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검사의 폭로’ 검찰개혁의 기폭제 될까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 전산망과 방송 등을 통해 2010년에 있었던  검찰 내 강제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또 서 검사는 과거 검찰 내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서 검사의 폭로는 검찰·사법부 등을 발칵 뒤집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고 법무부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서 검사의 폭로로 국내에서도 ‘미투(Me Too)’ 운동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검찰, 경찰, 국회, 공공기관 등 여성들이 당했던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진상조사단에 쏠린 눈…‘셀프 감찰’ 논란 벗고 진실 밝혀라
최근 5년간 법무부·대검찰청서 성비위로 징계받은 공무원 34명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사실 폭로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서 검사와 같은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검찰 내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에도 검찰 내 성희롱·성추행 등 사건은 계속돼 왔다.

실제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에게 기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묻자 그는 답변 대신 웃음으로 넘겼다. ‘정의’를 말하는 그들이지만 정작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기조차 꺼리는 게 그들의 생리다.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에 대해 ‘셀프 감찰’이라는 비판 여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제로 손잡고 뽀뽀하고
피의자와 성관계까지


서울서부지검 A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5~6월 여검사에게 사적 만남을 제안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내고 승용차 안에서 손을 잡는 등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면직됐다.

A 검사는 2014년에도 여직원에게 “영화를 보고 밥을 먹자”고 제안하고 야간이나 휴일에 전화와 문자를 계속 보냈고, 2016년에는 다른 직원에게 “선물을 사주겠으니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재경지검에서 검찰 실무교육을 받았던 여성 검사는 당시 지도검사인 B 검사로부터 “데이트나 한번 하자” “같이 술을 마시고 싶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이후 다른 검사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지만 “나라도 너랑 데이트하고 싶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 수도권 내 검찰청 C 검사도 자신이 지도를 맡았던 사법연수원생에게 수차례 성적 농담을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후 검찰은 진상 파악에 나섰지만 해당 발언을 한 검사 3명은 모두 사표를 내 감찰을 받지 않았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2015년 3월에는 서울남부지검의 D 부장검사도 저녁 식사를 한 후 만취 상태에서 여검사를 음식에 빗대는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되자 사표를 제출했다. 같은 지검 E 검사도 노래방에서 여성 검사에게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사표를 냈다.

2011년에는 검사직무대리 교육을 받던 사법연수원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광주지검 F 검사가 면직됐고, 노래방에서 사법연수생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던 청주지검 G 검사는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0년에도 법무연수원 교수인 한 부장검사가 연수를 받으러 온 신임 검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여검사에게 “뽀뽀하자”는 등 성희롱을 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기도 했다.

수사관들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도 잇따라 문제됐다. 지난해 7월에는 동료 여성 수사관에게 반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검찰 수사관이 파면됐다. 2014년에는 당직실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에게 “한번 안아보자”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검찰수사관이 중징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이는 법무부 26명, 대검찰청이 8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법무부는 성매매 4건, 성폭력 8건, 성희롱 14건으로 징계가 이뤄졌으며 대검은 성매매 2건, 성폭력 3건, 성희롱 3건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검찰 외부인과의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 2012년에는 서울동부지검에 근무하던 H 검사가 절도 피의자인 여성을 조사하던 중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고, 지난 2014년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2013년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건설업자의 성접대 의혹 논란에 휩싸여 사의를 표명했다.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같은 해 여기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논란이 일어 결국 사직했다. 

조희진 단장
“최선 다해 진상 규명”


검찰에서 꾸린 ‘성추행사건진상규명피해회복조사단(이하 조사단)’ 단장은 서울동부지검 조희진 검사장이 맡았다. 조사단은 검사, 수사관 등으로 구성되며 별도로 조사위원회를 꾸릴 전망이다. 검사는 조 단장과 박현주 부장검사를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수사관은 인선을 통해 6~8명 내외의 인원을 보충할 계획이다. 조사위원회는 민간위원들로 만들어 진다. 

