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혈통’ 김일성 직계가족 김여정 남한 첫 방문
- ‘평화’와 ‘국익’ 두 마리 토끼 잡는 전략 절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끈 인면조!
 
새의 몸에 다소 기괴하게 생긴 넓적한 얼굴을 한 인면조는 세상이 ‘평화'로울 때 나타나 새로 천 년을 사는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한다.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남 위원장이 방남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갔다. 2박3일 56시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 직계가족의 첫 번째 남한 방문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절제된 미소와 부드러운 태도는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방문 둘째 날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친서를 문재인대통령에게 전하며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는 강렬한 발언을 해 적극성과 자신감을 표출했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이 전제된 방북 요청에 대한 각 당의 반응은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선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북핵을 놓고선 온도차가 느껴진다. 민주당, 민평당 정의당은 대화는 많을수록 좋으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평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정은 방문 요청
‘정상회담 일회성 이벤트’ 경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핵 폐기나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그 어떤 회담도 위장 평화공세",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의 행보는 핵고도화와 ICBM 완성을 앞둔 시간벌기"라며 반발했다. 그럼 국민 여론은 어떨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나온 게 없지만 지난 1월 12~13일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 생각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먼저 지난 1월 9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고위급회담에 대한 긍정 평가는 79.4%로 10명중 7명은 9년여 만의 남북 대화 재개에 힘을 실어줬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선 ‘아직 북핵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55.7%였고 ‘남북간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재개해야 한다'가 40.3%로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추진돼야 한다는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줬다.
 
60대 이상,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북핵 해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63~68%로 나타나 북핵 관련 여러 이슈들이 보수성향층의 영향 요인임을 보여줬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선 ‘지금처럼 긴장 관계가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47.2%,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8.5%로 조사돼 ‘악화되거나 긴장관계가 유지될 것'이란 견해가 55.7%로 나타났다. ‘지금보다는 더 좋아질 것이다'란 낙관적 전망은 39.1%였다.< KSOI 1.12-13 전화면접조사 실시 1,033명 95% 신뢰수준 ±3.0%p>
 
결국 남북 대화 재개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과 관련해 국민 여론은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에 성급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미·일·중·러 4강 관계를 충분히 고려한 ‘속도 조절'을 통해 차분하게 풀어가길 희망하는 것 같다.
 
참고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행보 등이 북핵문제 해결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 83%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해 남북 대화 재개가 자국의 이해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방북 요청에 따른 우리의 일정 준비와 강경 기조를 달려온 북미 관계가 해빙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서 펜스 미 부통령은 북한 대표단이 행사장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5분 만에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외신에서 외교적 대응 미숙이라고 지적했지만 그만큼 북미 대화의 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그래서 폐막식에 방한하는 이방카가 남북 대화 분위기에 덧붙여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긍정적 메시지와 외교적 제스처를 선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난 9년간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 스스로의 문제다. 이번 고위급대표단에 대해서도 방문단이 온다 안온다부터 김여정 부부장이 올 것이다 오지 않을 것이다 설왕설래했다. 오랜 기간 교류가 없다보니 북한 내부 정보에 어두운 면도 있고 앞으로 우리가 남북 문제의 전반적인 주도권을 쥐고 나가는 데 미숙함도 일부 있을 수 있다.
 
남북 대화 당사자 ‘신뢰’가
전제돼야
 

다행히 이번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란 이벤트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눈에 띄는 실수 없이 잘 일단락은 되었다. 하지만 일부 야당과 일부 언론은 여전히 ‘꼬투리잡기식'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열 취재 열기 속에 북한 공연단원들을 여자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 사진 촬영해 ‘기레기' 소리를 듣거나 북한 응원단의 응원 도구를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김일성 가면'이라고 보도해 물의를 일으킨 일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미확인 루머들이 사그라들지 않아 모처럼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은 국익 앞에 하나되지 못하는 협소한 시각이자 모처럼 다가온 기회를 망가뜨리려는 심사로 보인다.
 
현재의 대화 분위기는 남북 당사자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속도보다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른 정확한 방향과 중심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이후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평화와 국익이란 관점 아래서 하나된 목소리가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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