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난타’ 성공 이뤄 낸 공연기획자의 열정으로 평창 평화 메시지 완성
송승환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9일 개막식을 필두로 한국 2번째 올림픽인 평창동계올림픽이 본격적인 스포츠 축제를 시작한 가운데 개·폐회식을 진두지휘해 온 송승환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 경력 50여 년, K컬처 선두주자인 그가 만들어 낸 평창올림픽의 평화와 미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장 한국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송 총감독이 기다려 온 열정이었다.

개막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송승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개회식에 동원되는 배우만 1300명, 수백 명의 스태프와 개막식의 한 장면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 1000명까지 합치면 3000명이 넘는 인원이 그의 진두지휘를 받고 있다.

송 총감독은 2015년 7월 총감독으로 선임된 2년 5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에 그는 “사력을 다해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를 전해 개회식뿐만 아니라 폐회식을 통해 유종의 미의 거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회식은 주최국의 정체성을 세계인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올림픽 최대 문화이벤트다. 특히 평창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이 아닌 오각형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돼 관객과 공연팀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이색적인 무대를 만들어 냈다.

송 총감독은 “오각형 개·폐회식장에서 진행되는 만큼 과거에 본 적 없는 색다른 비주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각형의 독특한 구조로 이색적인 동선을 연출해 남다른 그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원형 무대에 설치된 두 대의 리프트 밑에선 수백 명이 한꺼번에 등장해 한편의 공연 예술처럼 다향한 입체미를 뽐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한국의 전통문화부터 K팝까지 다양한 한국문화의 모습을 드러 낼 작정이다.

송 총감독은 “개·폐회식에 3000여 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 한국무용, 전통 음악 예술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K팝 스타, 현대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공연전문가로서 올림픽 개회식하면 흔히 떠올리는 매스게임은 처음부터 제쳐놨다. 그는 공연전문가답게 공연처럼 하려고 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여기에 부족한 예산과 공연장 크기를 고려할 때 매스게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 다만 작은 공연장의 잇점을 적극 활용해 빠른 무대전환, 영상을 많이 쓰는 것이 다른 올림픽과의 차별점이다.

영상에 대해 그는 “지금은 영상시대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관람하는 3만5000명 뿐 아니라 TV에서 보는 수십억 시청자들을 위해 영상연출에 신경 썼다”고 전했다.
개폐회식 설명회
조화와 융합으로
평화와 미래를 만들다


이를 통해 송 총감독은 한국의 자연미를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에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활용한 ‘조화와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송 총감독은 “서양에서 동양을 바라볼 때 주로 한중일 3개국을 떠올린다. 중국이 자연으로 압도하고 일본은 아기자기한 인공적 꾸밈이 강하다면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면서 “많은 학자가 한국 현대문화의 특징으로 ‘융합’을 이야기한다. 동서양의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곳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특한 융합으로 한국만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송 총감독은 “빛으로 된 영상을 쏘는 프로젝션 매핑 등 현대적 미디어 아트와 세계적인 한국의 영상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회식 슬로건은 ‘피스 인 모션(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 폐회식은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새로운 미래)’다.

송 총감독은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점에서 올림픽 정신 중 하나인 평화가 가장 맞아떨어지는 나라다. 스포츠를 매개로 세계인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개회식 슬로건을 피스인 모션으로 정했다”면서 “‘넥스트 웨이브’는 평창올림픽이 끝나도 한국이 좀 더 성장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미래의 물결, 한국이 만들어라’라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소문난 연출가들…
한국적 판타지 선보여


개·폐회식 연출은 공연연출가인 양정웅과 장유정이 각각 맡았다.

공연계에선 소문난 연출가들이지만 대중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 2012 런던하계올림픽을 들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이들 올림픽은 장예모, 대니보일 등 영화감독이 총감독을 맡아 수천명의 출연진과 스타 가수들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양정웅, 장유정 연출(왼쪽부터)
하지만 송 총감독은 이들에 대한 신뢰로 우려에 대해 답했다.

그는 “내가 총감독을 맡았을 때도 대형 이벤트 경험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개·폐회식 제작단은 이벤트 전문회사 5개가 컨소시엄으로 구성한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 연출을 맡은 양 연출은 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 밤의 꿈’을 한국적인 소재로 제작해 한국 연극 사상 최초로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공연했다. 2012년에는 영국 셰익스피어페스티벌에 초청돼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송 총감독은 “‘한여름 밤의 꿈’에서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들을 한국의 도깨비로 바꿔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 알리는 능력이 탁월한 양 감독의 연출력 덕분에 흥미진진한 개막식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양 연출은 “이번 개회식에서는 어렵거나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다”면서 “스펙터클한 기술이나 첨단 무대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이 중심이 된 무대로 소박하면서도 한국적인 판타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폐회식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은 극작가 출신으로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 등의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왔다. 2010년 영화 ‘김종욱 찾기’ 감독으로 데뷔해 지난해 영화 ‘부라더’를 선보인 바 있다.

장 연출의 특징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을 자랑한다. 장 연출은 “경기가 끝난 뒤 경쟁을 내려놓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아름다운 한국문화와 현대문화를 선보여 시대와 세대를 넘은 어울림의 무대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올림픽, 완성 아닌
문화자산의 시작점


송 총감독이 평창의 꽃을 피우기 위해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총감독에 선임되면서부터 우려로 시작했고 최근 다른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개·폐회식 예산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은 그의 고민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는 약 6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그간 평균 2000억 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실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6000억 원, 밴쿠버 동계올림픽 1715억 원, 런던올림픽 1893억 원이 사용됐다.

송 총감독은 “예산 제약은 사람, 자원 제약과 같은 말이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큰 감동을 만드는 게 어렵지만 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진행했다”는 말로 자신의 열정을 대신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송 총감독을 힘들게 한 건 근거 없는 루머들이었다.

그는 “최순실 차은택과 관련한 소문 등 사실이 아닌 루머들, 올림픽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다”며 “처음엔 ‘나만 떳떳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글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송 총감독을 다시 일으킨 건 책임감이었다.

한때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는 그는 “다행히 일이 너무나 바빠서 한가롭게 축 늘어져 있을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며 “힘들 때면 ‘그래, 올림픽이니까, 다시 없을 최고의 기회니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자’고 되뇌었다”고 회상했다.

송 총감독은 올림픽 이후 남게 될 문화 자산에 대해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올림픽이 끝난 후 남는 것은 형체가 있는 건축물과 경기장도 있지만 유산으로 기억될 것은 문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올림픽이 완성이 아닌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송 총감독은 1965년 KBS 아역 배우로 데뷔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자리매김했고 1997년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를 제작 이후 대표적인 한류 공연으로 키워내는 등 K컬처를 이끌어 왔다.

특히 난타는 199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해 흥행을 기록했고 2003년 브로드웨이에 상설공연으로 진출한 최초의 아시아 작품이다. 2015년엔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지난해 20주년을 맞이하는 등 대표 한류문화 콘텐츠로 성장했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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