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인줄 알았던 ‘티아라’, 계약종료 3일전 낸 전 소속사 상표등록에 당혹
-데뷔 20년차 신화, 상표권 분쟁으로 한동안 신화란 이름도 사용 못하는 우여곡절

걸그룹 티아라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12월 인기 걸그룹 티아라 멤버들이 전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해체가 아닌 새 출발을 선택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더욱이 중국 재벌 2세가 영입했다는 등 루머에 시달리기도 하며 진통을 겪었지만 이들의 새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그룹명의 상표권이라는 복병이 등장해 다시 팬들 앞에 나서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얘기도 나온다. 유독 상표권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식 연예 시스템의 어두운 그림자를 살펴봤다.

티아라는 지난달 19일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가 ‘티아라’라는 팀명으로 출원한 상표권의 부당함을 알리는 정보체출서를 특허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은 “MBK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상표출원은 상표법상 등록 거절 사유가 존재한다. 상표출원이 거절돼야 할 사유를 적은 정보제출서를 제출했다”면서 “만약 상표출원이 거절되지 않고 출원공고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이의제기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티아라 멤버 지연은 지난 9일 sns를 통해 “티아라 큐리, 은정, 효민, 지연입니다. 저희를 대신할 회사가 없어서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이곳에 말씀드립니다”라며 입장을 전했다.

지연은 “앞으로도 ‘티아라’라는 이름으로 저희 네 명이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티아라가 전 소속사와의 결별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양 측은 상표권을 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계약 종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불씨를 남긴 셈이다. 특히 양 측의 갈등은 전 소속사인 MBK가 티이라와 계약 만료되기 3일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티아라 T-ARA’라는 상표로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촉발됐다.

이 상표로 지정된 상품은 내려받기 가능한 음원, 벨소리, 음악공연이 수록된 전자매체, 가수공연업, 대중음악콘서트조직업, 티셔츠와 신발 등 각종 패션 제품, 화장품 등이다.

상표출원이 완료되면 티아라 멤버들은 전 소속사의 허락 없이는 관련 활동을 일정 부분 할 수 없게 된다. 또 멤버들이 MBK 소속 당시 발표했던 음원과 앨범도 사용하기 힘들어 진다.

제작업계, 창작물의
소유권은 당연


이에 대해 기획사 관계자들은 상표권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기획사 몫이라며 상표권을 주장하는 아이돌 멤버들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 측은 이날 “제작사는 그룹을 창작, 제작, 기획하고 발굴 및 투자해 그룹의 연예활동과 인지도 상승을 위해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다. 이는 그룹의 제작자 및 창작자로 인정돼야 할 부분”이라며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제작자 및 창작자는 이러한 소유 권한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고자 할 권리가 충분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K 측이 비난을 받는 건 다름 아닌 상표권 출원 시점이 문제가 되면서다. 일각에서는 MBK 측이 저의가 의심된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MBK는 타이라와 아름다운 이별로 포장했지만 결국 칼날을 들이댄 셈이다.

이에 관해 MBK 측은 한 매체를 통해 “멤버들의 이름이었고 그들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소유이기도 하기에 (상표 출원을) 신청한 것”이라며 “‘티아라’라는 이름, 그리고 팀을 만들기 위해 회사에서 들인 노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고 이를 지키는 것 역시 회사의 의무다. 과연 멤버 4명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게 따지면 티이라는 멤버 4명뿐만 아니라 티아라로 활동했다 팀을 떠난 나머지 멤버들에게도 소유권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구 비스트)
인기 아이돌 그룹
팀명까지 바꿨다


상표권 분쟁문제는 비단 ‘티아라’만의 일만은 아니다. 이전부터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의 상표권 등 구체적 권리를 둘러싼 대립은 빈번하게 발생해 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제2의 비스트 사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하이라이트’라는 그룹으로 익숙해졌지만 이들은 과거 ‘비스트’로 명성을 얻었다.

윤두준, 양요섭, 용준형, 이기광, 손동운 등이 속해 있는 하이라이트는 2016년 10월 전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에 만료되자 ‘비스트’가 아닌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이들은 ‘비스트’라는 그룹명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큐브 측이 그들에게 상표권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라이트로 활동을 재개한 이들은 한동안 방송 중에 ‘비스트’를 함구했고 이후 “구 비스트 현 하이라이트입니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룹 신화도 3년여 동안 이름 없이 살아야 했다. 이들은 2013년 준미디어(옛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팀명인 신화의 상표권 양도 소송을 낸 뒤 법원의 조정으로 2015년 5월 이름을 돌려받기까지 신화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

SM은 2003년 계약이 만료된 신화의 결정을 응원한다더니 돌연 태도를 바꿔 2005년 1월 신화의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이에 신화 멤버들은 상표권을 자신들에게 팔 것을 요구했으나 SM은 준비디어에 상표권을 위탁했다.

이에 따라 준미디어는 신화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앨범과 음원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2011년 군 제대 후 신화는 신화컴퍼니를 설립해 준미디어와 상표권 사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으나 양측 간 분쟁이 생기며 소송으로 이어졌다.

결국 해당 기간 신화가 발표한 11집(2013년)과 12집(2015년) 표지엔 신화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고 회사 이름까지 산화컴퍼니에서 신컴으로 바꿔 활동해야 했다. 신화인데 신화가 아닌 것처럼 활동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돌그룹 신화
‘이중과세’ 논란 불구
입장 차 여전


이 같은 상표권 분쟁은 연예인들이 전 소속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길 때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그룹의 경우 회사가 그룹의 기획을 주도하다 보니 상표권에 있어서도 회사가 주로 주도권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가수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을 때 ‘상표권은 회사가 소유한다’는 항목에 대부분 큰 경각심 없이 서명하는 경우가 허다해 이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 대중문화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K팝 산업의 그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K팝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품권 다툼은 영미권 음악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미권은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 업무가 분리돼 한국처럼 기획사의 힘이 크지 않을 뿐더러 콘텐츠 제작도 가수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영미권의 경우 상표권 분쟁은 주로 팀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표권 분쟁은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업계는 기획사가 팀 이름을 짓고 기획해 연습생을 발굴하고 데뷔하기까지 모든 투자를 감당하며 그룹의 연예 활동과 인지도 상승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상표권이 기획사 소유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계약 기간(7년)이 끝난 뒤까지 상표권을 주장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누가 노래하고 춤을 추느냐에 따라 곡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무명 그룹에서 출발해 인기그룹이 되기까지 공을 모두 기획사에만 돌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기획사는 아이돌그룹이 신인일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익분배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계약 종료 후 상표권까지 독점하는 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14년 개정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상표권 등의 권리를 기획사가 가수에 이전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한 음악평론가는 “아이돌그룹이 인기를 얻어 쌓은 팀명에 대한 브랜드 가치는 기획사와 가수가 함께 이룬 것”이라며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과 달리 아이돌과 팀 이름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계약 종료 후엔 상표권 행사에의 주도권은 가수에게 옮겨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수익과 직결돼 있는 상표권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대형가요기획사 출신 한 아이돌과 계약하기 위해 전 소속사에 돈을 내고 상표권을 사왔다면서 해당 아이돌의 경우 큰 갈등 없이 상표권 문제가 해결됐지만 일부 기획사는 상표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수 억 원대의 큰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는 기획사에게 상표권 역시 돈벌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업계 스스로가 상생을 찾거나 상표권 로열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되풀이될 것으로 보여 한국식 연예기획사 시스템의 그늘 역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