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경영의 운전대 잡았지만 굵직한 현안 과제들 산더미

신 회장 빈자리 메우기에 적극적 행보 관심
 
경영 능력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되며 롯데는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롯데는 곧바로 ‘롯데 2인자’ 황각규 공동대표(부회장)에게 비상경영의 운전대를 맡기며 위기 타파에 나섰다. 그러나 황 부회장의 앞날은 암울하다. 신 회장을 주축으로 진행되던 ‘호텔롯데 상장’ ‘지배구조 개선’ 등 그룹 차원의 굵직한 현안들을 챙겨야 하며,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과 동시에 재점화 가능성을 보이는 ‘형제의 난’ 방어 등 눈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위기에 놓였던 삼성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삼성 2인자’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황 부회장이 롯데그룹 위기 돌파에 어떤 행보를 보여 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신 회장의 구속은 롯데그룹 50년 사상 첫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돼 그룹 전체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롯데는 곧바로 황각규 부회장과 4개 사업부문(BU)장 등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신 회장 구속 이후 롯데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며 총수 부재 동요를 안정시키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4일 구치소에서 생일을 맞이한 신 회장을 접견해 그룹 주요 현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 회장은 황 부회장에게 회사를 둘러싼 동요를 잠재워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부회장은 설 명절 연휴기간(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이지만 정상 출근하며 현장 점검 및 직원들의 동요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15일에는 롯데월드타워 근무 상황을 점검하고 종합방제센터와 8, 9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들러 신 회장의 유죄 판결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취소될 위기에 놓인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신 회장 빈자리 메우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 듯 다른 2인자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이건희·이재용이 없는 ‘총수부재’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공백을 메워 온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총수대행’ 비상경영체제처럼 황각규 부회장이 위기의 롯데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권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으며 총수 부재와 미래전략실 해체로 위기에 직면한 삼성의 ‘구원투수’로 나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권 회장은 최소한의 임원 인사 단행과 총수 공백에도 미룰 수 없는 현안들을 직접 챙기며 조직 안정에 힘을 쏟아붓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결국 그는 ‘총수 부재’를 겪었던 삼성전자를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 달성까지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전체 매출 239조5800억 원과 영업이익 53조6500억 원을 달성했다.
 
황 부회장과 권 회장은 각각 55년생 52년생으로 5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전기공학 학사를 졸업한 서울대학교 동문이다. 황 부회장은 1995년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을 보좌하며 신규사업, M&A 등을 이끈 인물이며, 권 부회장 역시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해 두 사람 모두 롯데와 삼성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그룹의 성장과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인물로 꼽힌다.
 
또 그룹 내 1인자인 신동빈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큰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로 각각 2인자의 자리까지 오른 그룹 내 실세들이다. 그들의 경영 행보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황 부회장은 직원들의 동요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자금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수반되는 해외 사업, 지주회사 체제 완성 문제 등 굵직한 현안 챙기기가 급선무다.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27일 롯데지알에스, 롯데상사, 롯데로지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계열사 흡수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신 회장 구속 직후 롯데지주 주가가 6% 넘게 폭락하면서 안건의 임시주총 통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 재연?
 

뿐만 아니라 황 부회장은 일본 경영권 방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일본 롯데의 지주사격인 롯데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일본 관행에 따라 뇌물 공여혐의로 법정구속된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건을 승인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됐다. 이에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뀐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신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이기 때문. 또 신 전 부회장이 6월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이나 그 전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경영권 탈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28.1%)인 광윤사를 지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경영 능력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본래 롯데의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 최측근이었던 故 이인원 부회장의 빈자리까지 다 메울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반면 롯데 측은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총수 부재’ 등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혀 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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