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수요미달 해법 못 찾는 경전철 운영난…운행 불량까지 ‘사면초가’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서울 우이신설선이 지난해 개통 115일 만에 단전으로 ‘8시간 운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또다시 멈춰 서 퇴근길 시민들의 원성을 산 가운데 ‘고장철’로 불리는 의정부 경전철과 평행이론을 연상케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45분께부터 9시께까지 약 1시간 15분 동안 우이신설선 신설동역∼북한산보국문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멈췄다.
 
이 노선을 운영하는 우이신설도시철도는 이물질이 낀 선로전환기 장애로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모든 구간 정상화는 오후 9시께 이뤄졌지만 그 전까지는 북한산 우이역과 북한산보국문역 구간에서만 부분적으로 운행됐다.
 
우이신설선이 지난해 12월 25일 8시간 중단에 이어 잇따라 운행 차질을 빚자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우이신설선을 이용하는 A 씨는 이날 한 매체를 통해 “학교를 갔다가 돌아갈 때 전철을 타게 됐는데 갑자기 운행이 중단돼서 불편함을 겪었다”고 밝혔다.
 
우이신설선은 이 같은 잦은 사고로 경전철 파산 1호 사업이 된 의정부 경전철과 닮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의정부 경전철은 2012년 7월 ‘수도권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개통했다.
 
하지만 의정부 경전철은 신호 장비 과열, 비상제동 감지장치 이상, 배터리 방전, 통신장애, 폭설, 선로 결빙, 낙뢰로 인한 단전 등 가지각색 이유로 운행 중 갑자기 멈추는 일이 끊임없이 재발하며 ‘고장철’이라는 오명의 역사를 이어갔다.
 
심지어 의정부 경전철은 이용률도 낮아 적자운행이 이어졌다.
 
특히 의정부 경전철이 수도권 10개 운송기관과 수도권통합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장기간 합의를 하지 못하자 2012년까지 단독 요금제(1300원)로 운영되는 등 이용객 부족을 부채질했다.
 
당초 의정부시와 경전철 측은 하루 7만9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2013년 4월 감사원이 발표한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의정부 경전철 실제 통행량은 1만1258명으로 예상치의 14%에 불과했다.
 
결국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해 5월 3676억 원의 적자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개통 4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현재 인천교통공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의정부시와 긴급 운영 관리위탁계약을 맺고 운영을 맡고 있으며 오는 10월부터는 새로운 대체사업자가 맡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의정부경전철 파산 원인과 대책’ 텔레비전토론회에서 “경전철 운영 방식을 직영과 대체사업자 선정 등 두 가지만 놓고 논의하고 있는데 상상력이 막힌 대안이다. 서울시와 부천시처럼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있다”며 “대체사업자 선정 방식은 변화하는 도시·교통 환경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시가 경전철을 직영하면서 3∼5년 단위로 위탁해야 승객 수요 예측 실패 등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산 직전 용인 경전철도 이와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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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경전철은 2013년 4월 개통한 이래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행진 중이다.
 
지난해 6월 용인시에 따르면 용인 경전철의 누적 이용객 수는 2930만1384명으로 집계돼 하루 평균 2만 명에 불과했다.
 
이는 2004년 용역에 착수한 한국교통연구원이 예측한 하루 평균 이용객 수 16만1000명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결국 운임 매출은 지난해 71억 원에 그쳐 용인 시는 2043년까지 민간투자비 2500억 원을 비롯한 관리운영비 9265억 원 등 총 1조400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용인 경전철이 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난해 9월 개통된 우이신설선은 2월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 명으로 수요는 있으나 당초 하루 이용 예상 승객 13만여 명보다 절반 수준이며 이용객 중 무임승차 비율이 40%로 자칫하면 재정난을 겪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동선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 6일 한 매체를 통해 “잘못된 수요 예측이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경쟁 관계인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무엇보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게끔 짜인 도시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해 경전철 도입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우이경전철 이외에도 신림선(여의도~서울대, 7.8km)이 2022년 개통 예정이며 동북선·서부선·면목선·웨례선·웨례신사선 등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앞서 흔들린 경전철의 사례를 보며 제2의 의정부 경전철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에 대해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과거에 비하면 수요추정 기법이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수요추정은 정형화돼있는 반면 아직 경량전철 수요추정은 좀 더 보완돼야 할 기법상의 문제가 있다”며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이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광역철도에 연결돼 지선 역할만 하는 용인, 의정부 경전철보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수요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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