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금갔다? “아직 변했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1년 동안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계속해서 높여왔다. 그 결과 미국은 우리나라 자동차와 철강업계를 대표적인 무역 불균형 사례로 지목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세탁기·태양광 제품 긴급수입제한조치(safe guard·세이프 가드)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피로 맺은 동맹’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게다가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위기가 한미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 재협상, 긴급수입제한조치 등 파상공세 나선 미국 
정당하게 법적 절차 밟아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정부


청와대는 지난 20일 미국의 통상 압력 해결방안과 관련해 단계적 접근법에 따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보와 통상 문제는 분리해서 움직인다는 투트랙(two-track)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긴급 수입제한조치 협의를 우선적으로 하고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낸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정부, 통상 문제는
국익 극대화가 원칙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3일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서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따른 양자협의를 현재 진행 중에 있다”며 “만일 협의가 결렬되면 WTO 제소를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여부 검토 등을 통해 대응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우리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의 통상문제에 대해 우리 국익 확보라는 관점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그 잣대는 WTO 협정을 비롯한 국제통상 규범이 될 것이다. 필요 시 이러한 규범에 입각한 대응조치를 과감히 취할 것”이라며 “이를 외교안보적 시각에서 확대해석하거나 상대방 국가에 대한 비우호적 조치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일각의 우려를 부정했다.

홍 수석은 “WTO 분쟁해결 절차는 분쟁 당사국 간 불필요한 마찰 없이 분쟁을 해소하는 가장 현실적 수단”이라고도 덧붙였다.

WTO를 통한 분쟁해결 절차와 관련해 홍 수석은 “철강제품 및 변압기에 대한 미국 반덤핑 관세 조치에 대해 지난주 WTO 분쟁해결절차가 개시했다”며 “미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4월까지 우리 측 통계자료와 논리를 보강해 고위급이 활동을 실시하고 업계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협상 상황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반덤핑 상계 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규제 조치를 중요 협상의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며 “무역규제조치의 실체적, 절차적 개선이 이뤄지도록 협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우리 정부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엔 WTO 제소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중국의 경우 우리의 투자기업, 관광, 특정 부문에 대한 조치의 행위자나 그 근거를 찾기 어려운 기술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보와 통상 문제 분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는 세간 의문에 대해서는 “일종의 투트랙(two track)전략이다. 이 부분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 측 입장도 동일하다”면서 “튼튼한 한미 간 안보동맹 위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통상 문제에서는 국익 극대화로 접근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방침들은 향후 지속적으로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대화 국면이 북미 대화로 연계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통상문제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북미 간 대화, 남북 간 대화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면서 “현실적으로 제기된 이해충돌 문제들은 다른 논리로 풀어나가는 것이 맞다고 접근하고 있다”고 안보와 통상 분리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가 간 교역이나 투자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정당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서 정해진 제도 내에서 대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한미 관계에 틈새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지나치게 많이 나간 것 같다. 향후 나갈 조치에 대해서 사전에 예단하긴 힘들다. 우리는 법과 제도 한도 내에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한미 FTA 폐기설에 대해서 “한창 협상이 진행 중이다. 조만간 3차 협상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폐기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투트랙 전략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안보와 통상의 분리가 가능하냐는 얘기다.

김창준 “안보 따로 
경제 따로는 안 된다”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김 전 하원의원은 “경제는 지나치게 진보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이어 “힘 없는 사람도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말은 좋지만 어떻게 한다는 얘기냐”라며 최저시급 문제를 예로 들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혼란과 피해를 초래했다고 평했다.

김 전 하원의원은 “제대로 된 태스크포스팀만 만들었어도 이러한 문제들은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투트랙 전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전 하원의원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이 다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라며 “동맹이면 동맹이지 안보 따로 경제 따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하원의원은 한미 관계에 있어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미국과 더 친밀해 보이는 것도 안보와 경제를 하나로 묶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 ‘약다’는 표현을 썼다. 약은 일본이 굴욕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김 전 하원의원은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강하게 미국과 맞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미 FTA를 예로 들며 “거래를 해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가 원해서 한거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를 끊는다고 해서 (미국이) 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제소를 해서 이긴다고 해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피해는 우리 기업들이 본다”라며 현식을 직시 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김 전 하원의원은 미국의 통상압력이 약화된 한미동맹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미동맹은 아직 변했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금이 가거나 한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그쪽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정부가 신중한 정책을 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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