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전선 자회사 편입, 공룡기업 탄생?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히는 곳은 롯데 효성 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순풍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호는 LS그룹이다.

지배구조 개편 속도…LS·예스코·E1 체제로
일감몰아주기 리스크 ‘해소’…후계구도도 척척


LS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LS는 새해부터 관계사 예스코를 지주사로 전환키로 했고 또 다른 관계사인 가온전선이 개인 대주주 지분을 인수해 LS전선의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를 통해 LS는 LS전선의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됐다. LS는 크게 LS와 예스코, E1의 3개사 체제로 재편된다.

차별화된 경쟁력 만들기 ‘초점’

지난달 24일 LS전선은 공시를 통해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등 가온전선의 개인 대주주 보유 지분 37.62% 중 31.59%(131만4336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LS전선이 가온전선의 최대주주가 된다.

주당 거래 가격은 계약 체결일인 지난달 24일 종가 기준 2만3050원이며 총 인수 규모는 약 303억 원이다.
LS전선은 자금 조달을 위해 LS전선아시아 지분 57% 중 약 7%(215만6790주)를 구자홍 회장 등에게 매각한다. 주당 거래가격은 지난달 24일 종가 기준 6450원, 총 거래 규모는 약 139억 원이다.

LS전선과 가온전선은 향후 독립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주요 원자재 구매시 공동 협상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R&D 분야 선도기술 교차 활용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초고압 해저·지중케이블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가온전선은 국내의 중저압·통신케이블이 주력이다.

양사는 앞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되, 주요 원자재 구매 때는 공동협상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협력,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LS전선의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경험을 국내 사업 위주였던 가온전선과 공유함으로써 세계 케이블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업적 시너지 외에도 지배구조도 단순화하게 됐다. 종전까지는 (주)LS→LS전선으로만 이어졌으나, 이제는 (주)LS→LS전선→가온전선→모보로 수직계열을 갖추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를 지주사 체제로 편입, 기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LS의 본가인 LG가 LG상사를 (주)LG 아래 편입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관계사인 예스코의 지주사 전환 계획과 맞물려 그간 ‘낮은 지주사 편입률’을 숙제로 안았던 LS의 고민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LS는 지난해 11월 기준 계열사 46곳 중 23곳(50.0%)만 지주사 체제에 편입, ‘무늬만 지주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 올해 들어 물적분할을 통한 예스코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혀 해결의 실마리를 열었다.

예스코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존속법인이자 지주사인 ‘예스코홀딩스’(가칭) 아래 신설법인 ‘예스코’(가칭)와 자회사 ‘예스코컨설팅’을 설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LS 오너 일가의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현행법상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 법인(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가운데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은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모자식 등 친인척 간 거래를 통한 편법적인 증여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 거래를 통해 LS오너 일가가 보유하는 가온전선의 주식은 최대 1.85%를 넘지 않게 됐다.

몸집 불리기 ‘가속화’되나

한편 전선업계는 이번 LS전선-가온전선 자회사 편입으로 연매출 6조 원대의 공룡기업이 탄생했다며 반겼다.

LS전선 관계자는 “매출 3조 원대인 LS전선과 7000억 원대인 가온전선, 2조 원대인 미국 수페리어 에식스(SPSX)가 더해져 전체 매출 6조 원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LS전선은 현재 2위인 넥상스(약 7조6000억 원)와의 차이를 좁힐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전선업계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글로벌 전선 업체들의 몸집불리기 경쟁이 촉발돼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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