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반긴 지배구조 개편…후계구도 순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히는 곳은 롯데 효성 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순풍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호는 효성그룹이다.
 

인적분할로 개별적인 힘 극대화…사업별 기업가치 재평가
4월 27일 주총 후 6월 1일 회사분할 7월 13일 신주상장


지난달 3일 효성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효성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효성을 지주회사와 4개의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효성은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인 지주회사와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나뉘게 된다.

독립경영 체제 구축 기업가치 평가도 긍정적

지주회사인 ㈜효성은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한다.
사업부문의 경우 효성티앤씨㈜는 섬유 및 무역 부문, 효성중공업㈜는 중공업과 건설 부문,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자재 부문, 효성화학㈜는 화학부문을 맡는다. 

효성은 지난 1998년 IMF 당시 효성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주력4사를 합병한 이후 20여 년간 섬유, 산업자재, 중공업 부문 등 각 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회사분할로 분할 존속회사인 ㈜효성은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며 가결되면 6월 1일자로 회사 분할이 될 예정이다. 신설 분할회사들의 대한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이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효성 최대주주인 조현준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과 지주회사-사업회사 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의 마법’이란 기존 법인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분할법인의 신주가 당초 지분율만큼 배정되면서 지주회사가 의결권 없는 자사주로, 의결권 있는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가리킨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으로 효성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오너 지배력 강화와 기업가치 증대라는 효과를 얻게 됐다”며 “지주사 전환으로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되면서 오너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40%를 훌쩍 넘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효성 오너 일가는 꾸준히 효성 주식을 사들여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7.48%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조현준 회장 14.27%, 조현상 사장 12.21% 조석래 전 회장 10.18% 등이다. 효성 관계자는 “이번 분할로 독립경영체제가 구축되면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가 확립돼 경영 효율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효성의 순환출자 해소 소식이 알려진 직후 효성 주가는 가파른 상승을 기록했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복잡하게 얽혀 있는 효성의 사업구조 탓에 부문별 성과가 부각되지 않거나 혹은 부진한 실적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며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될 경우 각 사업부문의 독립ㆍ책임경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업별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은 지주사 전환으로 분할 신설회사는 독자적 사업을 영위, 오너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다”며 “분할 후 효성캐피탈 지분 매각 예정으로 캐피탈사 영업부채 감소를 통한 부채 비율도 하락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할 신설회사의 각 사업의 시장 재평가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기대감 고조, 오너리스크 해소될 듯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현재 효성은 할부금융과 리스ㆍ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효성캐피탈 지분 97.15%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2년 내 모든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업계는 효성캐피탈이 보유한 순차입금이 효성의 부채를 많아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금융부문인 효성캐피탈이 계열사에서 제외될 경우 현재 6조 원대의 순차입금과 부채비율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