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위선(僞善)으로 망해
- 좌우 날개로 날려면 보혁(保革) 모두 재편돼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 판결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 원을 구형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당해 5년 임기를 못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으로 현 문재인 대통령이 무난하게 당선됐다. 진보진영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 9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드러난 보수의 민낯은 참담했다. 비서실장부터 수석, 문고리 3인방까지 측근들과 참모들 누구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박 전 대통령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치마폭에서 편안하게 정치를 해온 친박계 인사들조차 반성하거나 참회의 눈물을 보이질 않았다. 새누리당은 탄핵 반대파 자유한국당과 탄핵 찬성파 바른정당으로 분열됐다.

그 와중에 강경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은 대한애국당을 만들어 ‘박근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보수 진영 리더들에게 보수의 최대 덕목인 ‘책임감’을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후 보인 보수 정치인들의 행보는 반쪽 난 보수를 다시 사분오열로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당을 떠났던 비박계 인사들이 지방선거와 MB 관련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정치는 명분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냈던 정치인들의 ‘영혼 없는 행보’에 합리적 보수층뿐만 아니라 TK에서도 등을 돌렸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가 여당 출신인 ‘김부겸’ 카드에 환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보수 후보로 나설 선수들은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하나 고민이 깊다. 한 기초단체장 후보자는 “잘못은 코치가 하고 희생은 선수가 감내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국적으로 진보 진영 후보는 넘쳐나고 보수 진영은 인물난에 빠졌다. 116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은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마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안 내고 ‘안철수 단일후보론’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쯤되면 ‘불임 정당’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반전은 엉뚱한 곳에서 이뤄졌다. 바로 미투 운동이다. 선거 참패가 예상됐는데 성폭력 피해자들의 ‘나도 당했다’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이 진보 진영 내 유명 인사들로 다수 포함되면서다.
 
고은·이윤택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차치하고라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관련 성폭행 폭로는 진보 진영을 ‘멘붕’에 빠뜨렸다. 지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차기 대권 유력 인사였다. 또한 8월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집권 여당 당 대표에 오를 가능성도 높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을 수행하던 여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했고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부적절한 성관계를 했다는 폭로는 진보 진영을 아연케 만들었다. 추가 폭로도 이어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구재단소속 여성 연구원의 성폭행 폭로가 터졌다. ‘정치 중단’을 선언했던 안 전 지사는 이제 정치생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안 전 지사의 ‘쇼크’가 가시기도 전 또 한 명의 진보 진영 인사가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정봉주 전 의원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나꼼수’ 4인방(김어준, 김용민, 주진우)중 한명으로 진보 진영 내 스타 정치인으로 지명도가 높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BBK 폭로로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현 정권이 BBK 의혹과 다스 실소유주 사건을 재조사하고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BBK 저격수’로 징역형을 산 것은 오히려 정 전 의원에게 ‘훈장’이 됐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연말 정 전 의원을 정치인 중 유일하게 특별사면·복권을 해 명예를 회복시켰다. 이에 힘입어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예고한 날 현직 여기자가 자신이 대학생 시절 나꼼수 멤버였던 정 전 의원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피해자는 “(정 전 의원 같은) 파렴치한 사람에게 서울시장을 맡길 수 없다”며 폭로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연기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스타 정치인’에서 ‘파렴치한 인물’로 낙인찍힐 위기에 몰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고 안희정맨으로 알려진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도 ‘여자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선거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 박수현 캠프 측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될 당시 이미 검증이 끝난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경쟁자들은 선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또한 여의도에서는 안희정, 정봉주 두 인사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진보 진영 인사’ 실명이 나돌면서 추가 미투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연이은 진보 진영내 정치인들의 성폭행 의혹은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민주당을 초긴장하게 만들었다. 완승을 예상했던 여당이다. 민주당은 안 지사를 제명하고 정 전 의원의 복당 심사를 연기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사적인 영역이고 피해자가 폭로를 결심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막았다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더 큰 후폭풍이 불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도 낙관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보수 진영은 미투운동이 자신들에게 불더라도 진보 진영보다는 타격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원래 보수는 그런 집단이라는 대국민 인식을 감안한 계산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젠 부패와 분열로 망하기 직전까지 간 보수에게 높은 도덕성도 요구해야 한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진보 인사들에게만 유독 높은 도덕성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여야 모두 국정농단 사건과 미투 운동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 보혁 재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박근혜 여야 유력 후보에 맞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신드롬’이 차기 대선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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