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은 이념적 위치를 광범위하게 포진시킨 때문지지도 상승 위해선 노선 중심을 중도개혁 위치로지금의 상황은 갑자기 사회 제 집단의 이익욕구가 분출했던 제2공화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제2공화국의 장면 정부는 4·19혁명정신의 이행을 촉구하는 혁명세력, 부정선거와 독재의 책임자들인 반혁명세력, 그리고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틈바구니에 끼여 노선을 우왕좌왕하다가 어느 측의 지지도 받지 못해 지지기반이 취약해지고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 대다수는 중도개혁적인 무당파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노선의 중심을 무당파에게 두고서 행정개혁, 지방분권, 수도이전문제 등과 같은 개혁적인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손자병법에서는 5사를 잘 알아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5사란 첫째, 도(道)로서 군왕의 명령을 백성들이 즐겨 위의 뜻에 순종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군왕의 명령이 도리를 잃게 되면 백성들이 의심을 가지고 따르지 않게 된다. 둘째는 천(天)으로 세상의 움직임과 정세를 잘 알아야 함을 뜻하며, 셋째는 지(地)로서 지리 환경과 습속을 알아야 함이며, 넷째로는 장수의 선택에는 지장(智將), 신장(信將), 인장(仁將), 용장(勇將), 엄장(嚴將)이 있다고 했으며, 다섯째는 법(法)으로서 일정한 제도에 따라 행정과 경제가 운용됨을 뜻한다.손자의 오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네 정치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러한 재신임 투표 및 정치개혁 방침은 군왕의 도를 회복함으로써 국민들이 정치를 신뢰하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라크 파병문제는 세상의 움직임이라는 천에 해당되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인적 쇄신요구나 파병문제, 정부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나오는 집권세력 내의 불협화음은 장수의 선택에 관계된 문제이며, 불법파업 대처방침은 경제회복을 위한 법치의 정립에 해당된다.

이런 문제들을 현대 정치학적인 관점과 더불어 살펴보기로 한다.재신임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정치자금 비리에서 촉발되었다. 이는 한나라당의 100억 수수문제가 터지면서 모든 정치자금 비리에 대한 고해성사 및 사면 문제로 비화되었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전체가 명분상 찬성하고 있다. 이렇게 한 후 정치개혁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는 크게 높아질 것이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국민이 순종하는 도`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해성사후 정치자금 비리를 사면해주는 것까지는 정치인들이 환영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과연 앞으로 정치자금이 필요할 일이 안 생길 것인가? 완전 선거공영제를 한다면 정치자금 수요가 조금은 줄겠지만 유권자들이 향응을 요구하는 일도 완전히 없어질까? 아마 엄벌에 처하기로 한다면 당선된 국회의원 거의 대부분을 선거법위반으로 적발하여 당선무효 시키고 다시 재선거해서 당선된 의원의 상당수를 다시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해서 당선무효 시킬 정도가 되어야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정도의 의지가 정치권에 있지 않다면 이번 고해성사 후 사면하는 방책은 단지 정치 비리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일밖에 안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의 정치를 추구하지만 원칙은 쉽게 정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혁명적 행동은 사회를 다섯 걸음 진보시키기 위해 많은 희생자를 내지만 혁명이 끝난 후에 보면 사회는 사실상 한 걸음밖에 진보하지 않았음을 역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뇌물수수는 정실주의로 대표되는 한국 시민사회 전체의 문제이지 정치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의식구조인 정치문화가 제도개혁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혁명적 행동은 한 걸음의 진보라도 빠른 시간 내에 이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 이렇게라도 정치개혁을 시도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낡은 집을 부수면 집안에 살던 사람들이 시끄럽게 고함을 치며 살려고 뛰쳐나오게 마련이며 새 집을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뛰쳐나오는 사람은 생존하게 놔두더라도 새집에는 새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더러운 사람이 들어가면 금방 다시 더러운 헌집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원칙적인 정치자금 비리 해결책은 많은 실질적인 문제와 부닥치게 된다. 정치인에게 비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탈세한 기업은 처벌할 것인가 사면할 것인가? 알선수재를 사면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과연 사면대상이 되는 거액의 대가없는 순수 정치자금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정치개혁조치는 현실적으로 각 당의 당리당략과 들어맞아야만 실현될 수 있다. 이는 정치자금 비리 조사결과를 지켜보아야만 당리당략과 일치하게 될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결국은 정치개혁을 위한 사면조치의 효과를 반감시키게 되며 국민의 순종도(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손자병법의 도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게 된다. 지난주에는 집권세력 내에서 많은 불협화음이 노정되었다. 우선 고건 총리의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 높이기가 시도되었으며, 이라크 파병문제를 놓고서 열린 우리당과 정부의 갈등, 정부 내에서의 파병을 반대하는 민족파와 찬성파간의 갈등, 인적쇄신문제에 대한 우리당의 요구와 청와대의 갈등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협화음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럼 왜 이런 불협화음이 생기는가? 검찰은 엄장(嚴將)이고 행정자치부 장관과 해수부장관은 너무 튀어서 해임되는 용장(勇將)들이고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명을 중히 여기는 인장(仁將)들인가? 장수들을 잘못 배치시켜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인가? 불협화음의 궁극적인 현대 정치학적인 원인은 노무현 정부가 정부정책의 이념적 위치를 극좌에서 중도 우파까지 광범위하게 포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정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집권 공약은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는 좌파적 정책에서 시작해서 불법파업 엄단이라는 우파적 노선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또한 반미적인 좌파적 정책에서 시작된 정권이 최근에는 이라크 파병이라는 우파적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송두율 입국 허용이라는 좌파적 정책으로 시작해서 구속수사라는 우파적 결론으로 혼선을 빚었다.

그런 와중에 요즘에는 전통적인 좌우개념을 떠난 재신임 투표 제의, 정치자금 고해성사후 사면 및 정치개혁 추진이라는 중도 개혁적 성격의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지지기반의 목표가 다양함을 나타냈다. 이러한 노선의 변경은 지지도 하락이라는 나쁜 소식과 미래의 지지도 상승 가능성이라는 좋은 소식의 두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 잦은 노선이동 과정 그 자체는 국민들에게 집권 엘리트의 미숙함과 정책의 혼란으로 비추어졌다. 이는 측근비리의 노출과 함께 결국 지지도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급기야는 인적 쇄신요구를 불러일으켰다. 반면에 재신임 투표 결단과 정치개혁 제안은 전통적 좌우 개념을 떠난 개혁적 조치로서 미래의 지지도 상승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가 상승하려면 노선의 중심을 중도개혁 위치에 확고부동하게 포진시켜야 한다. 현재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당파들은 전통적인 좌우의 세력보다는 개혁과 발전을 원하는 중도파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약력

■1955년생(48)■고려대 정치외교학과 New School 대학원 수학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한남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동 대학교 국방전략연구소장■충청지역 국제정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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