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 정부 시절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석방됐다.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후 35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서 재계도 오랜만에 웃는다. 또 향후 재판을 남겨 둔 총수들도 재판 훈풍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소 관리에 들어간 기업도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 뇌물공여 무죄 가능성↑…‘정경유착 굴레’벗나
경제 단체들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 줄 것”


이재용 부회장 재판을 가장 민감하게 지켜본 것은 ‘롯데’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롯데 역시 신동빈 회장의 무죄 선고 가능성을 기대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오는 13일 오후 2시 10분 최순실 게이트 연루 뇌물공여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최순실 씨 소유인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하고 추가로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에 대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작년 12월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또 관세청은 이 뇌물죄가 확정되면 잠실면세점의 특허(영업권)를 취소할 방침이다.

롯데는 이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뇌물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면세점 추가 승인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기 전부터 결정된 사안이라는 것. 신 회장은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해 특혜와 거리가 먼 데다 이후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2016년 3월 14일)보다 앞선 그 해 3월 초부터 언론 등에서 거론된 만큼 독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애초 신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1심 재판은 지난달 2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달 13일로 연기됐다. 연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뒤 이를 참고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 신 회장 판결에 자연스레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 재판의 핵심 사항은 ‘대가성 있는 뇌물죄의 성립 여부’”라며 “재판부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이 부회장이 유사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은 만큼 신 회장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이 부회장의 석방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에 대해 “재판부에서 사법기준에 따라 판단한 결과로 본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의 글로벌 경영, 특히 4차 산업혁명기의 대응전략과 미래 신사업이 더욱 과감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전무 역시 “객관적 사실과 법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신중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대외 신인도 회복, 경영 활성화 등의 효과는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삼성그룹은 경영 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재벌 총수의 감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향후 진행될 재벌 총수 재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을 소개한 기사를 링크한 뒤 “기우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썼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정 부장판사는 2013년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 원을 선고했다.

김 대변인은 “뇌물공여죄와 횡령죄, 해외재산도피죄, 범죄수익은닉죄, 국회위증제 혐의로 구속된 사람에 대한 처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정 부장판사의 파면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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