼지의 40%~70%는 중국 발이라는 게 중론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2000년대 초반에는 51~61㎍/㎥에 달했는데 수도권 대기환경관리기본계획 시행 등으로 2007년부터 감소하다 2013년부터 중국 발 미세먼지로 인해 그 오염도가 심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 적극적인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반도 내 원인도 거론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한반도 미세먼지 저감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우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도·시 정부 간 협력체계 구성이다. 

지난 2014년 4월 3일 중국 베이징시 정부의 초청으로 베이징시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왕안순 베이징시장과 ‘대기질 개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양 도시 대기개선 정책·기술·정보·인적 교류 및 협력,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내에 환경팀 신설, 서울-북경이 주도하는 동북아 대기질 개선 포럼 공동 개최 등이다. 

중국 베이징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타 외국도시와 협력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서울시는 그해 6월 산둥성과 대기질 개선 협력 MOU를 체결했다. 박 시장은 11월에 다시 한번 중국으로 건너가 ‘서울시-산둥성 환경기술 협력 포럼'에 참석해 대기질 개선을 위한 국내 유명 기업의 기술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서울시는 2016년 5월에는 ‘2016 동북아 대기질 개선 국제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 경기, 인천, 베이징, 톈진, 상하이, 저장성, 쓰촨성, 지린성, 구이양, 선전, 홍콩(중국), 도쿄, 기타큐슈(일본), 울란바토르(몽골) 등 동북아 4개국 15개 주요 도시가 참가하는 이 대기질개선 협의체는 궁극적으로 중국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최근 2년 동안 이 같은 협력 관계에 휴지기가 있었지만 서울시는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다만 한중 관계 복원 과정에서 현재 중국에게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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