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김의 초청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으로 참석 중인 그의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전달되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첨언했다. 미국과의 대화에도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때부터 남한의 좌편향 대통령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위해 현금 4억5000만 달러와 물품 5000만 달러어치를 몰래 바쳤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 대통령은 평양 회담 후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애걸했다. 그는 김정일에게 답방해 달라며 23일 사이 무려 8차례나 어린애처럼 졸라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위해 14조3000억 원이 소요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을 약속해 주었다. 그밖에도 노 대통령은 북한에 “다 줘도 남는 장사”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믿는다“ 등 친북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2중대’라는 말이 나돌기에 이르렀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도 정상회담에 사족을 못 쓰는 남한의 좌편향 대통령 약점을 파고든 책략의 일환이다. 김은 이 치명적인 약점을 파고들어 정상회담을 미끼로 던졌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북핵 의제 없는 대화에도 나설 것이라고 계산한 듯 싶다. 문 대통령이 북핵 빠진 정상회담을 받아들인다면 북핵을 인정해준 결과가 된다. 더 나아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압박에 구멍을 내고 만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조건을 달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정상회담을 거듭 주장해왔음을 상기하면 김대중·노무현처럼 결국 정상회담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역겨울 정도로 주적인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상전 모시듯 했음을 감안하면, 이미 정상회담으로 기울어진 게 아닌가 추측케 한다. 
김정은은 평창에 고위급대표단 외에도 미녀들로 구성된 응원·예술단을 내려보냈다. 붉은 립스틱으로 치장한 북한 미녀 군단은 ‘우리는 하나’ ‘우리 민족끼리’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북의 미녀군단 파견은 남한 주민들에게 동족애를 불러일으켜 대북 동정론을 유발키 위한 선동이었고, 북핵·미사일도 ‘민족’의 것이니 두려워 말고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홀리기 위한 연출이었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처럼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기도 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과의 대화를 ‘독이 든 만두’라고 했다. 김정은의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이야말로 ‘독이 든 만두’임이 틀림없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압박은 이제 겨우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핵 의제 없는 방북초청을 받아들인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연대에 균열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국내에 감상주의적 종북 정서를 불러일으킬 것도 명백하다. 더 나아가 남한 주민들에게 북핵·미사일에 대한 경각심을 해체시켜 북핵·미사일을 눈감아 주자는 여론마저 조성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에게 밝힌 대로 남북정상회담은 먼저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 “여건”이란 북핵 폐기조치와 정상회담에서의 북핵 의제 우선순위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북핵이 빠진 남북정상회담에 나선다면 ‘독이 든 만두’를 삼키는 거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도 ‘김정은의 2중대’라는 불신을 면할 수 없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