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소주)최태원(백팩) 등 노림수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그룹 총수가 직접 홍보에 나서는 일이 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정용진 소주’를 판매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연세대에 연사로 참석해 자사의 사회적 기업이 만든 ‘백팩’을 홍보했다.

앞서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은 평창올림픽에서 성주참외 홍보로 판매 수익을 늘렸다. 이는 분명 전임 회장들과는 다른 행보다. 과거 총수들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창업주 세대와 달리 소통에 앞장 서는 총수들
기업 신뢰 ↑ 제품 판매↑ 이중 효과 ‘특수’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제품을 홍보하니 신뢰하게 됩니다” -  A씨.

“회장 이름이 직접 들어간 제품이라면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겠습니까. 믿고 구매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B씨.

최근 그룹 오너들이 직접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총수들이 과거에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제는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에 대한 친근한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에 300만 병 판매
 이런 가운데 총수 이름을 딴 제품으로 유명세를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이름을 딴 ‘정용진 소주’가 대표적. 이 소주의 정식 명칭은 제주소주 ‘푸른밤’이다. 출시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300만 병 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판매가 늘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제주지역 이마트 3개점의 소주 카테고리에서 ‘푸른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10월 몽골에 수출돼 현지에서 하루 평균 100병 넘게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운아 제주소주 대표는 “신제품 ‘푸른밤’이 상품성을 인정받아 높은 매출 비중을 보이는 등 제주지역 소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새롭게 군 면세주류에 선정된 만큼 앞으로 소비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도 평창올림픽서 성주참외 홍보를 통해 판매와 신뢰감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성주참외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했다. 이날 김 회장은 성주참외 홍보 시식 및 특판행사에 참여해 참외를 시식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성주참외가 예쁘고 모양도 좋으니 많이 먹어 보라”며 적극적으로 권했다.

사회적 기업 돕고 이미지 챙기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도 판매 수익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8일 최 회장은 연세대 신촌캠퍼스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GEEF)’ 연사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그가 들고온 ‘백팩’이었다.

최 회장은 이날 자신이 들고 온 백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며 관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답은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해 만든 백팩이다.

모어댄은 탈북자 및 취약계층이 모여 설립한 국내 기업으로 현재 스타필드 고양 쇼핑몰 등에서 업사이클링 브랜드 ‘콘티뉴(Continew)’를 운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퀴즈를 맞춘 청중 2명에게 모어댄 제작 백팩을 선물했다.
최 회장이 강연에 앞서 ‘백팩 쇼’를 한 건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극적으로 알리고 설명하기 위함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해당 자산을 공유하고 가치있게 활용하면 회사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며 “주유소 네트워크 공유 방안 등 SK가 가지고 있는 자체 자산을 오픈해 다른 기업 또는 사람들과 함께 쓰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공공재적 특성이 있어 시장원리(Market Mechanism)가 작동하기 어려워 시장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뒤 “사회적 기업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 그 가치에 비례해 보상해 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SPC)를 지난 2015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니 더 많은 영리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회장의 발언으로 SK기업은 사회적 기업 활동에 적극 나선다는 것을 알렸고 백팩의 판매 수익을 얻는 이중 효과를 누렸다. 게다가 이 제품은 한류 열풍의 선도 주역인 ‘방탄소년단’이 착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매출로 이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총수들이 권위적인 모습으로 많이 알려졌다면 이제는 총수들이 직접 발로 뛰고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해당 기업은 물론 제품 이미지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