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구경 힘든 국가들 첫 데뷔, 초미니 군단 등 다양한 모습에도 열정 가득
- 푸른 눈 한국선수들, ‘친부모 찾아’, ‘파벌에 떠밀려’ 등 귀화 사연도 이색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9일 개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이 92개국 2925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운데 동계 스포츠의 스타급 선수들과 함께 이색 사연을 가진 선수들도 대거 참석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로 눈 구경 한 번 하기 힘든 아프리카나 열대지방 국가 선수들이 대부분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사연이 어떠하든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바로 메달이다.
 
2년 전 리우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몸에 오일을 발라 화제를 모았던 통가의 타우파토푸아 선수는 우여곡절 끝에 크로스컨트리로 종목을 바꿔 평창에 입성했다.
그는 당시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가운데 평창에 오기 위해 동계스포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타우타토푸아는 지난해 1월에서야 스키에 입문해 모래사장에서 이색적인 훈련을 하는 등 피나는 노력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더욱이 올림픽 출전 비용 마련을 위해 직접 모급 영상까지 만들어 3000만 원 이상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해낼 수 있다면 모두가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불가능이 가능이 되는 것”이라며 특유의 태권도 발차기 시범으로 응원을 부탁했다.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평창올림픽에 다양한 선수들이 출전했다.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가나, 케냐, 에리트레아가 선수를 파견했다.
 
우선 나이지리아는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 3명을 파견했다. 세운 아디군, 은고지 오누메레, 아쿠오마 오메오가가 그 주인공.
 
2016년 9월 14일 처음 만난 이들은 최소 3개의 다른 트랙에서 열리는 공식 대회에 출전해 5차례 이상 완주해야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각종 부상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북아메리카컵에서 13위를 차지해 당당히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췄다.
 
특히 이들은 직접 만든 나무 썰매로 훈련했고 대회 출전 경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오메오가는 “아프리카 대륙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가나는 남자 스켈레톤에 1명을 출전시킨다. 아과시 프림퐁은 2006년 토리노 대회에 출전했던 타일러 보타(남아공)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가 됐다.
 
프림퐁은 8세 때 네덜란드로 이주해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으로 봅슬레이로 전향,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소치 대회에서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이후 한 진공청소기 업체 외판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그는 2015년 스켈레톤을 시작해 올림픽 출전 꿈을 이뤘다.
 
케냐 최초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로 파견된 사브리나 시마더는 3살 때 어머니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눈과 친숙해 진 경우다.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 30년 넘는 투쟁 끝에 1991년 독립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리트레아도 첫 동계올림픽 선수를 파견했다. 스키 종목의 캐나다 이민 2세인 섀넌오그바니 아베다다.
 
아베다는 “나에겐 고국의 피가 흐른다. 에리트레아 난민을 대표해 우리의 고통을 지구촌에 알리고 싶다”며 출전 소감을 전했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해 2년전 리우올림픽을 통해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코소보도 알파인 스키 벤스니크 소톨리가 동계올림픽의 문을 열었다.
 
쇼트트랙에서도 이색 선수가 등장했다. 먼저 흑인 최초로 미국 여자 쇼트트랙대표팀에 선발된 가나 출신 마메이 바이니다.
 
바이니는 지난해 12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미국 올림픽대표 쇼트트랙 선발전 여자 500m에서 1위를 차지해 평창행을 확정했다.
 
특히 그를 지도한 인물은 우리에게 친숙한 김윤미 코치다. 김 코치는 1994년 릴레함메르, 1988년 나가노 대회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싱가포르도 쇼트트랙에 선수를 파견했다. 싱가포르 선수단은 지난 8일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입촌식을 가진 가운데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은 동계올림픽 메달(금4·동1)을 획득한 전이경 감독의 제자 샤이엔 고가 주인공이 됐다.
 
싱가포르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는 행운이 따랐다. 고는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차 월드컵 1500m에 출전해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넘어져 엉겁결에 포인트를 획득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이번 올림픽은 말 그대로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참가했다”면서도 “최근 훈련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선두그룹과 함께 경기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제프리 웹도 국가 최초의 올림픽 알파인 스키 대표로 나선다.
 
평창대회를 통해 올림픽에 첫 데뷔하는 국가는 모두 6곳(나이지라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콰도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1명만 참가하는 ‘초미니 군단’도 17개국이나 된다. 가나, 남아공, 동티모르, 마다가스카르, 몰타, 버뮤다, 산마리노, 싱가포르, 아제르바이잔, 에리트레아, 에콰도르, 케냐, 코소보, 키프로스, 통가, 푸에르토리코, 홍콩 등이 참가해 열띤 메달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맷 달튼
   한편 평창대회 참가를 위해 귀화한 ‘푸른 눈’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귀화 선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11명이 속해 있는 아이스하키로 이중 남자 아이스하키 팀에만 7명이 소속돼 있다.
 
이중 에이스이자 골리를 맡고 있는 맷 달튼은 지난해 3월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한라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러시아 리그에서 뛰던 달튼은 소치 대회의 열기를 직접 체험하고 올림픽 무대를 동경하며 국적까지 바꿨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역시 4명의 귀화 선수로 전력을 보강한 가운데 박윤정(미국 출신)의 경우 정확히 귀화가 아니라 국적 회복에 해당된다. 생후 4개월이 되던 1992년 미국에 입양된 그는 메달과 함께 친모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박윤정은 “특별한 단서가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그게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이애슬론의 경우 4명의 귀화 선수로 꾸려졌다. 남자 선수인 티모페이 랍신,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벳츠와 여자선수 안나 프롤리나, 에카테리나 아바쿠모바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이중 국제대회에서 우승만 6번한 랍신은 파벌 경쟁에서 밀렸다는 생각에 귀화를 선택했다. 마치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를 연상시킨다. 그는 오는 11일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남자 스트린트 10km 경기에 출전한다.
 
이 외에도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마그너스가 “엄마의 나라 한국을 세계에 스키로 알리고 싶다”는 포부로 노르웨이 국적을 포기했다.
 
그는 2016년 동계유스올림픽, 지난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경쟁력을 확인시켰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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