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한국당의 지방선거 전략이 ‘변환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인재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당 지도부가 ‘올드보이 차출’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나마 경쟁력과 검증을 마친 이들이 나선다면 승부를 겨뤄 볼 만도 하다는 판단으로 비친다. 오세훈 전 시장, 이완구 전 총리,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태호 전 도지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당내에서 올드보이들의 귀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당의 초라한 인재 영입 성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당 지도부가 ‘전략적 비공개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기존의 ‘인재 영입’ 전략의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한국당의 ‘올드보이 차출’은 ‘참신한’ 정치신인에 대한 갈증을 거물급 정치인의 ‘인지도’로 해소해 보겠다는 고육지책으로 비친다. 이와 함께 당내 일각에선 바른미래당과의 ‘지선 연대 시나리오’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변화된 ‘지선 필승 전략’을 심층취재했다.
 

- 오세훈·이완구·이인제 ‘카드’ 만지작…수도권·PK ‘일대일 구도’로 승부
- ‘후보 단일화’ 핵심 고리 ‘서울·경기광역단체장’ 선거 ‘주목’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자유한국당의 6월 지방선거 후보군이 오리무중이다. 지방선거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더 이상 가능성이 희박한 ‘인재 영입’에만 목을 맬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팽배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 스스로가 최근 바른정당을 탈당한 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영입을 거론한 것이 그 방증이다.
 
오세훈에서 시작된 ‘거물 카드’
충남지사엔 이완구·이인제

 
홍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해 “한국당의 중요한 자산이고 이 당을 이끌어 갈 지도자감”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종로에서 실족했다고 정치생명이 끝난 게 아니며, 한국당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분”이라며 “곧 한국당에 입당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최근 바른미래당 통합을 앞두고 바른정당을 전격 탈당했다. 굳이 당적(黨籍) 정리까지 한 것을 보면 언제든 현실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때마침 한국당 서울 종로 당협위원장까지 공석으로 비어 있어 정치권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뿐만 아니라 충청권과 경남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여권의 인물 포화에 비해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충남지사 후보 ‘와일드카드’로 민선 4기 충남지사 출신인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카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해 연말 대법원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같은 날 무죄 판결을 받은 홍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음해와 질곡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완구 전 총리도 명예회복을 원할 것”이라며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당에서 적극 돕도록 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 스스로도 무죄 판결로 명예 회복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 총리와 함께 충남 ‘와일드카드’로 거론되고 있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충남 출신의 대표적인 대권주자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는 493만 표를 획득하는 저력을 발휘한 인지도 높은 거물 정치인이다.
 
특히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 태안)과의 만남에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강력히 추천함으로써 이 전 최고위원의 ‘귀환’이 가시화됐다는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다.
 
성 의원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에 인사차 김 전 총재의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던 중 김 전 총재가 이 전 최고위원이 적임자라며 반드시 출마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최근 들어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김 전 총재의 ‘이인제 적임론’의 불씨를 스스로 키우는 모양새다.
 
그 밖에도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최근 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경남 거창 출신 거물 정치인으로 경남도지사를 거쳐 국무총리에 지명된 바 있다. 친노·친문 세력의 본진인 경남 김해을에서 친노 후보를 꺾은 적도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선에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오세훈·이인제 보수층 평가
‘극과 극’… 가능성 희박
 

다만 위에서 언급된 ‘올드보이’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이들이 실제로 당내 경선을 거쳐 당 후보로 등장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보수 진영 유권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불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을 던졌다. 이로 인해 오 전 시장은 재선된 지 1년 만에 시장직을 내놓은 건 자신을 지지했던 서울시민의 ‘표심’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오 전 시장이 박원순 시장 등장의 ‘원흉’이라는 원론적인 비난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란 이벤트를 통해 ‘대선 주자’로 발돋움하려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겨우 지킨 서울시장직을 던져서 박원순 현 시장이 ‘최장수 서울시장’이 되도록 했다는 분위기가 보수 진영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인지 오 전 시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정치를 할 계획이 없다”며 “당연히 이번 선거에도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충남지사 선거보다는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나 이 전 총리가 정치 복귀를 생각한다면 지방선거보다 오히려 이들의 연고 지역인 서울(노원병 또는 송파을)과 충남(천안갑)에 예정된 재보선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선거구가 넓은 충남에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투입하고, 이완구 전 총리는 박찬우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된 충남 천안갑 재선거에 투입한다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대선주자였던 1997년 대선이 벌써 11년 전 일이라는 점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과연 충남지사에 출마하면 승산이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당내에 팽배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이 전 최고위원 역시 오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보수층 내에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린다. 이인제 전 의원은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경선에 불복하면서 신한국당을 탈당한다. 이후 이 전 의원은 국민신당을 창당, 대선에 출마해 492만여 표를 획득하며 선전했다.
 
그러나 이는 이회창 전 총리가 집권당인 신한국당 후보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판 역전을 허용하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 전 의원은 보수층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당장 충남지사 선거와 관련한 가상 대결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충남 거주 유권자 8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박수현 전 대변인에 대한 지지가 20.4%로 가장 높았고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14.1%, 복기왕 시장이 13.4%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에 속한 이인제 전 의원의 지지율은 11.0%에 그쳤다.
 
이번 여론조사는 ARS여론조사(유선 63%+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37%) RDD 방식으로 실시한 결과다.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태호 전 최고위원 역시 이미 경남도지사를 두 번이나 한 데다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됐던 입장에서 다시 경남도지사를 하기엔 부담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홍 대표는 최근 자신이 경남도지사를 했을 때 행정부지사를 맡았던 윤한홍 의원을 후임 경남지사 후보로 내세우려는 기미가 역력하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김태호 카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서울, 안철수에 양보
경기·인천·부산에서
‘일대일 구도’
 

이처럼 ‘인재 영입’ 전략에 이어 ‘올드보이 차출’ 전략에까지 먹구름이 드리우자 정치권 일각에선 바른미래당과의 연대 시나리오를 점친다. 두 보수정당이 일부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승리 여부가 불투명한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넘겨주는 대신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은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한국당 단일후보를 내는 그림이다. 현재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로는 남경필 지사가, 인천시장 후보로는 유정복 시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내심 부산·경남까지 바른미래당이 양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관계자는 “만약 부산과 경남에서 ‘서병수-오거돈’, ‘윤한홍-김경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된다면 다급해지는 쪽은 민주당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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