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한층 높아졌는데…번복 논란에 볼멘소리까지

<뉴시스>
6·13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10여 년 만에 집권에 성공하고, 현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여당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에 나설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준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고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등 과거보다 ‘깐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엄정한 기준 탓에 예비 후보들 사이에서는 당혹감과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강력범죄·성·마약범죄 ‘엄단’…“논란 인물은 신청하지 말라는 뜻”
강화된 기준에 “당 기여도로 상쇄 가능 여부 문의도”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서는 공직선거후보자 검증 부적격 심사 기준을 확정했다. 특정 강력 범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을 택했고 음주측정 거부, 무면허 운전, 병역법 위반 관련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이를 두고 예전에 비해 검증 수위가 높아져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2014년 지방선거 때에는 후보자 수가 한정되고, 범죄 기록 등이 알려진 단체장 후보들과 달리 특히 광역·기초 의원 예비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후보군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정당 공천 과정에서 검증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4년엔 검증 미비
‘도덕성’, 국민적 요구↑

 
이번 기준안은 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게 엄격해졌다는 평이다. 지역 시당 한 관계자는 “2014년 (지방선거) 검증위는 유야무야됐는데, 문재인 정부 이후 청와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번 기준은) 지방선거에서도 철저히 하자는 방향으로 본다”며 “검증 기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단하겠다는 베이스가 깔려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시당 관계자는 “큰 흐름이 (검증 기준이) 강화됐으니 아예 그런(기준에 걸리는 위험한) 사람은 예비후보를 신청하지 말라는 목적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기준안은 각 시·도당 검증위원회의 예비후보자 심사에도 일괄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검증위원회는 우선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발표한 고위 공직 후보자 원천 배제 7대 기준을 원칙으로 정했다.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이 7대 원칙에 속한다.
 
이에 더해 살인·치사·강도·방화·절도·약취유인 등의 강력범과 뺑소니 운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부적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병역법 위반 경우 그동안 예비후보자 심사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이번부터는 청와대 검증기준을 반영해 검증위에서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마약범죄도 예외 없이 예비후보 단계에서부터 부적격 판정하기로 했다. 다만 미성년일 때의 범죄인 경우 본인 소명 후 검증위원회에서 판단키로 했다.
 
성폭력·성매매 범죄 경력에 대해선 형사처분 시(기소유예 포함) 예외 없이 부적격으로 처리된다. 또 성 풍속 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는 기존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보다 강화된 ‘형사처분으로 인한 벌금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
 
이번 검증 기준안의 대상은 당 지방선거기획단에서 논의된 초안을 토대로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단체장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예비후보자이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등 지방의원 예비후보자 검증은 중앙당 검증위원회에서 마련한 안을 기준으로 각 시도당 검증위가 진행한다.
 
기준 완화 ‘번복’ 논란
높은 벽에 부담 표출도

 
기준이 한층 엄격해지다 보니 예비 후보들이 부담을 느끼는 모습도 감지된다. 한 중앙당 관계자는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아무래도 시도당 쪽에는 여러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시도당 관계자는 “일부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있다”며 “(기준을 위반하는 일부 항목에 대해) ‘당에 기여한 부분을 감안해 상쇄가 가능한가’라는 (비공식) 의견 제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기준안 확정 과정에서 이를 발표했다가 일부 수정·번복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지난달 21일 검증위는 음주측정 항목에 대해 광역단체장 및 국회의원 경우 2001년2월13일 이후 3회,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경우 2003년3월2일 이후 3회 시 자격을 박탈키로 결정했으나, 일주일 뒤엔 2001년이던 시점을 2003년으로 변경해 기준을 완화했다.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음주운전이 적발된 후보자의 경우 출마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당이 특정 출마자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음주운전 기준을 완화시킨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증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최근 15년’을 적용해 2001년을 기준으로 했던 것”이라며 “올해 지방선거는 올해 기준에서 ‘최근 15년’을 적용해 2003년을 기준으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 기준과 관련해 ‘최근 10년간 2회 음주운전 시 자격 발탁’이라는 조항이 변경되지는 않았다. 무면허 운전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또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것도 음주운전 횟수에 포함시켜 적용키로 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예비 후보자 등록에 이어 지난 2일부터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회가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해 일부 지역에서 혼선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평화당 배준현 최고위원은 “선수들이 뛸 경기장이 시합 시작 직전까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는 어떤 법안보다도 우선해서 선거구 획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여야는 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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