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현직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해당 의혹은 이미 검찰 내에서 수년 전부터 떠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검찰 스스로의 자정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법원행정처와 고위 법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사법부 개혁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의 인사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코드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게다가 일부 인사는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 자격 논란까지 일고 있다.

서지현‧임은정‧안미현 검사 폭로, 문무일 “매우 엄중한 상황”
‘특정 성향 판사들이 사법부 장악하는 게 아닌가’ 우려 시각도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검찰과 사법부를 뒤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양한 개혁을 하는 이들 조직에게는 큰 타격이다. 게다가 대법원 인사 등에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법부를 향한 눈초리가 곱지 못하다.

“성추행‧성희롱‧성폭행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


현직 검사들이 내부 성추행 사건 및 수사 관련 외압 의혹 등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검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실 확인 후 조치를 취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잇단 내부 폭로에 검찰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불씨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사건 폭로로 시작됐다.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이 내용은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파장은 서 검사가 당일 방송에 직접 출연해 8년 전 자신의 경험을 밝히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실명과 얼굴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성추행 피해를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 제기하는)여검사들에게 ‘남자 검사들 발목 잡는 꽃뱀’이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며 “(검찰 내)성추행·성희롱뿐만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고 털어놨다.

법무부와 검찰은 당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서 검사의 공개 폭로로 논란이 커지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즉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을 맡기고 구성 및 활동을 시작하도록 했다.

조사단이 즉각 구성되고 검찰 내 성추행 등 관련 사건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본다고 했지만 ‘셀프 조사’ 등 의구심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조직문화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부에 과거 유사 사례 폭로가 이어졌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도 5일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이프로스를 통해 공개했다.

임 검사는 “서 검사의 일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서 강자와 약자의 문제”라며 “검찰 내부는 치외법권인 듯 상급자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았기에 작금의 불행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급자의 업무 외적인 폭언, 성추행 등 갑질에 검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문제 제기를 하면 꽃뱀으로 불리며 이를 목격한 상당수 검사들이 방관하거나 상급자 편의 논리와 소문에 2차 피해를 입고 따를 당했다”며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와 시스템, 순응한 검사들 탓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폭로로 새로운 사건도 드러났다. 안미현 검사는 4일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진행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폭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검사는 지난해 4월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불구속 기소로 수사 종결을 지시했고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관련 증거목록 삭제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앞서 지난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는 권 의원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6일 대검 월례간부 회의에서 최근 현직 검사들이 성추행 사건 및 수사 관련 외압 의혹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시대 변화나 국민적 요구에 맞춰 검찰 문제를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와 함께 “조직 내 성 관련 범죄가 더 이상 은폐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제기된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우선 배려하는 피해 회복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특히 진상조사 과정에서 신상공개, 인신공격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구성원 모두 각별히 유의하라”며 “어느 한 성(性)이 다른 성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지내야 하는 잘못된 문화가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총장은 “누구든지 피해 상황을 목격한 때에는 이를 적극 제지하고 피해 사실을 방관·은폐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 구성원 모두 합심해 검찰 내부에 진정한 양성평등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이 안팎으로 처한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도 가볍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진지한 자세로 성찰하고 지혜롭게 개선해 간다면 지금의 시련은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첫 정기인사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 눈길


대법원(법원장 김명수)은 오는 13일 자로 법원장 16명을 포함한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에 대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에는 민중기(59·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최완주(60·사법연수원 13기) 서울고법원장은 유임됐다.

사법연수원장에는 성낙송(60·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대전고법원장에는 조해현(58·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원장에는 최상열(60·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특허법원장에는 조경란(58·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사법연수원 16기~17기 고등법원 부장판사 9명은 지방법원장으로 신규 보임됐다. 또 인천·지방권 가정법원장으로 1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4명의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인천·대전·광주가정법원장은 오는 26일 자, 울산가정법원장은 개원하는 3월 1일 자 인사다.

법원행정처 비서실장에는 김환수(51·21기)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에는 이승한(49·22기) 대전고법 청주부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수석교수에는 성수제(53·22기) 대구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에는 노정희(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법원장 순환보직제에 따라 고등법원 재판부로 복귀했던 사법연수원 14기 법원장 중 5명이 법원장으로 다시 보임되고 사법연수원 15기인 현직 법원장 6명이 고등법원 재판부로 새로 복귀했다.

또 현직 법원장 3명이 희망에 따라 원로법관으로 지명돼 1심으로 전보됐다. 원로법관제는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이들은 1심에서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소액사건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신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는 사법연수원 22~24기 총 14명이 승진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 24기까지 이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이 이뤄졌기 때문에 전년과 같은 기수가 대상이 됐다. 지난해 22~24기 총 13명이 승진한 것과 유사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기수별로는 22기 2명, 23기 4명, 24기 8명이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인사다. 이에 따라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예상되면서 법관들의 사직 움직임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고위법관 인사에서는 법원장급에서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이기광 울산지법원장 2명이 사표를 냈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3명,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7명 등 총 14명이 사직했다. 오는 26일자로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에 대한 인사가 이뤄진다.

김 대법원장의 첫 번째 정기 인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가장 큰 논란은 코드 인사 논란이다. 인사를 살펴보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회원 5명이 법원행정처 요직과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는 소위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특히 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원행정처가 판사 동향 문건 등을 다수 작성했다는 추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민 원장은 지난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에도 선출됐다.

김 대법원장이 추가조사를 지휘했던 민 원장을 선택하면서 향후 판사 동향 문건 등 추가조사 결과와 관련된 보완 조사 등 후속 조치에 힘이 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판사들이 가장 많아 내부 여론 등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중기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4년 전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한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 원장은 지난 2014년 9월 서울고법 행정7부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20여 명의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

민 원장은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뭐가 필요한지 아느냐.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며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민 부장판사는 자리에 배석한 여기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자 민 원장은 “참석자 수와 맥락 등이 기억과 다소 다른 면이 있다”며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동작이나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그 직후 참석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고, 지금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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