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림(알파인스키) 신의현(노르딕스키) 휠체어컬링·아이스하키팀 ‘메달 기대’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18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가 오는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패럴림픽(Paralympic)은 척추 상해자들의 경기에서 시작해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과 ‘Olympic’이 조합된 합성어다.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50여 개국의 선수와 임원 등 총 1700여 명이 참가하며, 선수들은 6개 종목에 걸쳐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대결을 펼친다. 일요서울은 대한민국 선수들 중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들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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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스키의 신의현은 금메달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지난 4일 세계 장애인 노르딕스키 월드컵 바이애슬론 7.5㎞ 남자 좌식 부문 1위를 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의현은 이날 핀란드 부오카티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 노르딕 스키 월드컵 바이애슬론 7.5㎞ 남자 좌식 부문 1위를 했다. 시즌 첫 월드컵 우승이다. 신의현은 26분8초1로 가장 먼저 골인하며 2위인 우크라이나의 타라스 라드(26분41초1)를 제쳤다.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인 러시아의 이반 고르코프(27분00초6)가 3위를 했다.

누가 출전하나

한국 장애인 노르딕 스키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카스파르 비르츠(스위스) 감독은 “다음 달 평창 패럴림픽까지 이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신의현과 함께 출전한 이정민도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인 6위(28분48초5)를 기록했다.
신의현은 2006년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절단했다. 2009년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고, 2015년 노르딕 스키에 입문한 뒤 1년여 만에 국제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작년 3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크로스컨트리 장거리(15㎞) 금메달, 바이애슬론 스프린트(7.5㎞) 은메달, 크로스컨트리 중거리(7.5㎞) 동메달을 땄다. 신의현은 5일 열린 15㎞ 경기에서는 4위(56분32초4)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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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 기대주 양재림은 알파인스키 활강(Downhi ll), 슈퍼대회전(Super-G), 대회전(Giant Slalom), 회전(Slalo m), 슈퍼복합(Super Combined) 등 5종목 출전권을 획득하며 메달 사냥에 나선다.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서 아쉽게 4위(대회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평창패럴림픽을 통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양재림은 지난해 1월 18일 슬로베니아에서 개최된 ‘2017 크란스카 고라 파라 알파인스키 월드컵’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각각 획득했다.
전체 19개국에서 7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한 월드컵에서의 입상은 부상을 극복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양재림은 지난 시즌 경기 참가 중 불의의 부상을 입고 일 년여의 기간 재활에 전념했다. 시각장애인 선수는 앞서 달리며 코스를 안내하는 가이드러너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양재림의 가이드러너로 출전한 고운소리(21세, 국민체육진흥공단)는 알파인스키 前국가대표상비군 출신으로 2015년부터 양재림과 호흡을 맞춰온 바 있다.

또 한 번의 영광을 위하여…

국내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의 대들보 정승환이 이끄는 아이스하키도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정승환 선수는 2009년 11월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뽑은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며 이미 세계 아이스슬레지하키를 대표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IPC는 정승환 선수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썰매하키 선수’로 평가하며 전 종목을 통틀어 패럴림픽을 빛낼 20인의 스타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정승환 선수는 5살 때 집 근처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장애를 입었다.
세계 랭킹 7위인 휠체어컬링 대표팀도 메달에 도전한다.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첫 출전에 은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강미숙, 김명진 선수 역시 소치 패럴림픽 출전 당시 국내외 언론에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노르웨이를 만나 연장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대부분 팀이 평창올림픽을 5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최고의 선수 구성과 전략으로 임했던 대회에서 올린 성적이라 의미가 컸다. 백종철 감독은 “그동안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대회 예선 스코틀랜드전부터 선수들의 집중력이 올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대부분이 국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 대회 준비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백종철 감독은 “선공에서 경기력은 톱3에 들 만하다. 그러나 후공 상황에서 다득점을 내지 못하는 것은 남은 기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휠체어 컬링은 비장애인 컬링과는 경기 방식이 조금 다르다. 대표팀은 반드시 남녀 혼성(방민자가 여성 선수)으로 구성돼야 한다. 손으로 투구하는 일반 경기와 달리 휠체어 선수들은 긴 막대(딜리버리 스틱)로 스톤을 컨트롤한다. 또 돌의 진행이나 방향 전환을 돕는 브러시가 없어 투구자의 감각이 더욱 중요하다.

북한 장애인스키 선수도 공식 데뷔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다. 노르딕스키의 마유철(27)과 김정현(18)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한다. 또 꽃제비 출신의 탈북(脫北) 청년 최광혁(31)씨가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마유철과 김정현은 이번 대회 참가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 독일 오베리드에서 월드컵 참가를 위해 전지훈련을 하던 중 영국 BBC의 심층 인터뷰에 응할 정도다. 당시 이들은 폐쇄적인 북한 상부의 통제 시스템을 벗어나 이란, 이스라엘, 몽골 등에서 온 다국적 선수들과 훈련 일정을 함께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유철은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소속 좌식스키 선수로, 어릴 적 달리기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발목이 잘렸다. 원래 운동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장애인 스포츠에 도전했다. 당초 그는 탁구 선수였다.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 목에 걸며 유망주로 떠올랐고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그러던 중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12월 좌식 스키로 종목을 전향했다.

김정현은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잘렸지만 어릴 적 꿨던 체육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애인 스포츠에 도전했다.
함경북도 화성군 출신인 최광혁 선수는 1990년대 중반 부모의 탈북 이후 북한 곳곳을 방황하면서 꽃제비 생활을 했다. 13세 때인 2000년 5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여동생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가 인파에 밀려 달리는 기차 아래로 떨어졌다.

이때 왼발이 바퀴에 깔리면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최씨는 “정신을 차리고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 걸으려고 하다가 한쪽 다리가 없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최씨는 아버지가 보낸 브로커를 따라 2001년 8월 여동생과 함께 탈북해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이어갔다. 3번의 수술을 한 뒤 의족(義足)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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