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970년대 ‘재고 처리’ 목적 유래… 전 세계에서 한국·일본에만 있어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지난달 14일 밸런타인데이가 끝나기 무섭게 다가온 화이트데이(이달 14일) 준비로 유통가가 떠들썩하다. 일명 ‘데이마케팅’. 편의점뿐 아니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대형마트 등 업계 전반에서 화이트데이 특별 행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지나친 데이마케팅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화이트데이는 문화라기보다 일본의 한 기업의 상술에서 시작된 게 이미 공공연한 사실인데, 유통가에서 앞 다퉈 소비를 조장하니 그야말로 ‘연인에게 사주기도, 안 사주기도 찝찝’하다는 반응이다. 일요서울은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 반응을 살펴봤다.
 
캔디류 뿐 아니라 숙박·백화점업계까지 나서 과소비 조장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취지…비슷한 제품군 ‘이중 특수’ 노려

 
화이트데이의 ‘짝꿍’ 밸런타인데이는 고대 로마시대 ‘성 발렌티노의 축일’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3세기경 로마 황제 클라디우스 2세는 청년들을 군대로 보내기 위해 결혼 금지령을 내렸는데, 성 발렌티노 주교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젊은 연인들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도록 돕자 이에 황제가 분노해 AD269년 2월 14일 발렌티노 주교를 처형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발렌티노 주교를 기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2월 14일마다 작은 선물을 주기 시작했고, 이것이 밸런타인데이의 시초라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는 이후 수천 년을 거듭하며 동서양을 막론한 전 세계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화이트데이는 역사가 짧다. 역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화이트데이는 1970년대 일본에서 유래됐다. 일본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이 밸런타인데이에서 착안, 매상 증진 및 재고 처리를 위해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기념일이다. 사실상 화이트데이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을 뿐, 다른 국가에는 ‘화이트데이’라는 문화 자체가 없다.
 
고가 선물 주기도… 소비자 부담 더욱 커져
 
이에 일각에서는 화이트데이가 노골적 상술의 전유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상술을 악용, 기업들이 잘못된 소비 풍조를 조장한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숙박·백화점업계까지 나서 화이트데이 프로모션을 실시해 사탕 대신 고가의 선물을 주는 풍조까지 생겨 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화이트데이를 챙기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 방문한 김수근(36)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여자 친구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며 가볍게 그 의미만 전달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화이트데이 기념 숙박 할인이나 선물 행사 같은 것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며 ‘안 사고는 못 배기는’ 분위기가 됐다”며 “화이트데이는 처음부터 상술에서 유래된 걸 알기 때문에 더 찝찝하다. 기업들의 마케팅에 알고도 속는 느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에서 거주했다는 장모(25)씨도 “미국에는 화이트데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밸런타인데이에도 가족, 친구, 연인끼리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마음만 전달한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지인들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기념일이 기업들의 지나친 마케팅으로 퇴색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유통 뿐 아니라 각 브랜드, 화이트데이 이벤트 치열
 

실제 국내 기업들은 앞 다퉈 화이트데이 행사를 실시하며 벌써부터 특수 잡기에 한창이다. 이마트24는 오는 14일까지 일반 캔디류, 젤리류 등 총 130개 제품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실시 중이며, 기타 편의점 업체들도 판매대에 화이트데이 프로모션 상품들을 올리고 있다.

또한 유명 초콜릿 브랜드 r고디바(GODIVA)는 화이트데이 시즌을 맞아 ‘갸또 메종 컬렉션’을 한정 출시한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또 1946년 고디바 첫 트뤼프 초콜릿부터 2017년 새로운 맛의 두 가지 트뤼프 초콜릿까지 종합 구성한 ‘레전드 트뤼프 컬렉션’도 한정 판매한다. 이 밖에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에 진행한 ‘Filled With Love’캠페인을 화이트데이 시즌에도 이어서 전개, 초콜릿 구매자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화이트데이 메시지 태그가 증정된다.

이 같은 업체들의 화이트데이 이벤트는 사실 2월 밸렌타인데이 때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 동일한 취지와 비슷한 제품군을 ‘이름’만 달리해 판촉 하는 것. 이러한 노골적 상술에 따라 소비자 반감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트데이를 ‘상술’로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큰 것이 사실이고, 밸런타인데이만큼 기념일 분위기가 크지 않은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월에는 이렇다 할 특수가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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