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신문사는 무술년 새해 여의도 정치를 움직이는 2000여 명 국회 보좌진들의 애환을 담는 ‘보좌관 칼럼’을 선보입니다.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를 움직이는 보좌진들의 숨겨진 애환을 진솔하게 전해드립니다. 일요서울신문사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군왕은 무치’ 왕은 부끄러움이 없다지만…
- ‘전략’인지 승리만을 위한 ‘꼼수’인지 의문

 
지방선거에 나선 여당 후보들 사이에서 친문마케팅이 대세다. 자타 공인하는 노무현, 문재인 그룹이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등 돌렸었거나 거리를 두던 사람들까지 친문을 자처하는 것을 보면 한국정치가 참 가볍고 부끄러움은 왜 국민의 몫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군왕은 무치라는 말이 있긴 하다. 왕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왕은 여자를 밝혀도 사치를 부려도 폭정을 휘둘러도 다 나라를 위한 것이기에 부끄러울 일이 없다. 나라가 내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당했다.
 
여의도 정치도 비슷한데 약간 더 나아가서 후안무치한 면이 있다. 말 그대로 낯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 심지어 그래야 정치 자질이 있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는다.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부류들이 대부분 낯이 두껍고 부끄러움도 없다. 요즘 몇몇 후보들의 친문 마케팅이 바로 이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 후보는 이렇듯 관전하는 국민들까지 부끄럽게 하는 태세전환도 불사하며 친문마케팅을 하고 있다. 사실 선거를 앞둔 후보자 입장에서 보면 현명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지지도 60~70%를 넘나들며 인기 좋은 대통령을 이용한 후광효과는 선거 전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 여왕으로 불린 것도 이런 후광효과, 친박 마케팅의 위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이전까지는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불패의 선거여왕이었다. 친박 마케팅은 역사상 유례없을 ‘친박연대’라는 정당까지 탄생시킬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친박 마케팅 이어
‘친문 마케팅’ 독약론

 
과거에 친박 마케팅이 통했던 것처럼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친문 마케팅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대통령 지지도와 당 지지도, 지리멸렬하며 이합집산 중인 야당을 고려하면 지방선거는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제1 야당 대표가 겨우 6개 광역단체장 승리에 대표직을 걸고 배수진을 칠 정도로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친문마케팅과 같은 전가의 보도조차 쓸 수 없는 야당이 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화 이후 역대 선거에서 YS, DJ, JP와 같은 정치거인들 뿐 아니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인기 정치인들은 후보자와 함께 찍은 홍보용 사진으로 자주 등장했다. 측근이나 자당 후보자가 출마를 앞두고 인사를 오면 덕담을 해주고 홍보용으로 쓸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 가장 큰 지원방법 중 하나였다.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일괄사퇴를 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의 장도에 오를 참모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면담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과 사진을 찍어줬다고 한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이 사진들이 유용하게 쓰일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눈에 뻔히 보이는 사진 한 장이 무슨 효과가 있겠나 싶지만 의외로 정치인의 주장, 선전은 생각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이 여러 논문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친문이 아니라도 자꾸 ‘나도 친문’하면 유권자의 친문 정서를 유인하는 효과 정도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진짜 친문세력이 기가 막혀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유권자의 심리란 게 반복되는 메시지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머리 속에 자리를 잡으면 웬만해서는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치 메시지는 바로 이 부분을 노린다. ‘아무 말’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는 친문 마케팅이 후보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인기에 기대어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유권자 반복되는
메시지에 쉽게 ‘현혹’
 

요즘은 인터넷쇼핑몰에서 운동화를 하나 사더라도 위, 아래, 앞, 뒤에서 찍은 고화질의 상품사진과 상세한 상품설명, 착용한 사진까지 제공된다. 구매 전에 상품 구매후기를 뒤져보고 검색 사이트에서 비교검색까지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이 정도 공을 들이는 유권자는 별로 없다.
 
기업은 상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마케팅에 정도(正道)가 없듯이 선거전략에도 정도는 없다. 불법만 아니라면 한 표라도 더 얻어 당선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결국 친문 마케팅이 대의를 담은 ‘전략’일지 승리만을 위한 ‘꼼수’일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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