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허동준 전 동작을 원외당협위원장의 음주운전 사고가 청와대 인사 적체 현상과 겹치면서 정치권에 재차 회자되고 있다. 허 전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음주사고로 인해 동작을 원외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정치권에서는 음주운전 전력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지만 공직 입성을 기다리고 있는 대선 공신들 사이에서는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원외위원장만 7년을 하고 변변한 직을 얻지 못하다가 정권이 바뀐 이후 공직 진출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인사 적체현상이 장기화되자 다혈질인 허 전 위원장이 술김에 사고를 쳤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허 전 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자기 관리를 못한 내 잘못이다”며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허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공신록에 있지만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선캠프 인사들은 ‘제2의 허동준 사태가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 ‘음주 운전’ 사고 청와대 인사 적체에 대한 불만이 원인?
- 청(靑) ‘금융기관’, ‘공공기관’ 수장 임기 보장 분위기 ‘속 탄다 속 타!’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허동준 더불어민주당 전 당협위원장에 대한 대선 공신들 사이에 동정론이 일고 있다. 허 전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회식을 마치고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허 전 위원장은 12월29일 오후 11시쯤 서울 여의도의 한 도로에서 버스와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TV조선에서는 허 전 위원장이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고 경찰서에서 “내가 누군지 아냐”고 ‘갑질 행태’를 보였다고 보도해 비난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캠프에서 있으면서 정권 교체하는 데 일조했지만 8개월째 인사 대기 중인 ‘대선공신’들 사이에서는 “오죽하면 술을 먹고 사고를 쳤겠느냐.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오죽했으면 사고 쳤겠느냐…”
허동준 동정론


문재인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허 전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인 한 인사는 “허 위원장이 기본적으로 다혈질이긴 하지만 2000년 총선부터 배지도 못 달고 정치 건달로 살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내심 공직 입성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청와대 인사 적체 현상이 심해지고 ‘캠코더(캠프, 코드, 더민주) 인사’라는 야권의 비판 때문에 인사가 미뤄지면서 불만이 폭발한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90년대초 전대협 대변인을 지낸 ‘86운동권’ 출신인 허 전 위원장의 삶은 ‘기구하기 짝이 없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허 전 위원장은 ‘무명의 원외위원장’으로서 총선 때마다 ‘전략 공천’의 피해자로서 설움을 받아왔다.

2000년 4월 시작으로 총선과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전략 공천의 벽에 막혀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2000년에는 유용태 전 의원, 2004년에는 이계안 전 의원, 2008년에는 정동영 전 의원, 2014년에는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에게 밀려 출마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런 무명의 허 전 위원장이 지명도를 얻은 2014년 보궐선거 때였다. 그는 7.30 동작을 재보선 당시 ‘운동권 동지’인 기동민 의원과 공천을 놓고 충돌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위원장이었던 허 위원장 대신 전략공천으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공천했다.

기동민 후보는 공천 발표 5일 후인 7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때 허 위원장과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거칠게 항의에 나섰고 결국 회견이 중단됐다.

특히 기동민 의원과 허 전 위원장이 이른바 ‘86운동권’ 동지로 20년 이상 우정을 맺어 온 관계였기에 당시 원칙 없이 진행된 당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동지간 진흙탕 싸움 끝에 공천을 받은 기 의원이었지만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야권 단일후보 경쟁에서 자리를 내줘 출마 자체를 못했고 노 의원 역시 나경원 의원에게 패했다.

2016년 4월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그는 “전략공천으로 동작에 왔던 모든 정치인들이 동작을 버렸다”며 “그로 인해 당원들과 지역위원회는 깊은 실망과 좌절에 빠졌고, 지역민심은 흉흉해졌다”고 천신만고 끝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나경원 현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했다.

이후 허 전 위원장은 작년 5월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특보단 부단장을 지냈고 동작을 원외 당협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당협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야인으로 돌아갔다.

허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음주사고를 치기 전 정치적 재도약을 위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현 정부에서 주요 공직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 것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21대 총선에 동작을에 재도전하는 것이었지만 인사 적체 현상이 장기화되고 허 전 위원장의 다혈질 성향에 음주가 더해져 사고가 터진 것으로 지인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내 인사 적체 현상이 얼마나 심한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8개월간 보여준 인사는 야권의 지적처럼 ‘캠코더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성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맡는 인사로 청와대 및 정부 요직을 채웠다. 공공기관장 인사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장에 김효석 전 공동선대위원장,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김용익 전 의원,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김형근 전 원내대표 비서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에 권인숙 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가 임명됐다.

이 밖에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철도공사 사장 복수로 거론되는 오영식 전 의원,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최규성 전 의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상직 전 의원, 한국마사회 회장 김낙순 전 의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승남 전 의원 등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캠프 내 본부장급 이상, 교수 등 전문가 집단, 고위공직자출신 인사가 이제야 윤곽이 들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공석인 공공기관 인사가 상당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허 전 위원장처럼 전문가 집단이나 전직 정치인, 고위관료가 아닌 ‘생계형 정치 건달’로 전락한 인사들은 자리를 찾아가기가 훨씬 더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부산하 기관이나 공공기관(준공공기관 포함)을 제외한 정부 입김이 강한 민간기업과 금융권에 대해서도 “수장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는 말이 나돌면서 공직을 기대하고 있는 1000명이 넘는 대선 캠프 실무자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아우성을 칠 정도다.

대표적인 곳이 KT와 포스코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준민간기업과 산업은행, KB금융,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민간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들의 천국이었던 곳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전문성’과 ‘경력’을 앞세워 ‘정치적 야인’들이 갈 곳이 더 좁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개별 민간 회사와 금융사의 이사회, 나아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靑), “임기 보장한다?”
생계형 정치건달 ‘발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력도 전문성도 일천한 대선 캠프 실무자들의 시선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그나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인사들이 출마를 하면서 공석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리가 많아야 최대 20석이고 현재는 10자리 정도가 공석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것도 줄서기를 잘해야 하고 동아줄을 잡아도 ‘나이’에 걸려 못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대표적으로 한병도 정무수석의 후임인 정무비서관 자리는 2달이 다 돼가도록 공석으로 남아 있어 여권 내에서는 ‘계파 간 파워 다툼’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정무수석 자리가 원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대선 공신들에 대한 적절한 인사 배치가 있어야 허 전 위원장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며 “정무수석이 인사수석에 얘기하고 인사수석이 안되면 민정수석을 통해 내부 감찰을 통해서라도 인사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윤활유 역할을 못하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이 인사는 “결국 제2의 허동준 사태가 나올 수 있고 인사 적체가 누적되면 생계형 대선 공신들은 누구누구 측근이라는 점을 들어 사기를 칠 수도 있다”며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10%p 빠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인사 대기자들의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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