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보수 결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이 돌아왔고, 김현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도 해제됐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의 귀환 시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황과 연관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보수 진영이 똘똘 뭉쳐야 산다’는 구호가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최대 ‘어젠다’ 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검찰이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MB계 좌장’ 이 전 의원의 입당은 이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홍 대표의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올림픽 이후 홍 대표가 본격적인 MB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다만 홍 대표가 당 중진 의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은 변수다. 홍 대표가 MB 지원에 나서더라도 정작 당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가 모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홍 대표, 이 전 의원과 같은 YS 계인 김무성 의원의 역할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 洪 세력 기반은 친이계… “MB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
- 홍준표, 이재오에 ‘김무성 역할론’까지… 상도동 트리오 뭉치나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이재오 전 의원이 돌아오고, 김현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도 해제하는 등 보수 진영과 당의 통합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MB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전 대표는 지난 12일 늘푸른한국당의 4만 당원을 이끌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입당식을 가졌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제왕적 독주를 막고 나라의 발전과 개혁을 하는 데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복당 이유를 밝혔다.
 
두 당의 결합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 세력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홍 대표의 의도로 풀이된다. 중도 보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대비해 보수 색채가 강한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전 의원에 대한 징계 취소 역시 홍 대표와 당 중진 의원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세 결집 시점 ‘주목’
MB 지원 위한 ‘명분 쌓기’

 
다만 정치권은 홍 대표의 세 결집 시점에 주목하면서 홍 대표에겐 또 다른 ‘복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물론 지방선거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결집 행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는 ‘MB 지원’을 위한 힘 모으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MB계의 좌장’으로 불린다. 홍준표 대표도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BBK 의혹을 방어하고,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정부 초기 입법을 책임지는 등 가까이서 이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
 
이렇든 측근인 두 인사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한 시기에 한 지붕 아래 모이자 정치권은 한국당이 본격적으로 이 전 대통령 보호막으로 대오를 갖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오 전 의원은 복당 직후부터 MB를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MB를 겨냥한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와 관련 “딱 떨어지는 혐의가 없다. 대통령 주변의 온갖 걸 다 쑤시고 잡아가고 했지만, 그걸 대통령과 연관시켜서 잡아갈 만한 게 아직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표적을 만들어 놓고 그 표적에 맞춰서 죄를 만들어 가는, 그러니까 적폐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적폐를 생산하는 과정”이라며 “그것(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소위 근거 없는 보복이다. 그 보복 심리가 적폐라는 이름으로 둔갑을 해 사람들을 잡아가려고 하고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밖에도 정치권은 홍 대표가 MB 비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한 가지 근거를 더 제시한다. 홍 대표가 옛 친이계를 자신의 세력 기반으로 삼고자 한다는 것이다. 당내 소수파로 전락하면서 바른정당 창당 대열에 합류했던 친이계가 홍 대표 체제 이후 한국당에 복당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홍 대표가 적극 밀어 당선시킨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문표 사무총장, 김용태 혁신위원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장 등은 모두 옛 친이계로 알려져 있다. ‘대권 재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홍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로 친이계를 택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무성의 ‘보이지 않는 손’
당 내홍 잠재울 수도?

 
다만 추후 홍 대표가 ‘MB 지원 사격’에 박차를 가할 때 당 전체가 한 몸으로 움직여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홍 대표가 보수 결집 등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내부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영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 7명은 지난 12일 자신들이 요구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회의 개최’를 거부한 홍 대표에 대해 2차 성명서를 내고 ‘독선적’, ‘비호감’, ‘원맨쇼’ 등 단어를 사용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김무성 역할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모양새다. 김무성 의원과 홍 대표, 이 전 의원은 모두 YS 때 정치에 입문한 상도동계다. 이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당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지난 13일 김성태 원내대표의 중재안 도출에도 김무성 전 대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인 만큼, 지방선거 전에 당이 내홍에 휩싸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홍준표 대표와 보조를 맞춰 강경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던 김성태 원내대표가 전날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은 김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전혀 달라진 자세를 보이며, 원내전략중진연석회의 개최라는 중재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김무성 전 대표가 있는 게 거의 확실한 것 같다”며 “김무성 전 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이러한 수습책을 조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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