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다 vs 역량별 차등 지급 온도 차 뚜렷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권이 ‘연봉’문제로 들썩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보상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CEO들이 ‘황제연봉’을 받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던 터라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금융업계 CEO들의 연봉 책정 방식이 기존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실적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며 당국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유독 금융권만…긴장하면서도 푸념

금융회사 CEO의 고액 연봉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정해 진작 손보려 했던 과제다.

지난해 7월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금융 산업 구조 선진화를 위해 2017년 중 금융권의 단기 성과 중심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을 해소하고 내부 통제의 질을 향상하는 등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금융혁신 추진 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채용비리, 황제연봉 등 금 융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앞서 나온 신년사에선 “고액 연봉자의 보수 공시를 강화하고 장기근속자의 명예퇴직이 더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 간 빅딜’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지난해 12월 “일반 직원의 보상과 최고경영진의 보상 차이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오히려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부터 연봉, 배당까지 문제 삼고 있어 ‘관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는 상황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다른 업권에 비해 유독 금융권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보수 지급 기준이 뚜렷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이 성과 보수 비율을 직무 특성, 업무 책임의 정도 및 해당 업무 투자성 등을 고려해 달리 책정하라고 제시한 정도다. 금융회사 임원(사외이사·비상임이사 제외)의 경우 성과 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으로 나눠 받아야 하는 것 외에 다른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이 긴장을 하면서도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지주회장들의 연봉은 얼마일까. 국내 금융지주들이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CEO들의 연봉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연봉이 10억2400만 원으로 전년도 7억7000만 원보다 3억 원가량 늘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연봉이 2015년 6억3100만 원에서 2016년 9억8500만 원으로 늘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지난해 연봉은 더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달 안으로 금융 지주사 지배구조 검사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신한·KB·하나·농협·JB·BNK·DGB·한국투자·메리츠 등 9곳 지주에 대한 서면조사를 마친 뒤 검사에 착수했다. 현재 농협·JB·메리츠 등 3곳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고, 남은 지주사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검사를 위해 CEO 선임 절차와 경영승계 계획은 물론 성과보상체계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박스기사] 금융위가 밝힌 ‘6대 금융 적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중순 ‘6대 금융적폐’에 대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금융 적폐 사례로 6개를 지목했다. ▲담보 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행태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황제 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 구조 ▲불완전 금융 상품 판매 등 금융 소비자 피해 ▲최근의 채용 비리 등이다.

최 위원장은 “고객이 맡긴 돈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금융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금융 산업 성장의 혜택이 국민과 기업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고 성장한다 해도 박수 받기 어렵다”며 금융계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금융 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에서 금융위 해체의 목소리까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 적폐 청산을 위해 ‘금융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금융 부문 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경쟁 촉진 등 4대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금융 내부의 경쟁을 통한 혁신도 촉진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도록 금융시장 내 경쟁 압력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업 진입 규제 개편, 금융 규제 혁파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이 시장에 거품이 생기도록 해 경제 위기를 촉발하거나 취약 계층에 약탈적 영업 관행을 보인다면 시장은 순식간에 신뢰를 거두고 금융업은 존재 기반을 상실할 것”이라며 “금융위는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금융 혁신 추진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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