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2월13일 바른미래당 출범식을 가졌다. 하지만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범식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이 있다. 통합반대파인 비례대표 장정숙, 이상돈, 박주현 의원이다. 이들 3인방은 바른당과 통합을 반대해 민주평화당에 참여하려 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출당조치를 하지 않아 의원직 유지를 위해 바른미래당에 적을 두고 있다. 몸은 바른미래당, 마음은 민평당에 있는 셈이다. 사실상 민평당을 이끌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이들 3인방에게 탈당하지 말고 ‘의원직 유지하면서 사후를 도모하자’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바른미래당 내 ‘트로이 목마’로 삼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박 의원 본인은 과거 같은 처지에 있을 때 탈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당에 대변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어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돈 의원, 장정숙 의원, 박주현 의원

- 민평당 “대변인직 맡아 달라” 장정숙, “생각 좀”
- 이상돈, “당직 맡겠다!” 여의도 낙동강 오리알 전락?
 

안철수 전 대표는 1월28일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 16명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탈당을 촉구했다. 이 중에는 이상돈, 장정숙, 박주현 비례대표 3인이 포함됐다.

박주현·장정숙 의원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천정배 의원이 창당했던 국민회의 출신으로 ‘천정배맨’이다. 천 의원은 통합반대파 핵심 인물이다. 반면 이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초만해도 안 전 대표 측근이었으나 대선을 전후로 원수지간이 됐다.
 
비례대표 3인방은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이중 당적을 가질 경우 의원직이 박탈된다. 이에 비례대표 3인방을 비롯해 조배숙 민평당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비례대표 3인방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명처리’(혹은 출당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상돈 의원은 “무늬만 바른미래당이다”며 “민평당 중요 당직을 맡을 수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장정숙 의원도 장병완 민평당 원내대표와 민평당 1호 법안 및 중점추진안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이 의원과는 달리 민평당에서 창준위 대변인이었던 점을 들어 대변인직을 맡길 바랬지만 당 대표에게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은 바른미래당,
마음은 민평당” 웃픈 현실
 

민평당 입장에선 당 출범과 동시에 송기석 의원이 선거법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해 15석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을 채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하는 민평당 입장에서 비례대표 3인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또한 선거가 있는 해로 정당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민평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탈당하라”며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당분간 비례대표 3인방은 소속은 바른미래당에 있으면서 정치적 행동은 민평당과 함께 하는 비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벌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들 3인방은 자유한국당 비례대표인 김현아 의원처럼 바른미래당 지도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공산이 높다. 김 의원 역시 ‘몸은 자유한국당, 마음은 바른정당’으로 활동을 하다 ‘당원권 정지’를 당해 최소한의 의정활동만 할 뿐 정당 활동은 전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례대표에 대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탈당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 민평당 김광수 의원 대표발의)과 당에서 제명 처리해도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도록 더 엄격히 하자는 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 한국당 이장우 의원)이 동시에 관련 상임위에 올라 있다. 후자보다 전자가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과 헌법학계 모두 비례대표 의원들이 정당의 힘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당적을 바꾸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비례대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를 공천해 명단을 확정하고 유권자에게 공개한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를 행사하는데 각 정당이 획득한 투표율에 따라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가진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정당의 의석 소유권’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한편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비례대표 3인방의 행보를 두고 박지원 의원의 ‘꼼수’가 재차 빛을 발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른미래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들 비례대표 3인을 민평당에서 남겨둔 ‘트로이목마 3인방’으로 부르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출당 조치를 해 주면 좋겠지만, 안 해 주면 거기 놓고 우리하고 활동하면 된다”고 언급한 게 단초가 됐다. 통합 반대를 외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적만 바른미래당에 두고, 민평당 활동을 하면 된다는 사고다.
 
하지만 정작 박 의원은 이들 3인방과 비슷한 처지에 몰렸을 때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바른미래당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1995년 9월 DJ가 정계에 복귀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다.

당시 민주당 의원 95명 중 65명이 탈당하고 신당에 합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논란처럼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12명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탈당하라’고 주장했고 비례대표 의원들은 ‘제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6개월 가까이 ‘민주당 소속 국민의회 의원’으로 지낸 이들은 1996년 4월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집단 탈당해 국민회의로 입당했다.
 
95년 박지원은?
의원직 버리고 ‘탈당’

 
그러나 박 의원은 달랐다. 같은 비례대표 신분이었지만 창당 전후로 민주당을 탈당해 의원직을 버리고 국민회의 대변인을 맡았다. ‘민주당 소속 국민회의 의원’들 때문에 민주당은 적대적이자 불안한 동거를 해야만 했다.
 
당시 국민회의 소속 박 의원은 “국가와 국민이 부여해 준 의원직이므로 정기국회까지 의원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군색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전국구 의원들의 ‘이중국적’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 재차 불거져 민주당이 비난을 쏟아내자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이런 식으로 비난해선 안 된다”고 역시 군색하게 반박했다.

무엇보다 12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총선 한 달을 남겨두고 집단 탈당을 하면서 비례대표 하위 순번을 받은 후보자들이 의원직을 대거 승계하면서 ‘1개월짜리 국회의원’이 무더기로 탄생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반면 민평당에서는 이에 반박해 안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창당과정에 참여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전현숙 경남도의원에 대해 민주당 경남도당이 제명 조치해 의원직을 유지해달라고 안 전 대표가 요구해 결국 도당이 제명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민평당에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며 “안 전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인질로 삼지 말라”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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