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성희롱한 동료교수 실명을 공개석상에서 밝힐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될까? 명예훼손죄란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 유형이다. 명예훼손죄는 이와 같이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명예훼손죄의 성부에는 주로 공연성과 위법성조각사유가 쟁점이 된다.

먼저 공연성이라 함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명예훼손죄와 관련된 동향을 살펴보면 인터넷상의 대화로 인한 명예훼손죄 소송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 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인식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비록 한 사람에게만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러한 내용이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전파성이론).

다음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하여 살펴보면, 그 내용은 “제307조 제1항(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이다(형법 제310조). 즉,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먼저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어야 한다. 따라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동조 2항)는 여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실무상 적시된 사실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감정 때문인지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최근 미투(#Me too)운동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당한 사람들이 이를 뒤늦게 폭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 대학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광주에 있는 모 대학의 미술대 A교수는 2003년 5월 담양에서 열린 학과 수련회에서 학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같은 과 겸임 교수 B씨가 일부 여학생의 몸에 팔을 두르면서 “(같이)자자”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그리고 다음 달에 열린 학과 공식행사에서 A교수는 B교수가 한 성희롱 발언과 함께 그의 실명을 거론했다, A교수는 이로 인해 명예훼손죄로 기소가 되었는데 과연 그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가가 쟁점이었다. 이에 관하여 광주지법 형사3부 항소심에서 A교수의 발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동료교수, 강사, 학생 등 수십명이 모인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 교수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비록 방법상 최선은 아니었을지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유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학생들을 보호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가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보고 대학 내 잘못된 성문화를 공론화해 바로잡고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줌으로써 건전한 대학문화를 만들겠다는 직업적 소명의식에서 비롯된 데다 발언 내용도 진실인 만큼 피고인의 행동은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위 사건과 유사한 사례 하나를 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대구지부의 대표 A씨는 모 대학교 B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제자인 여학생을 성추행하였다는 내용의 글을 위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소식지에 게재하였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소식지에 위와 같은 내용을 게재한 A씨의 행위는 학내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학내 성폭력의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A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2137 판결).

이 사건과 같이 특히 공인의 공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 관하여 진실을 공표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증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이상 부수적으로 다른 개인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대법원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언론ㆍ출판을 통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거나 허위평가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다만 피고가 그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그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라고 판시하여 증명책임을 분배하고 있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결국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적시된 사실의 진실성 여부에 관한 입증은 검사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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