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단체 내분과 행정력 부실로 지원도 유명무실…여자컬링 銀에도 격려금은 0원

-과거 파벌 갈등의 중심 임원 다시 앞세워 논란 키우며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 간의 전력 질주를 마치고 성대한 막을 내렸다. 한국은 목표했던 종합 4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한국 동계스포츠 최초의 역사들을 만들어 내며 다음 대회인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대회 자체도 세계 곳곳에서 성공 개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체육계는 다시금 파벌 논란이라는 그림자에 휩싸였다. 4년마다 반복되는 문제는 선수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다시금 상처를 남기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모두 17개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한국 빙상은 17개 메달 중 13개를 수확하며 메달밭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으로 평가된다.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은 금 3개, 은 1개, 동 2개를 획득했고 스피드스케이팅은 금 1개를 비롯해 은 4개, 동 2개 등 역대 올림픽 최다를 기록하는 등 깜작 메달과 예상 밖 성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국 빙상은 오점을 스스로 남기며 비난의 화두에 올랐다.

지난 19일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에서 앞선 두 선수 김보름(25)과 박지우(20)가 멀찌감치 처진 노선영(29)을 챙기지 않고 따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왕따 주행’을 자행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팀추월은 가장 마지막에 골인하는 선수를 기준으로 기록을 인정하기에 앞선 두 사람의 골인은 의미가 없었다. 이에 관계자들은 팀추월 종목은 선수들의 화합이 가장 큰 목표인데 이번 여자 팀추월 대표의 경기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낼 정도였다.

더욱이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줘 화를 더 키웠고 다음 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보름과 백철기 대표팀 감독만 등장했을 뿐 정작 당사자인 노선영은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반면 노선영은 정면 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키웠다. 이에 대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자 팀추월 사태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차원에서 빙상연맹의 파벌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연맹의 성적 우선주의
파벌 갈등 조장

 
이번 사태를 두고 빙상계에서는 지나친 권한과 권력을 행사하는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부회장은 과거 한국체대와 비(非)한국체대 파벌 싸움의 핵심 인물이다. 파벌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 빙상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당시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로 나뉘어 훈련을 했고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때는 국내 선발전에서 같은 파벌끼리 선수를 밀어주는 ‘짬짜미’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2014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3관왕에 오른 반면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노 골드’에 그치며 논란이 확산됐다. 전 부회장은 당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4년 3월 자진 사퇴하면서 파벌 논란은 무마되는 듯했다.

그러나 빙상계의 파벌 논란이 평창 대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오래 맡았던 전 부회장을 3년 만에 다시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전 부회장이 부임하자마자 남녀 매스스타트의 이승훈(30)과 정재원(17), 김보름이 전 부회장 주도로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따로 훈련한다는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승훈은 “훈련하면서 다른 동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사과했다.
 
  부실행정,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 몫

 
이처럼 파벌 문제가 매번 불거지는데도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빙상연맹은 해결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전 부회장 영입을 놓고 파벌 문제에 대해 우려가 높았지만 빙상연맹은 끝내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빙상연맹은 이번 사태를 두고 모든 것을 선수들과 지도자 뒤로 숨은 채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전 부회장 역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상연맹의 무책임한 행동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조차 무산될 뻔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을 연맹이 숙지하지 못하면서 출전이 무산됐다.

극적으로 러시아 선수의 출전 무산으로 노선영은 간신히 출전기회를 다시 얻었지만 이미 만신창이였다. 노선영은 작심한 듯 “팀추월 훈련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며 대표팀의 훈련 방식을 폭로했다.

이뿐만 아니라 쇼트트랙 심석희 코치 폭행 사건, 경기 당일 오전 선수단 숙소 방문 등 대회 내내 논란의 주인공은 연맹이었다. 하지만 분노한 국민들을 향해 눈물과 사과는 선수들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빙상연맹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스키협회는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홍역을 치렀고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도 올림픽 4개월을 앞두고 회장 선거와 국가대표선발전으로 잡음을 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은 국가대표 자동 선발 규정이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특혜다. 이전 국가대표 선수는 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다는 뜻이다.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영미’ 신드롬을 일으킨 컬링도 마찬가지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올림픽을 앞두고 내분을 일으키며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이에 행정 공백이 발생했고 선수단은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메달로 재정이 넉넉한 종목은 포상금을 받게 됐지만 컬링 선수들은 연맹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후원사인 신세계그룹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컬링여자대표팀을 비롯해 컬링 대표팀에게 2억4000만 원의 포상금과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해 마냥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상 동계 종목 모든 단체가 파벌과 내분, 그리고 부실한 행정력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분전으로 메달 종목도 확대됐고 기대주들도 등장했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해야 할 단체들의 부실 운영에 우려가 앞서고 있다.

한 전문가는 대한양궁협회 같은 본보기가 될 만한 단체가 필요하다며 “양궁협회는 공정하고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 출신학교가 의미 없는 환경, 그리고 적극적인 선수지원, 협회 내부 시스템 안정화 등을 세계 최고의 선수를 연일 배출하고 있다”면서 “이번 파벌을 비롯해 단체들의 부실 논란은 한국 동계 스포츠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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