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데이트 코스로 불린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레드컨테이너' 내부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음지(陰地)의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성인용품점이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 성인용품점에 방문했다는 후기로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다들 가보세요” “성별 상관없이 상담해준다” “분위기가 밝다” 등의 반응을 내놓는 상황. 이제는 개방적 성문화로 인해 이색 데이트코스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최저 3000원부터 50만 원까지···콘돔‧머그컵 등 종류도 다양
청소년 영향 놓고 엇갈리는 시민 반응···업계 “출입 불가, 문제 없다”


기자는 지난 6일에서 8일까지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이태원, 신촌 등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을 찾았다.

과거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던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유리문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다. 성인용품을 캐릭터화한 그림이 붙어 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까지 풍겼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어머니와 딸이 내부를 들여다보는 진풍경(?)까지 볼 수 있었다. 10대로 보이는 딸은 스마트폰을 들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성인용품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9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남자 방문객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많은 커플이 보였다.

신촌 성인용품점에 여자친구와 방문한 A씨는 “SNS 광고를 보고 찾았다. 이제는 부끄러움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면서 “어찌 보면 새로운 문화로 발전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인용품 중 여성용은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커플 제품이라고 칭한다”고 전했다.

이태원에 위치한 ‘레드컨테이너’라는 성인용품점에는 외국인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지하 1층은 ‘남성 용품’, 지상 1층은 ‘여성 용품’, 2층은 콘돔, 마사지 젤 등 ‘기타 용품’을 비치했다.

성인용품의 가격대는 최저 3000원부터 최고 50만 원까지. 자위 행위를 위한 용품은 기본이고 머그컵, 볼펜꽂이, 태엽인형, 시계, 열쇠고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방문객들은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구경을 하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매장 직원들은 방문객에게 사용법 등 자세한 설명을 했다.

현재 이러한 성인용품점은 서울 강남‧신촌‧이태원‧종로 등을 중심으로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성인용품점 '종로다놀자' 내부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겼을까. 기자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종로다놀자’라는 성인용품점이다.

3층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에 들어서자 30대로 보이는 커플이 구경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머뭇거리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웃으면서 직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었다. 제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그들은 결국 지갑을 열었다. 이곳 역시 밝은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종로다놀자의 본사, ‘다놀자’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기존 (일부) 성인용품점의 경우 음습한 분위기도 있지만 불법적인 물품을 취급한다. 비아그라 등이다. 우리는 불법적인 물품이 아닌 다양한 성인용품들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다”면서 “또 방문객들은 어둡고 음습하면 들어오지 않는다. 밝고 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방문객들의 연령‧성별에 대한 질문에는 “커플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이대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20대 커플이 방문객 중 80%를 차지할 정도”라며 “연령대로는 20~30대라고 하기도 그렇고 20대가 가장 많다. 50대도 종종 방문한다. 남자 손님보다는 커플 손님이 압도적이다. 결국 20대 커플이 주요 방문객”이라고 말했다.

레드컨테이너 본사, ‘코스모스’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주 방문객은 20~30대 커플이 가장 많다”면서 “방문객‧주변 상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 ‘재미있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中, 시장 규모만 ‘15조’
한국도 ‘증가 추세’

 
현재 국내 성인용품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성에 대해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인식이 변화하는 추세에 따라 예전과는 달리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인용품의 범위 자체를 한정할 수 없기 때문에 통계청에서도 통계를 잡지 않는다.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증가 추세인 것은 극명해 보인다. 코스모스 관계자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최소 20~25%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놀자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보다 2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시장의 규모가 거대하다. 미국의 경제뉴스 미디어 마켓워치에 따르면 성인용품시장은 2020년까지 약 2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중국만 봐도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매년 30%씩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준 약 1000억 위안. 우리 돈 약 15조 원의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 성인용품의 70%가 생산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숨기지 않겠다는 것”
 
긍정적 반응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기자는 객관적인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성인용품점 인근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보기 좋다” “성 문화가 바뀌고 있다” “재미있다” 등의 반응이 나오는 반면 40~60대 연령층 대다수는 “저런 걸 가게라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부분이 있다.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라는 것.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청소년보호법에 의거, 청소년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코스모스 관계자는 “(주점 등) 유흥업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인용품점의 양지화가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성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요서울에 “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성인용품점이) 보이든, 안 보이든 알아서 (용품 등을) 찾을 것”이라며 “그게 걱정이 되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에 대해 숨기지 않겠다. 감추지 않겠다. 굳이 성인용품을 내가 쭈뼛거리면서, 숨기면서, 저녁 때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야구용품, 옷 사듯이 사고 있는 것”이라며 ‘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피임 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부부‧연인 등은 콘돔 같은 피임기구, 피임 약 등을 구매하면서 쭈뼛거릴 이유가 없다. ‘(성인용품을 이제) 대로변에도 파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성에 대한 물품 구입‧인식 등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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