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차 교통사고 예방 시급…휴게소 확충에 정부ㆍ지자체 적극 나서야”
약수 화물차 휴게소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운전자를 위한 휴게시설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화물차 휴게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정부와 지지체가 관련 예산을 줄이면서 사업 추진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화물수송 비율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육로의 중추를 화물차가 맡고 있는 만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시간 운전하는 화물차 운전자의 피로 해소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면시설, 샤워시설, 세탁시설, 헬스장,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고속도로 화물차 휴게소는 24시간 무료로 개방돼 있다. 세면도구 등의 개인용품은 자판기나 편의점을 통해 구매 및 이용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서울방향), 청주휴게소(서울방향), 옥산휴게소(부산방향), 옥천휴게소(부산방향) 등은 이발소도 운영해 바쁜 시간에 쫓기는 운전자는 막간을 이용한 머리손질로 깔끔한 외모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부산방향)는 캡슐형 수면실도 마련하는 등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운전자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부여해주고 있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세차장, 주유소 등도 있어서 이용하면 편리해요. 잠깐 쉬는 시간에 화물차 휴게소에서 자고 가면 개운해요”라며 흡족해 했다.

화물자 휴게소는 장시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녹일 수 있는 쉼터로서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커다란 만족을 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인프라 개소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로 위 ‘시한폭탄’ 졸음운전 화물차

정부는 그간 화물차량 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에 4시간 운행 후 30분 휴식을 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7월에는 첨단 안전장치를 장비하도록 하는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화물차 운전자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각종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차량 운전자의 경우 더욱 졸음운전에 취약한 상황이지만, 국내 화물차 휴게시설은 수요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권혁구 한국교통연구원에 의하면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화물차 휴게시설은 28개소, 공영차고지는 18개소다. 건설 중인 시설까지 합하면 총 69개소지만, 국내 허가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44만대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치 않다.

권혁구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 방지 목적으로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고, 나아가 차량 안전강화 차원에서 첨단안전장치 장착지원 사업 등이 실행돼 왔으나, 화물차 운전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됐다”면서 “이는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정책의 가시적 효과에 대해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졸음운전을 하는 대형 화물차를 두고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이라 칭한다. 운전자가 똑같이 졸음운전을 하더라도 화물차는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화물자동차 야간 추돌사고 위험성과 대책’에 의하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야간에 발생한 화물차 사고는 연간 1506건, 사망자는 10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화물차 야간 추돌사고의 치사율은 7.12%로 드러났는데, 이는 승용차의 21.6배, 승합차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간치사율(3.4%)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졸음운전 2241건 중 절반에 달하는 1087건이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확인됐다.

휴게시설 확충 사업 곳곳서 취소ㆍ보류

2014년 국토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9년까지 충남 서산·당진, 경남 김해 등에 화물차 휴게소 13개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1개 시도에 공영차고지 21개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은 곳곳에서 사업이 취소되거나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화물차휴게소 및 공영차고지 사업 추진 세부 현황’에 따르면 국토부가 계획한 13곳 휴게소 확충 계획 중 사업이 완료된 곳은 세 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기존 일반 휴게소 시설에 샤워실을 신축하거나 쉼터를 개선해 화물차 운전자들이 쓸 수 있도록 시설 보수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

13개 중 7개 휴게소는 사업이 취소되거나 진척율이 0%, 기한 내에 공정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산 휴게소는 경제성 부족으로 사업이 취소됐고, 당진 휴게소는 지가 급등으로 사업이 보류된 상황이다. 안산 휴게소(2곳)와 함안 휴게소는 진척율이 0%다. 평택휴게소(2곳)의 사업 진척율은 8.3%에 그쳐 당초 목표인 2019년 사업 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1개소에 건설 예정인 공영차고지의 경우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곳은 취소, 보류되거나 지자체의 사업비 미신청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사회적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 대형 화물차가 드나들 경우 생기는 소음과 매연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며 “대형 차량들이 마을에 수시로 들락날락할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 축소된 것도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부터 화물차 휴게소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전체 사업비의 30%에서 민간투자비용을 제외한 금액의 30%로 축소했다. 공영 차고지의 경우 총 사업비의 90%에서 70%로 보조금을 줄였다. 지자체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을 기피하거나 우선순위 사업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충주·제천·음성·군산 공영차고지의 경우 지자체가 사업비를 신청하지 않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화물차 휴게소 사업을 하고 있는 SK에너지와 같은 민간 기업은 화물차 휴게소를 더 짓고 싶어도 지자체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대형 차량 운전자의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한 사고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휴게시설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화물자동차 휴게시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의 투자 유치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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