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멘붕’ 상태다. 차기 대권에서 유력한 인사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연이은 성폭력 의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뿐만 아니라 MB정권 ‘나꼼수’로 일약 정치권 내 스타로 부상한 정봉주 전 의원 역시 미투 운동의 대상자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지사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면서 진보 진영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당장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빨간등이 켜졌다. 집권 여당의 높은 지지율과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호재가 발생하면서 지방선거에서 완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안희정 발 대형 악재는 충청권뿐만 아니라 호남을 넘어 수도권으로 북상할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성폭력’과 ‘불륜’사이 휘청이는 집권 여당
- 충청發 악재 호남 찍고 수도권으로 ‘북상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은 3월5일 김지은 정무비서의 폭로로 알려졌다. 김 비서는 수 차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기간에도 벌어졌다고 밝혀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파문 초기에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안 전 지사는 취소하고 충남도 지사직을 사퇴하고 ‘정치중단 선언’을 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3월8일 오후 3시 성폭력 의혹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입장문을 발표할 것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그중에서 안 지사의 부인이 나서 ‘사실상 남편과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았고 김씨와 남편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또한 ‘카더라식 통신’을 통해 김 씨가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안희정의 반전 ‘무산’...
2차 폭로에 정치생명 ‘끝’
 

안 전 지사 입장에서는 부인이 도와줄 경우 최소한 성폭력 의혹에 따른 ‘파렴치한’ 신세는 면할 수 있고 분위기 반전도 기대했을 것이란 게 정치권 내 시각이었다. 하지만 예고됐던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은 돌연 취소됐다. 이에 대해서도 추측이 난무했다.
 
여권에서는 기자회견 전 터진 ‘2차 폭로’가 한몫한 게 아니냐고 내다봤다. 안 전 지사가 운영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 근무한 여성 연구원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추가 폭로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불륜’인지 아니면 ‘성폭력’인지 진실공방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안 전 지사의 정치생명은 끝이 났다는 게 여의도의 시각이다.
 
‘안희정 쇼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방선거에 나서는 ‘안희정 사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 안 전 지사다.

또한 충남지사라는 타이틀로 인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안희정계 사람들은 ‘안희정 마케팅’으로 지방선거에 나섰다. 대표적인 인사가 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다.
 
‘안희정맨’으로 알려진 박 후보는 충남지사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지만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박 후보는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또한 민주당 당원인 오모씨로부터 ‘내연녀 공천 폭로’까지 터지면서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단초는 오 씨가 3월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수현 예비후보에게’라는 제목 하에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의 권력을 앞세워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공천한 부적절함을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해당 공주시 시의원 김모씨는 3월7일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 씨는 박 후보와 저를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한 글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카더라 통신’을 통해 남편과 이혼한 배경이 박 후보와 부적절한 관계로 이혼했다는 소문에 대해 “성격 문제로 이혼했고 전 남편의 진술서를 검찰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도 캠프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밝히면서 반박했다. 박 후보는 같은 날 “만약 저에게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청와대 검증에서 드러났을 것”이라며 “청와대 인사검증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여성 문제와 관련 진정 고소, 고발을 당한 적이 없다”며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돕는 것은 우리 당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도 작년 부인과 이혼해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미투 운동’과는 성격이 다른 ‘내연녀 논란’이지만 ‘여자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민주당 입당을 앞둔 정봉준 전 의원까지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안희정→ 정봉주→제3의 인물...
긴장하는 ‘여권’

 
정 전 의원의 미투운동은 3월7일 한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해 현직 여기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해당 여기자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 ‘나꼼수’로 유명세를 타던 정 전 의원이 호텔로 불러내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1, 2차 폭로에 측근 박 후보의 ‘내연녀 논란’ 나아가 정 전 의원의 성추행 폭로로 민주당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정치권 ‘미투 운동’의 진앙지인 충청권은 비상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높은 지지율, 게다가 ‘안희정 대망론’으로 예상된 ‘경선=당선’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게 됐다. 일단 유탄은 안희정 마케팅을 벌였던 충남지사 박수현 후보와 아산시장 출신인 복기왕 후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던 박 시장은 선거준비를 잠정 중단하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안 전 지사와 친분을 내세웠던 복기왕 후보의 경우 잠시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재개했지만 김이 빠진 모습이다.

그나마 같은 당 4선의 양승조 의원이 ‘미투운동’과 ‘내연녀 논란’속에 두 후보가 휘청거리는 사이 힘을 내고 있지만 본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미투운동’의 계기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이인제, 이완구, 이명수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 후보의 강세 속에 숨죽여 있었지만 당 일각에서 ‘이제는 해 볼만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전 선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전 시장 선거에 나선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경우 안희정맨으로 알려진 인사다. 또한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허승욱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지역으로 야권 세도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안희정발 미투 운동은 안희정 사단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최근 민주당 충북도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우건도 민주당 충주시장 예비후보가 과거 공직에 있을 당시 인사권을 가진 직위를 이용해 노래방에서 하위직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익명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우 후보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게시된 비방글은 악의적으로 날조된 허위”라며 “여당 시장 후보를 흠집 내 이득을 보려는 세력에 대해 엄중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광주·전남 지역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민주당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경선에 나설 예정이었던 강위원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상임 이사가 출마를 포기했다. 본인은 건강의 이유를 들었지만 2003년 성희롱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게 지역내 해석이다.

또한 안병호 전남 함평군수도 여성 3명과 성폭력 논란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 군수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여성 3명과 최초 보도한 언론사까지 고소했다.
 
전북의 경우 군산 GM 공장 폐쇄에 따른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야권에서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을 패키지로 묶어 공격할 태세다. 이처럼 안희정 발 쇼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일자마자 제명처리를 하고 초기 진압에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민주당 입당 절차를 밟았던 정 전 의원에 대해서도 심사를 무기한 연기한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투 운동의 주요 대상이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이름이 나오면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수도권 민심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안희정발 미투 운동이 수도권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문재인 정부와 여당 높은 지지율 그리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 경우 2석을 기본으로 ‘싹쓸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줄 제3의 인물에 대한 ‘메가톤급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횡행하면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다음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현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씨와 경기도지사 후보군 하마평에 올라 있는 B씨가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소문’으로 그치지 않고 미투운동이 터질 경우 두 인사 모두 서울과 경기도에서 정치를 해 왔다는 점에서 수도권 선거도 ‘안갯속으로’ 빠질 공산이 높다.
 
與 ‘미투운동’
수도권 터질까 ‘전전긍긍’

 
이에 민주당 전해철 경기도지사 후보는 3월6일 출마 선언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출마선언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하지만 국민께 약속한 만큼 출마를 선언한다. 안 지사 건은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장 17개시도 광역단체장 ‘9+@’선거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부산·울산·경남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 지도부가 정한 ‘현역의원 출마 제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현역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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