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이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진행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전체 1190개 기관과 단체 중 946곳에서 478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정부는 이중 부정청탁이나 지시,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9건을 사정당국에 수사 의뢰하고, 255건은 징계 또는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200여 명에 가까운 공공기관 임직원이 당장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8명의 기관장은 즉시 해임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사 결과 기소된 부정합격자도 즉시 퇴출시키기로 했다.

전체 1190개 기관‧단체 중 946곳에서 4788건 적발
관련 임직원들 당장 업무 손 떼고, 8명 기관장 즉시 해임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는 충격 그 자체다. 수사에 연루된 공공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광해관리공단 등 33개다. 징계 건이 있는 공공기관도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63개로 나타났다.

수사나 징계 처분을 받을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대상자는 무려 219명에 달한다. 이중 퇴직자를 제외한 현직 임직원은 197명으로, 이 가운데 기관장이 8명이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놓고 보면 275개 기관 중 257개 기관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 총 2311건이 적발됐으며 정부는 47건을 수사의뢰하고, 123건을 징계요구하기로 했다.

연줄 있는 고위인사들이
면접‧채용 마음대로


문제가 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백태를 살펴보면 ‘빽’과 ‘연줄’을 무기로 채용 합격자가 결정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합격자가 내정된 사례는 오히려 점잖은 축에 속했다. 면접관도 아닌 고위인사가 면접장에 난입해 특혜를 주고,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고위 인사의 자녀가 채용되는 등 기만적 행태가 만연했다.

특히 이번 채용비리에서는 ‘고위인사’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일부 ‘고위인사’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의 채용 과정을 주무른 셈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면접장에는 허락되지 않은 고위인사가 입실했다. 그는 면접위원도 아니었지만, 면접에 참석해 특정인에게만 질의하면서 다분히 의도를 드러냈다.

항공안전기술원에서도 고위인사가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석해 지인을 채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고위인사의 지시로 특정인 단독면접을 진행한 뒤 특혜 채용했다. 세종학당재단,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국벤처투자, 한국장애인개발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도 고위인사가 면접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서류 없어도 채용
채용 부결됐어도 다시 합격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채용된 경우도 즐비했다. 한식진흥원에서는 경력도 없고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이가 채용됐다. 알고 보니 고위인사 지인의 자녀가 특별채용 형식으로 서류와 면접심사를 보고 채용된 것이다. 워터웨이플러스에서도 고위인사의 지시로 채용절차 없이 특정인이 특혜 채용된 경우가 밝혀졌다. 서류전형과 같은 절차는 물론 채용 공고도 내지 않고 채용이 진행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인사위원회에서 특정인 채용이 부결되자 고위인사의 지시로 다시 위원회를 열어 결정을 번복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도 인사위원회에서 부결된 특정인을 채용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국제원산지정보원 등은 자격미달 응시자를 최종합격시켰다.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공모기준도 맞춤 변경


특정인을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꼼수채용’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면접에서 최고점을 주고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도 고위인사가 지인에게 소개받은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줬다. 국립중앙의료원도 특정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아예 공모기준을 특정인에 맞게 뜯어고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소는 당초 공고를 다른 기준으로 변경해 내부인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을 뽑았다. 강원대병원은 공고 이후 채용인원을 조정해 특혜를 줬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공고일을 임의로 단축해 내부 계약직원을 채용했다. 이 밖에도 한국수출입은행과, 서울대병원, 환경보존협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채용과정에서 배점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
포상금제 구축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제도화한다. 공공기관 상시 감독·신고체계도 구축키로 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김 차관은 “비리 연루자 일벌백계, 비리 요인 발본색원, 채용과정 완전공개가 원칙”이라며 “과정에서 결과까지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문화 정착을 위한 공공기관 채용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용비리 관련자는 무관용 원칙으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제도화하고 기관장 등 채용 비리 연루 임원은 즉시 해임을 추진하겠다”며 “향후 직무정지 근거와 금품수수가 결부돼 유죄판결이 확정된 임원의 인적사항 대외 공개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업무배제 및 퇴출 근거와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자의 채용 취소 근거 등을 재정비하겠다”며 “특히 채용이 취소된 부정합격자의 경우 향후 5년간 공공기관 채용시험 응시자격도 원천 박탈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채용 비리가 발생한 기관에도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김 차관은 “채용 비리가 발생한 기관과 해당 기관 내 감사의 귀책사유도 엄밀히 평가해 경영평가 등급 및 성과급 지급률을 하향조정할 계획”이라며 “예비합격자 순번 부여, 불합격자 이의신청 절차 등을 통해 피해자 구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상시 감독 및 신고체계도를 구축해 채용 비리 사전예방과 재발방지를 강화키로 했다. 기타 공직유관단체와 관련해 채용비리 대책도 내놨다. 채용 비리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차관은 “채용 비리 적발 등 공익 기여가 큰 신고자에게 최대 2억 원의 포상금 지급 등을 통해 신고가 활성화하도록 장려하겠다”며 “채용 청탁을 받으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해 자율적인 내부감시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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