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분야서 세계 최고 되겠다는 야망 실현

뉴시스
상장 통해 조달한 현금 부채 탕감 아닌 IT 기업에 투자
 
유망 신생 벤처기업에 평균 9600억 원 투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재일교포 3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회장이 지난해 5월 설립한 ‘비전펀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주요 분야인 로봇·자율주행차·가상현실·반도체 등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비전펀드는 10조엔(약 94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차세대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회사 한 곳당 평균 투자금액은 1000억 엔(약 9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벤처 투자자들은 그의 향후 투자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포브스가 집계한 ‘2017년 일본 부자 순위’ 1위(세계 34위)에 이름을 올린 손정의 소프트뱅크회장의 투자 행보가 거침이 없다. 특히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상장을 통해 조달한 현금을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그룹 부채 탕감이 아닌 해외 정보기술(IT) 기업 투자에 쓰일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이 자회사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를 도쿄 증권거래소 제1부에 상장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를 연내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며, 이번 상장은 일본 내 약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팔고 재무내용 공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도쿄 증시에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지분율은 65%를 넘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해외 증시에 동시 상장하면 지분율 제한의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소프트뱅크를 일본 증시 상장과 함께 런던 증시 상장 기업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런던 증시 상장을 택한 데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본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전펀드는 이미 10조엔(약 94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비전펀드의 기존 자본은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연간 투자금액 합계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상장의 자본까지 합쳐질 경우 그의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전펀드’가 지목한 기업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유망 스타트업 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2월 비전펀드를 통해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에 대한 93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출자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컨소시엄 형태로 17.5%, 단독으로 15%의 지분을 보유한 우버의 최대 주주가 됐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통해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에도 44억 달러(약 4조 6600억 원)을 투자했다. 펀드 전체 금액의 약 5%에 해당하는 액수로 위워크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위워크는 이스라엘 출신 사업가 아담 노이만과 건축 설계사 미구엘 맥켈비가 2010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단순 공간 임대를 넘어 입주 기업의 성장을 돕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임대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들과의 협업을 유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애견 산책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운영사 ‘웨그(Wag!)’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웨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억 달러(약 3205억 원)를 투자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설립된 웨그는 애완견 주인과 애완견을 대신 산책시켜줄 사람을 연결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소프트뱅크 측 인사는 웨그 이사회에 참여한다.
 
우버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비전펀드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국 법인 스노우차이나에 총 5000만 달러(약 535억 원)를 투자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는 지난달 22일 소프트뱅크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가 보유하게 되는 스노우 중국 법인 지분은 약 20%다. 네이버가 ‘제2의 라인’으로 점찍은 ‘스노우’는 사진 및 동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진 공유 어플리케이션이다. 스노우 차이나 측은 투자 유치금을 바탕으로 증강현실(AR) 기술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00년 후 내다보는 투자
 
손 회장의 투자 행보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300년 정도는 내다볼 수 있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그의 야망 실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2016년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를 “300년 정도는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조만간 사람들의 일상 속 모든 물건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고 차세대 첨단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편 그는 ‘비전펀드’ 설립 후 10조엔(약 94조 원)을 투자한 데 대해 “이 정도 액수로 전혀 충분치 않다. 2년 안에 기금을 모두 쓸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는 성공률이 높지만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돈 규모 자체가 이 게임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에 전 세계 벤처 투자자들 역시 그의 투자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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