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중재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통합에) 함께 해준다면, 2월 13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사퇴를 만류한 많은 분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제 사퇴가 더욱 많은 분이 함께하는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저는 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이 이처럼 풍파를 겪는 상황 속에서 중심을 굳건히 지키며 중재에 애써주시는 분들께는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분들이야말로 다당제를 지켜내는 수장"이라며 "국민정치 시대를 여는 길에 함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안 대표의 이같은 ‘배수진’에도 정작 중재파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안 대표가 일단 겉으로는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이미 '조기사퇴'라는 개념과는 멀어진데다, 중재파 합류를 조건으로 내걸어 자신의 거취보다 중재파 결단을 먼저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재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사퇴 시점으로 밝힌) 2월13일은 통합 전당대회 아닌가"라며 "통합을 결의해버리면 국민의당은 소멸되고 대표직도 소멸되는데 무슨 사퇴 개념이 있을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부의장은 이어 안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전혀 의미가 없다"며 "반대파들과 될 수 있으면 쪼개지지 않으려 우리가 중재를 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쪼개지는 게 기정사실이 돼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두 당이 통합 전당대회를 해 당이 바뀐 이후에는 안 대표 사퇴의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평화당 역시 안 대표의 통합전당대회 직후 사퇴 의사 표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안철수식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평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이날 중앙운영위원회 비공개회의 직후 "안 대표가 중도파 의원들의 통합 참여를 조건 붙여서 13일 합당 전당대회 직후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한마디로 중도파 유인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 사퇴 선언의 중도파 설득 효과에 대해서는 "일부 중도파 의원들은 13일 이후 사퇴하겠다는 것에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들었다"며 가능성을 좁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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