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진 병역문화에도 입대 미룬 연예인 수두룩…학위, 만능카드로 통용
- 특혜시비까지 얽히며 대중 시선 싸늘…교육부 입학 및 학위취소 요구


 
정용화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남자 연예인들의 당당한 군 입대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군 입대 문제는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당연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제대한 직후부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의 경우 군 입대 직전 ‘나 군대간다’라는 곡을 발표해 팬들을 사로잡았고 사전 촬영한 광고, 작품 등을 통해 공백기를 최소화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군 입대를 미루며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상당수 남아 있어 이들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특히 건강상의 문제로 미루는가 하면 얼마 전 불거진 대학원 특혜 입학도 군 입대 시기를 늦추기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는 지난 5일 대학원 특혜 논란을 뒤로한 채 강원도 화천군 15사단 승리신병교육대에 조용히 입대했다.

앞서 정용화는 올초 경희대학교 대학원 입학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그는 tvN 새 예능프로그램 ‘토크몬’ MC자리에서 1회 만에 자진 하차했고 해외 투어 및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군 입대를 선택했다.

정용화는 당시 특혜논란이 확산되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질타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 ‘스테이(STAY) 662’를 열고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날 정용화는 팬들에게 “많이 와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지금까지 했던 많은 공연 중 최고로 불태워 열심히 하겠다”며 “나를 믿어주는 여러분들 덕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보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길 바란다. 그 이외의 이야기 말고 나만 믿길 바란다. 내 인생에 권리 없는 사람들은 말하지 말라”고 강조해 팬들의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논란 피해 군 입대…
기소되며 재 확산

 
하지만 군 입대로 잠잠해 지길 바랐던 정용화 특혜 논란은 지난 2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정용화를 ‘입학특혜’건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졍용화가 교수를 만나 개별 면접을 봤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용화의 경희대 대학원 입시 부정은 군대 입영을 미루기 위함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전해 검찰수사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정용화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일반대학원 예술 관련 학과의 박사과정에서 면접에 불참하고도 점수를 받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정용화가 주장했던 ‘개별 면접’을 포함해 단 한 번도 면접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입학을 주도한 당시 학과장이자 면접심사위원장이었던 이모 교수는 ‘면접 고사에 결시하는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는 평가 원칙을 무시하고 정용화 등에게 면접 점수를 주고 다른 면접위원들에게도 점수를 주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그는 총 300점 만점에 280점의 높은 점수로 수석 합격했다.

경찰은 또 정용화가 입대를 한 달 앞둔 2016년 8월 26일 박사과정 진학을 이유로 입영을 미룬 직후, 경희대 대학원에 지원한 것에 대해 입영 연기를 위해 범행을 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정용화는 “가수로서 음악 관련 학위를 취득하려고 박사과정에 지원했다”며 입영 연기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찰에 기소하기로 한 만큼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 유통학 석사
연기 수단 의혹

 
군 입대 연기 논란은 지난달 27일 강원도 철원군 백골신병교육대에 입대한 지드래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지드래곤은 대학원 입학과 졸업 등을 통해 최대한 늦춘 경우에 해당된다. 지난달 6일 지드래곤이 세종대 산업대학원에서 유통학 석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물론 지드래곤은 면접과 학위 취득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박사과정에 지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드레곤이 음악 외 학문을 전공하면서까지 대학원에 다닌 건 입대 연기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사 지원은 ‘대학 진학(편입) 사유’가 돼 입대를 1년가량 연기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했다는 것. 지드래곤은 최근 ‘연예활동기타사유’로 입대를 연기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해당 대학원은 온라인 강의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의혹을 더 키웠다.

세종대 관계자는 “캠퍼스에 나오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 대학원”이라며 “권지용(지드래곤) 씨가 졸업한 사실은 맞으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입학과 졸업 시점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측도 지드래곤의 석사 취득 목적과 박사 과정 진학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드래곤
   합법적 꼼수
대학원 구애도 가세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입영 대상자는 최대 5번, 730일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같은 사유를 반복해 사용할 수 없는 게 일반적이며 연예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다만 대학원에 입학할 경우 지정된 나이까지 입대 영장 발부가 연기된다. 이 때문에 대학원이라는 핑계는 계속해서 입영 연기 신청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횟수와 가능 사유를 고민할 이유도 필요 없는 만능 연기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한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법적인 테두리에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박사 과정까지 마쳐 더는 연기하지 못할 경우에는 해외 공연 등 활동 사유를 제출하거나 국가 기관의 홍보대사를 맡아 추가 연기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일반 학생들은 한 살이라도 빨리 가려 하지만 연예인의 경우 한창 활동하는 시기에 공백이 생기면 문제가 되니 석사, 박사 과정을 택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기획사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예전보다 학사 관리에 한층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원이 합법을 빙자한 꼼수로 작용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박탈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일부 대학원의 구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학원 인구수가 줄면서 명문대의 대학원도 인기학과가 아니면 입학생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학교 입장에서는 홍보를 위해 유명 아이돌의 이름이 필요한 셈이다.
 
조권
   정당해도 특혜 시비로
구설수

 
하지만 공공연한 꼼수가 특혜 시비까지 이어지면서 고학력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용화 사태와 함께 불거진 조권의 특혜 졸업도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조권은 경희대 국제캠퍼스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의 학위 수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학위 취소 궁지에 몰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대학원 내규는 논문심사 대신 졸업작품전을 통한 석사학위 수여를 허용하고 있다.

내규에 팜플렛 3부만을 제출토록 규정했으며 관행적으로 영상물로 졸업작품을 심사하고 영상저장물 형태로 보관해오고 있었다.

조권도 2017년 1학기 석사학위 심사과정에서 실제 졸업작품전을 개최하지 않고 팜플렛만으로 심사에 통과해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졸업 이후 8개월이 지난 올해 2월 초 학교 측의 요청으로 영상물을 사후에 제작해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권은 문제가 불거지자 초지일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는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09학번으로 입학해 연예인이라는 신분으로 완벽하진 않았어도 모든 학생분들과 마찬가지로 학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다”며 “누가 봐도, 기자님과 교수님들의 포커스는 학교의 더 깊숙한 내부에 관련된 부분인 것 같은데 오늘 뉴스만 봐도 왜 제가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 결과 조권의 학위 수여도 특혜 사실로 인정되며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병역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할 의무지만 한참 전성기를 누린 뮤지션들이 입대를 미루는 것도 수긍이 된다”면서도 “대학원 진학으로 입영을 미룰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큼 연예인과 기획사가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수긍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5일 ‘경희대 대학원 학사운영 현장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용화를 비롯해 가수 조규만과 같은 전형에 지원한 일반인 A씨의 부정입학 사례도 적발해 학교 측에 입학취소를 요구했다.

또 심사위원을 맡은 교수 3명에 대해서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졸업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조권에 대해 학위 취소와 심사를 맡은 교수 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기로 해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희대 지학원의 입학·학사 특혜는 고등교육법을 위반한 것으로 대학 측이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생모집정지 등 행정제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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