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혐의…모르쇠 전략 펼치는 MB vs 입증 자신하는 檢

<뉴시스>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고, 날짜 조율 의사를 내비쳤던 이 전 대통령이 그 날 출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역대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수백억대 뇌물 및 횡령 의혹…‘MB 對 MB 측근’
역대 다섯 번째 검찰 조사 대통령…국가적 불행 되풀이

 
수사가 거듭될수록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약 5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현재 18개 안팎에 이른다. 가장 형량이 높은 뇌물수수의 경우 의심되는 액수만 이미 100억 원을 넘었다.
 
뇌물수수 의혹 가운데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혐의가 가장 짙은 상황이다. 이미 검찰은 특활비 수수 혐의로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청와대 핵심 측근들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는 밝혀진 것만 모두 17억 5000만 원에 이른다.
 
다스가 미국에서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당시 60억 원 상당의 소송비를 삼성전자가 대납한 의혹도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다. 최근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10월 이상득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 용도로 8억 원을 건네는 등 총 22억 5000만 원의 불법자금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게 전달한 혐의도 추가된 상황이다. 여기에 김소남 전 국회의원의 4억 원대 공천 헌금 의혹, 대보그룹의 수억 원대 불법 자금 제공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뇌물 혐의 외에도 ▲국정원 자금 등으로 18·19대 총선 직전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 동원 관련 직권남용 혐의 ▲다스 지하창고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 관련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다스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관련 횡령 및 배임 혐의 ▲가평 별장과 부천시 공장 부지 등 차명 재산 보유 의혹 관련 부동산실명법 혐의 등도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것을 포함하면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18개 안팎이 될 거란 전망이다.
 
참모 중심 변호인단 구성
‘모른다…부하가 했다’ 논리

 
이 전 대통령은 현재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출석에 대비해 방어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형 로펌 대신 옛 법조인 출신 참모진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린 상태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판사 출신인 강훈 전 법무비서관 등이 변호인단에 속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 중 가장 큰 부분인 삼성의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측근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모르쇠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선 다스는 최대 주주이자 형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고, 자신은 “설립 단계에서만 도움을 줬다”는 기존 논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선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설사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는 논리를 펼 전망이다.
 
하지만 측근들이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된 진술을 내놓고 있어 ‘MB 방패’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때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MB 사건은 MB 대 그 측근들과의 싸움”이라며 “MB는 지금 ‘내가 책임을 질 것이냐’ 아니면 ‘측근들한테 책임을 다 뒤집어씌울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수난사’
역대 4번째 구속 임박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일자가 확정되면서 전직 대통령 수난사가 이어지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국가적 불행이 되풀이됐다. 이들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은 모두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해 3월 파면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31일 구속됐고, 지난달 말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30일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부인 권양숙 여사를 포함해 노 전 대통령 주변 수사가 이어지던 도중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검찰 수사는 종료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1995년 4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듬해 1심으로부터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을 거치면서 징역 12년 형으로 감형됐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는 1996년 12·12 군사 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혐의 등으로 1심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 임기 말인 1997년 12월 국민 대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현재 검찰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전 전 대통령 추징금 2205억 원에 대한 환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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