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불분명·캐스팅보터 역할 미지수…6월 선거 중대 변수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왼), 안철수 전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해 말부터 통합을 추진해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13일 ‘바른미래당’으로 통합을 공식화했다. 물리적 통합을 마무리하긴 했으나, 화학적 결합으로 장기 생존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당 통합 과정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과 탈당 사태,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을 빚은 바 있어 현재 우려의 시선이 다분한 상황이다. 우선 ‘박주선-유승민’ 투톱 체제로 닻을 올린 당의 운명은 오는 6·13지방선거의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체성 진통 봉합했으나 불씨 남아…‘합당 신고식’ 일부 친안계 ‘불참’ 불안 노출
“地選 전 갈등 크게 부각 안 될 것” 목소리도…“분명한 건 민주당은 웃고 있어”

 
지난 13일 오전 양당은 국회에서 수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합당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해 9월20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 연대를 위한 ‘국민통합포럼’을 출범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엔 고양시 킨텍스에서 바른미래당 출범대회를 개최해 대규모 ‘합당 신고식’을 치렀다.
 
출범대회에서는 바른미래당 창당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당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이제 우리는 국민의 큰 기대와 미래의 알찬 꿈을 안고 거대한 일보를 시작했다”고 했고, 유승민 공동대표는 “우리 모두 사즉생 결기를 다지자”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 낸다면 우리는 죽음의 계곡을 살아서 건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을 비판하고, 제3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발언도 나왔다. 통합을 최전방에서 주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 동서 화합정당, 지역·계층·세대를 넘어서는 합리적 개혁정당인 바른미래당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며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정치 괴물’(거대 양당)을 끝장내고 정치 본연의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강한 의지의 발언들이 쏟아졌지만, 바른미래당의 향후 전망에 대해선 벌써부터 부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의석수 갈수록 감소
합당 전날까지 정체성 논란

 
바른미래당 통합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통합 찬반으로 갈려 극심한 내홍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39명 의원 중 14명이 별도 살림을 꾸렸다. 지난해 말 20석이던 바른정당은 그해 11월 9명의 집단 탈당에 이어 지난달 남경필 경기지사, 김세연·박인숙 의원 등 추가 탈당으로 의석수 한 자릿대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합한 바른미래당의 현재 의석수는 30석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엔 모자란 의석인 데다 이마저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는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바른미래당에 남은 국민의당 소속 반(反)통합파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을 제외하면 실질 의석수는 27석이다.
 
여기에 한때 핵심 친안계로 분류됐던 김성식·박선숙·채이배 의원 등 3명은 이날 출범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들은 통합 과정에서 당 노선 확립 문제를 놓고 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은 서둘러 봉합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 ‘중도’를 넣을지 ‘진보’를 넣을지 용어 선택을 놓고 출범대회 전날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출범대회 당일 오전 이념 관련 용어를 모두 빼는 것으로 서둘러 발표하면서 향후 각종 현안이나 정책 문제에 있어 불필요한 잡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의 이날 출범대회 연설에서도 용어 선택 차이를 보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중도보수를 강조하며 바른미래당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 세력의 만남이라고 규정한 반면, 박주선 공동대표는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 세력의 만남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를 찾기 힘들고 특히 양당은 대북정책에 대해 그동안 극단의 입장을 보여 왔다”며 “바른미래당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단순히 선언문에 있는 활자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방선거 이전에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방선거라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사소한 내부 갈등은 크게 부각 안 될 것”이라며 “특히 안 대표가 한국당과 경쟁해서 2당이 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보수 경쟁으로 내부 차이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이 최대 관건
갈 길은 구만리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좌우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합당 직후 조속히 지방선거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유승민 공동대표는 “정면 대결 벌여야 하는 곳에 최선의 후보를 낼 것”이라며 “최대한 (저도) 직접 뛰어서 도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강한 의지는 밝혔으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정 세대나 지역 기반이 없는 데다 뚜렷한 후보군까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후보가 없으면 정당 지지율뿐 아니라 광역단체장 선거에도 약세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게다가) 바닥 민심은 이미 한두 달 전부터 민주당과 한국당의 1:1구도로 짜여 있는 상황이라 판 뒤흔들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양호 소장은 “정책 내용 등으로 새로운 보수의 비전 가치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수 경쟁 체제로 민주당은 화장실에서 웃을 거고 한국당은 애써 무시하지만 속으로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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