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의 초대형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회담이 열리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여권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이나 ‘안보 불안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쇼’로 평가 절하하면서 돌파구 모색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담 합의를 놓고 선거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여권에 호재이기는 하지만 회담 내용과 결과에 따라 여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선을 50여 일 앞두고 열리는 세 번째 정상회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 1·2차 각각 총선·대선 전 개최 당시엔 與 불리 이번엔?
- 한·미 간 불협화음, 北 태도 급변 시 여당에 ‘악재’로 작용

 
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되면서 선거의 판세를 뒤흔들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에 끼칠 영향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치러지는 점, 장소도 상징성이 큰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이라는 점 등은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민주당 “평화로 가는 돌파구”
한국당 “北이 기획한 회담”
 

민주당은 특사단 방북 이후 4월 남북정상회담까지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이 이어지고, 회담 결과에 따라 북·미대화로 진전될 경우 선거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들고 나올 ‘안보 불안’ 프레임이 힘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안 전 지사의 성추문으로 위기에 내몰렸던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방북 성과로 악재를 털어내고 반전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영향을 고려해 진실을 덮거나 외면하는 식의 정무적 판단을 일절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안 전 지사의 추문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전날 귀환한 대북특사단이 발표한 방북 성과에 대해선 “안 전 지사 건으로 자칫 묻힐 뻔했지만 다행히 성과가 너무나 꽉 차고 크기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다”며 “한반도 평화로 가는 획기적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평가절하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집권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기획물이라고 공격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8일 오는 4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국제 제재 압박을 견디지 못한 북측이 탈출구로 문(재인) 정권을 이용하는, 북측이 기획한 회담”이라고 규정했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DJ(김대중), 노무현의 남북정상회담은 막대한 달러를 북에 제공하고 우리 측의 요구에 북이 응한 정략적 회담”이었다며 이번 회담을 등치시켰다. 지난 두 차례 회담이 우리 측의 기획이었던 데 비해 이번은 북측의 요구에 우리나라가 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한국당이 마냥 정상회담을 깎아내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관측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여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회담 합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할 경우 자칫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야당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북한의 파격적인 입장 변화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경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선거판이 더 기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거 영향 예단 이르다’,
정상회담 결과 지켜봐야…

 
다만 이 같은 정치권의 반응과는 별개로 3차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남북정상회담 이후 선거까지도 시차가 있는 만큼 정상회담 개최 합의만으로 선거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은 여권에 호재이기는 하지만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양국 간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거나 북한의 태도가 급변할 경우 오히려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2000년과 2007년 열린 1, 2차 남북정상회담이 애초 여권의 호재로 여겨졌지만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거나 오히려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총선을 사흘 앞둔 4월 10일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통일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했다. 당시에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은 정상회담을 ‘선거용’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에도 정치권은 정상회담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회담 추진은 오히려 중도 진영의 반감을 샀고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초래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다.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유지했고 여당이던 민주당은 115석에 그쳤다.
 
2007년 10월 이뤄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역시 비슷하다. 남북은 당초 그해 8월 28~30일 2박 3일 동안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종천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회담 성사에 관여한 이들이 함께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그런데 개최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북한에서 발생한 대형 수해로 정상회담은 10월로 연기됐다. 당시에도 야권은 대선을 두 달 남기고 개최되는 ‘대선용 정상회담’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야권의 우려와 달리 12월 열린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이명박 후보는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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