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경총은 '울상' 무협·대한상의·중기중앙회 '웃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경제 5단체란, 재계(財界)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정부 압력단체 역할을 수행하는 다섯 곳의 대표적 경제 단체를 지칭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상이다. 그런데 해당 경제 단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처지에 놓이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갈수록 상반되는 경제 5단체의 모습을 한 곳씩 들여다봤다. 

전경련 패싱 현상 계속될까…경총의 기대는 손경식 회장에게
대한상의 재계 대표 역할 지속 전망…중기중앙회·무협도 ‘평온’


경제 5단체 가운데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단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군사정변 이후 설립된 경제단체로 그동안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해 왔다.

그러나 전경련은 일명 1988년 일해재단 자금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제공 사건,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 등 대기업들의 정·관계 청탁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투명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아울러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자금 출연을 주도하고, 친정부 성향 지원 대상자 명단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창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키면서 암흑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전경련은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으로부터 해산 요구를 들어야 했다. 또 해당 여파로 삼성그룹과 LG그룹, SK그룹 등 거물급 회원사들이 줄줄이 탈퇴했다. 현재까지도 전경련은 각종 행사 명단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배제(패싱·passing)를 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의 영향력과 입지가 더욱 줄었다는 평가와 자정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경련은 나름대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발표했던 혁신안 대부분을 시행, 완료했다는 것이다. 우선 조직 축소를 위해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변경했다.

또 직원들의 월급도 30% 가량 삭감했고, 창립 이래 항상 중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도 없앴다.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싱크탱크 기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그동안 전경련과 크게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경총은 전경련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반대하다 ‘패싱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재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근로시간, 임금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다. 특히 노동계는 물론 정부와 전방위적인 논의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진보적 성향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무엇보다 차기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 논란이 있었던 터라 입지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또 정부가 경제단체의 수장들을 현 정부와 철학이 비슷한 사람으로 채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경총이 재계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신임 회장에 선임됨에 따라 예전의 위상을 되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손경식 회장은 대기업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악화된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반대로 웃음꽃이 활짝 핀 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1일 정기 의원총회 때 박용만 회장을 제23대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도 맡는다. 대한상의는 전경련이 유명무실해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정부와 재계 간 연결고리 역할을 도맡아 왔다.

대한상의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받는 박용만 회장의 연임도 호재다. 연임에 성공한 박용만 회장은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과제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과 대한상의가 재계의 대표를 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전경련이 쇄신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경총 또한 손 회장 추대로 기대가 크지만 당장은 대한상의가 재계를 이끌 수 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중기중앙회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갈수록 힘이 강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정부”라며 “중소기업을 살리고 중산층을 살리는 일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두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주 장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쟁 등 세 개축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기조 속에서 우리 경제 중심에 중소기업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앞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회적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간담회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올해 사업환경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변화에 잘 적응하고 고용과 소득 모두 늘어나도록 국회,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 5단체 가운데 가장 평온해 보이는 곳은 마지막 한국무역협회이다. 김인호 전 한국무역협회장이 지난해 10월 사임하면서 “정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해 잠시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김영주 회장 선임으로 재출발선에 들어섰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8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11월 보궐선임 이후 29대 회장으로 잔여 임기를 마친 김영주 현 회장을 만장일치로 재선출했다.

무역협회는 김 회장 연임으로 앞으로 무역업계의 현안 대응과 함께 민간 통상창구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주 회장은 임기 3년 동안 수출 활성화와 국내 기업의 통상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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