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청와대 이너서클 전면교체로 실질적 집권당 위상 정립 시도 내년 총선 승리 불투명한 일부 의원 청와대 입성 노림수도 작용청와대 ‘386참모진 퇴진론’이 청와대 인적쇄신 및 시스템 개편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적쇄신 대상에는 386세대 참모진 뿐만 아니라 몇몇 핵심 수석들의 실명도 거론되고 있다. 또 이러한 인적쇄신론은 실질적 여당인 열린 우리당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당의 인적쇄신 압박에 대해 문희상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참모진은 내부 결속과 외부 정보수집을 대폭 강화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신임 국민투표, 정치비자금, 이라크 파병 문제 등 혼미한 정국상황에서 여권내 권력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소장파 금배지 그룹, ‘좌희정, 우광재(안희정·이광재)’로 대변되는 386그룹, 문재인·이호철 라인으로 대표되는 부산인맥 등이다.노 대통령은 이들 세 그룹중 386그룹과 부산인맥을 중심으로 참여정부 첫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구축했다. 386그룹과 부산인맥은 현정권의 ‘이너 서클(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에 포함된 반면 금배지 그룹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금배지 그룹의 불만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상당수 금배지들은 자신이나 측근세력들의 내각 및 청와대 입성을 기대했고, 또 이를 노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차 권력 파워게임에서 금배지 그룹이 완패를 당한 꼴이 됐던 것.대신 금배지그룹은 당내(민주당) 개혁을 주장하는 동시에 노 대통령을 뒷받침할 신당창당 작업을 물밑 추진했다.

이들의 신당 작업은 우여곡절 끝에 ‘열린 우리당’이란 간판으로 다음달 10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앞두고 있다.이처럼 금배지그룹은 비록 1차 권력파워게임에서 밀렸지만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생명을 담보로 한 승부수룰 던졌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과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정치개혁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신당에 동참하는 쉽지 않은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금배지그룹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내걸고 노 대통령의 정치적 토양을 다지고 있을 때 386그룹 등 청와대 참모진은 잦은 실수와 각종 비리 구설수에 올랐다. 여야 정치권이 386참모진 퇴진론과 동시에 청와대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구설수와 맞물려 있다.특히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우리당 핵심세력들은 이광재 전실장의 사퇴에도 만족하지 않고 연일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인적쇄신 대상을 386그룹에서 노 대통령 핵심 참모진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당 주변에서는 쇄신 대상 핵심 참모진들의 실명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인적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게 우리당의 중론이다.이와관련 우리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특정 386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비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번 기회에 책임있는 수석들을 포함한 일대 개편이 있어야 한다”며 전면적인 비서진 교체를 주장했다.우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쇄신 대상에는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한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 등 핵심 측근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라크 파병 문제 등과 관련해 외교·안보분야 참모진들의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우리당이 청와대 인적쇄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배경과 관련한 정치권의 해석도 구구하다.무엇보다 주요 현안문제와 정책결정 과정에서 ‘정신적 여당’을 자임하고 있는 우리당이 전면 배제됐다는 소외감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실제로 노 대통령은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 이라크 파병 등 중대한 사안을 우리당과는 아무런 사전 조율없이 결정했다.

특히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불협화음은 심각할 정도다. 우리당은 이라크 파병이 결정된 이후에도 “전투병 위주의 파병은 곤란하다”는 당론을 견지하고 있어 노 대통령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김근태 원내대표도 “스스로 정신적 여당이라고 자임한 우리당과 아무런 사전 의논 없이 결정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는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인적쇄신론을 여권내 2차 권력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내 ‘이너서클’ 재구성 및 총선정국과 맞물린 또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란 관측.또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불투명한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내각 및 청와대 입성을 노리고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인적쇄신 압박을 받고 있는 청와대 비서진은 은인자중하면서도 내부결속과 외부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등 예전과는 달리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특히 문희상 실장은 청와대 직원들이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주군을 모시고 있는 ‘동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 실장은 최근 청와대 모든 직원을 모아놓고 “이제부터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다. 동지란 어려울 때나 괴로울 때 서로 힘을 합쳐 주는 정신적 관계”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는 또 외부 정보수집을 대폭 강화, 기존의 민정수석실이나 국정상황실 외에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 관계자들까지 총동원해 외부 민심 체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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