조 단장은 지난 1일 오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단장은 “검사로서,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부단장 인선 배경에 대해 조 단장은 “인권국에서 과장을 역임했고 이번에 수원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으로 부임하려는 순간 부팀장이 됐다. 내부에도 공인인증검사로서 성폭력분야의 전문성이 높다는 인정을 받은 검사다. 성추행이 문제된 사항이며 여성 피해자들 진술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선됐다”고 말했다.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에 대해서는 역할과 범위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조 단장은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사과정에 대한 조언을 듣는 방식을 검찰총장에게 건의 드렸다”며 “자문 차원이 아니라 조사위원회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사위원회는 직접 조사를 하는 대신 조사단의 조사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형태로 꾸려질 전망이다.

2차 피해 방지도 약속했다. 조 단장은 “2차 피해 문제는 참 중요하다”며 “조사 과정에서는 적어도 2차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단장은 “진상조사단 출범을 통해 검찰 조직문화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남녀 할 것 없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사 기간은 진상 규명 과정에서 유동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앞서 제기된 문제를 처리하는 기간은 미리 정해두는 식의 대략적인 로드맵은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단장은 “조사단의 법적 지위가 이미 검사들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조사를 하다가 혐의가 확인되면 기소까지 조사단에서 바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단장은 성추행 당시 현장에 있던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과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 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들이) 소환에 응할지 이런 부분은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한 모든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태근 전 검사장은 못 건드린다’고 과거 발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해당 언론 기자에게 아니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보도하니 할 말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폐쇄적인 조직인 만큼 피해자들이 선뜻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조 단장은 “아직 내부적으로 ‘미투(Me too)’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외부 전문가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의견을 들어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 지난해 
법무부 장관 면담 요청


검찰 내 진상조사단이 꾸려지는 가운데 서지현 검사가 언론 폭로 직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메일로 성추행 내용에 대해 얘기하고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법무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드러나자 법무부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

결국 서 검사는 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지난해 주고받은 메일의 내용을 공개했다. 서 검사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언론에서 박 장관에게 메일을 보낸 내용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 이후 검찰 조직 내에서 ‘내부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 검사가 당시 박 장관에게 보낸 메일을 공개하며 성추행 및 그로 인한 부당한 업무감사, 인사상 불이익에 대해 면담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메일에 따르면 서 검사는 지난해 9월 29일 박 장관에게 보낸 메일에서 “얼마 전 다른 이(서 검사의 지인)를 통해 제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0년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 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무감사 및 인사발령을 받고 현재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임은정 검사가 검사 게시판에 ‘검찰제도 개선건의’라는 제목의 글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제 이야기를 적시했고 공공연히 제게 사건에 대해 진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는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기 어렵다고 판단돼 장관님을 직접 만나뵙고 면담을 하기 원한다”고 적었다.

이에 박 장관은 지난해 10월 18일 답장을 보내 “A씨가 보낸 문건을 통해 서 검사가 경험하고 지적한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면담을 위해 법무부를 방문할 경우 검찰국 관련자로 하여금 면담을 하도록 지시했으니 검찰과장에게 구체적인 일시를 사전에 알려 달라. 면담을 통해 서 검사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진상조사 촉구 및 조직 내 인사의 투명성 제고”라며 “서 검사는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 및 자신이 그동안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고백하며 우리 사회 변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그 누구도 공격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어느 조직 내에 있든지간에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피해 사실을 호소한 이후에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법무부는 기존에 성추행과 관련한 서 검사의 진상조사 요구가 없었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전날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서 검사 관련 내용을 전해 듣고 즉시 해당 부서에 내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서 검사로부터 메일로 면담요청이 있어 법무부 담당자에게 면담을 지시한 사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 담당자가 지난해 11월 서 검사를 면담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담당자는 그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퇴직, 고소기간 등 법률상 제한으로 제재가 어려운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서 검사 요청대로 부당 인사조치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결국 박 장관은 2일 오후 1시 30분 브리핑을 갖고 “이 문제를 알게 된 후 취한 법무부 차원 조치가 국민들 보시기 매우 미흡했을 것”이라며 “이메일 확인상 착오 등으로 혼선 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 장관은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서 검사가 겪었을 고통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검찰 내 성추행 사건 관련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검찰 내 성폭행 등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셀프 감찰’이 아닌 명명백백한 조사와 함께 검찰 내부로부터의 진정한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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