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사건 배후를 보낸 이유는?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박3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달 27일 북측으로 귀환했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정치권, 진보·보수사회 등에서는 그의 방남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김 부위원장이 총정찰국장을 지냈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두 사건의 진두지휘자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군인과 국민을 살생한 범인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한 결과다. 

자유한국당, 정부와 여당에 체제전쟁 선포
김영철 방남에도 북미 대화 가시적 성과 없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보수정당에서는 김 부위원장에 대해 ‘살인마’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자유한국당은 김 부위원장 방남에 대해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살인마 전범 김영철이 대한민국을 범했다. 죽을힘을 다했지만 결국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막지 못했다”면서 “저희가 통일대교를 완벽 봉쇄하니, 문재인 정권은 끝내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그들만이 아는 샛문을 열어 주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야 갈등으로 
2월 임시국회 ‘빈손’


김영철 부위원장은 방남 기간 동안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히며 교두보 역할을 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2박3일간의 방남기간 동안 북미 대화와 관련해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갔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대북특사를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시기는 베일에 싸여 있다.

문제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 후 폭풍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지난달 25일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해 체제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장 대변인은 “한국당은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의 사회주의 노선에 전도되어 있는 문재인 정권과의 체제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6일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규탄 국민대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국군뒤통수권자’ ‘청와대 주사파’ ‘김정은 친구’ 등의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며 기싸움에 열을 올렸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에서 “대통령을 국군 통수권자라고 하는데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보면 문 대통령을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한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군의 뒤통수를 치는 대통령(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 방남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2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시 불 붙는 태극기 집회
시민 갈등 최고조


김영철 부위원장 방남은 정치권 외에도 진보·보수사회로 나뉜 시민들 사이를 둘로 갈라 놨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세력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잦아들었던 집회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 1일 삼일절 서울 시내에서는 진보·보수로 나뉜 시민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양측 집회는 김영철 방남,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외에 반일 문제까지 이슈가 더해졌다. 

보수 성향의 태극기 집회는 서울 동화면세점, 세종로소공원, 교보빌딩, 대한문, 서울역 등에서 열렸다. 대한애국당은 서울역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태극기 집회’를 가졌다. 집회 참석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현장에서는 ‘탄핵 무죄’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와 함께 현수막이 걸렸다. 

대한애국당 집회에는 조원진 의원과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류 전 최고위원은 “나라 잃은 고통을 견딜 수 없다. 여러분 모두가 유관순 열사”라고 말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집회에 참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좌경화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탄핵, 구속됐고 징역 30년의 구형을 받게 됐다”며 “우리 손으로 박 전 대통령의 정권을 찬탈한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청와대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김일성주의자들을 몰아내자”며 “대한민국은 반인륜적인 편에 설 것인가, 국민 편에 설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집회는 친일청산이 주요 집회 이슈였다. 3·1절 99주년 청년학생 친일청산 행동의 날 준비위원회는 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으로부터 자주독립을 외친 지 이제 한 세기가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여전히 식민지 한국에 살고 있다. 우리가 반쪽짜리 독립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대학생겨레하나, 대학생노래패연합,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서울청년민중당, 진보대학생넷, 청춘의지성,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곳은 기회주의자의 땅이 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친일청산 없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할 수 없다”면서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 대학생, 청년들은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며 진정한 자주독립을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탑골공원에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한일협정 전면 무효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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